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12월호 기사입니다.
양털처럼 보송보송하고 부드러운 카페라테가 좋아지는 계절이다. 커피 한 잔을 캔버스 삼아 예술을 선보이는 라테아트 전문점, 부산 커비커피를 찾았다. 따스한 한 모금 기울이면 어느새 유럽의 분위기 좋은 카페에 머무는 듯 여유가 번진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에 자리한 부전시장은 농수산물을 비롯해 한약재·전자제품 등 없는 게 없는, 부산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이다. 제철 맞은 돌배와 헛개나무 열매, 인삼 등을 진열해둔 점포들을 지나다 보면 시장 풍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커피숍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바로 수준 높은 ‘라테아트’로 입소문이 난 커비커피이다.
조동운 대표(28)는 지난해 오래도록 비어 있던 점포를 직접 손보고 꾸며 지금의 커비커피를 완성했다. 거칠게 칠한 벽면의 페인트는 빈티지한 멋을 내고, 유럽 스타일의 고풍스러운 가구들이 편안하면서도 이국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인형과 오래된 시계 같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곳곳에 놓여 있어 생동감과 온기를 더해준다.
“유럽에 있는 시장 골목 어귀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자그마한 커피숍 같은 곳을 만들고 싶었어요. 손님들은 동남아 커피숍 분위기도 난다고 해요.”‘
커피가 맛있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만들겠다는 조 대표의 진심이 매장 곳곳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커피가 수학이라면 라테아트는 체육
조동운 대표는 나이는 젊지만, 커피 경력은 14년 차로 꽤 길다. 조리 전공으로 특성화고등학교에 다닐 때 커피 동아리에 가입해 커피에 입문했다. 틈날 때마다 친구들과 라테아트를 연습하며 실력을 갈고닦았다. 취업 후에도 커피에 대한 미련이 남아, 대학 바리스타 학과에 다시 진학했고, 이후 여러 커피숍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국내외 여러 라테아트 대회에 참가하면서 그간의 노력과 실력을 인정받았다. 강원 강릉, 울산 등에서 열린 소규모 대회에서 1위를 거머쥐었고,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라테아트 대회인 ‘라테아트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020년과 2025년에 6등(2024년 7등)을 차지해 결승전까지 올랐다. 국내에서 라테아트로 열 손가락 안에 든다고 공인된 셈이다.
“커피를 내리는 일이 정확성을 요구하는 수학이라면, 라테아트는 운동, 그러니까 체육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본다고 똑같이 따라 할 수 없고, 미세한 움직임의 차이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거든요. 또 그런 점이 제게는 흥미로웠어요.”
커비커피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정교한 형태의 유니콘, 강아지, 장미 등의 문양을 올린 라테아트를 만날 수 있다. 핼러윈 날이나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에는 그에 어울리는 유령,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트리, 루돌프 모양으로 커피 위를 장식한다.
시각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맛에도 자신이 있다. 라테는 브라질과 과테말라 원두를 섞은 이곳 ‘대표 블렌드’ 원두를 사용하는데, 고소함과 단맛이 조화를 이룬다. 우유와 만났을 때 특히 부드럽고 깊은 풍미가 살아난다. 대표 블렌드는 조 대표가 직접 로스팅한 것으로, ‘마스터 오브 카페’ 로스팅 대회에서 동상을 받기도 했다. 마셔버리기에 아까운 그림이지만, 마셔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는 커비커피의 라테. 이곳 라테아트는 다 마실 때까지 잔에 남아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재방문율 높이는 신선한 매력
커비커피는 매장에서 직접 원두를 로스팅해 사용한다. 갓 볶은 원두의 신선함을 맛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라테를 만드는 ‘대표 블렌드’ 외에도 ‘시즌 블렌드’가 있다. 시즌 블렌드는 이름처럼 계절마다 바뀌지만, 공통으로 산미를 특징으로 한다. 자체 블렌드 원두를 사용하는 고전적인 메뉴로는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플랫화이트, 카푸치노 등이 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코코넛커피, 시트러스커피, 커피토닉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핸드드립으로 추출하는 싱글 오리진 원두(한 지역에서 생산된 커피)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현재는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게이샤, 그리고 딸기향을 입힌 가향 커피인 콜롬비아 스트로베리 등이 라인업을 채우고 있고, 싱글 오리진 원두 구성은 종종 새롭게 교체된다. 커피 외에도 율무라테, 고구마라테, 말차라테, 청포도&레몬에이드, 딸기바나나스무디 등 논커피 메뉴 또한 구비하고 있다.
디저트 중에 가장 자신 있게 내놓은 메뉴는 프렌치토스트이다. 식빵을 이곳만의 비법이 담긴 반죽액에 담가 숙성시켜서 촉촉한 식감과 깊은 풍미를 끌어 올렸다. 그 위에 부전시장에서 공수한 신선한 제철 과일을 듬뿍 올려 완성한다. 담백한 맛이 커피와 잘 어울리는 스콘, 휘낭시에, 브라우니 등도 매장에서 직접 굽는다. 새로운 라테아트와 계절마다 달라지는 원두, 인심 좋은 디저트까지, 커비커피 재방문율이 높은 비결이다.
글 길다래 기자 | 사진 전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