고액의료비 부담과 치료제 부족이라는 이중고에 놓인 희귀·중증난치질환 환자들을 위한 지원이 한층 확대된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고 치료제 접근 속도를 단축해 환자가 비용이나 제도적 장벽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의료비 부담 완화, 치료제 접근성 개선, 의료·복지 연계 강화를 축으로 한 종합 지원책이다.
우선 희귀·중증난치질환 환자의 고액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산정특례 지원을 강화한다. 산정특례는 중증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낮춰주는 제도다.
현재 희귀·중증난치질환의 산정특례 본인부담률은 10%다. 정부는 이를 단계적으로 5%로 낮출 계획이다. 일정 금액을 초과한 의료비에 대해서는 5%만 부담하도록 하는 사후환급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질환별 연평균 급여 본인부담액은 암 73만원, 심장 질환 119만원, 희귀질환 57만원, 중증난치질환 86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혈우병은 1044만원, 부신생식기장애는 573만원, 혈액투석은 314만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처럼 의료비 부담이 큰 환자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경감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산정특례 적용 대상 질환도 확대된다. 이달부터 선천성 기능성 단장증후군 등이 새롭게 포함되면서 산정특례가 적용되는 희귀질환은 기존 1314개에서 1387개로 늘어났다.
제도 이용 절차도 간소화한다. 그동안 5년마다 반복해야 했던 산정특례 재등록 과정의 불필요한 검사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완치가 어려운 질환의 특성을 고려해 임상 진단과 치료 이력을 중심으로 절차를 줄일 계획이다. 일부 질환에는 이미 개선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저소득 희귀질환자를 위한 의료비 지원도 확대된다. 건강보험 본인부담금과 간병비, 특수식 구입비 등을 지원하는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사업’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해 실제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 환자가 더욱 폭넓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다.
치료제 접근성 역시 크게 개선된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은 기존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된다. 허가, 급여 평가, 약가 협상을 병행하는 절차를 제도화해 치료 시작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수요가 적어 민간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은 정부가 직접 해외에서 도입하거나 주문제조 방식으로 공급해 치료 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희귀질환 전문기관이 없는 지역에 신규 기관을 지정하는 등 진단부터 치료, 관리까지 이어지는 지역 기반 지원체계도 강화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희귀·중증난치질환 환자가 경제적 부담과 치료제 부족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실행 가능한 과제부터 신속히 추진해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미혜 기자 roselin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