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12월호 기사입니다.
연말연시, 모임이 많은 시기이다. 와인이나 샴페인도 좋지만, 우리 쌀로 빚어 더욱 의미 있는 전통주 한 잔 어떨까. 파티 분위기를 고조시켜줄 톡톡 튀는 매력의 술들이 있다. 한식 상차림이 아니어도, 주량이 약해도, 누구나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탄산 막걸리 3종을 소개한다.
맥주처럼 청량한 얼떨결에 민트
강원 영월에 있는 동강주조(대표 방용준)는 ‘마시기 편한, 음용성 좋은 술’을 추구한다. 막걸리는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에 도전하며 톡톡 튀는 매력의 탄산 막걸리 ‘얼떨결에’ 시리즈를 내놓았다. 플레인 쌀막걸리 민트(알코올 도수 6%), 영월 포도를 넣은 퍼플(6%), 영월 옥수수와 좁쌀을 사용한 옐로(6%)가 그것이다. 방용준 대표는 “이름처럼 얼떨결에 집어 마실 만큼 편안하고 맛있는 술이다”라고 소개했다.
얼떨결에 민트는 동강주조가 추구하는 술맛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순수 쌀막걸리이다. 영월 햅쌀을 고집하고, 자체 개발한 맥주 계열의 액상 효모를 넣어 발효한다. 저온의 라거 맥주 발효 공법을 적용해서 막걸리이지만 맥주와 같은 청량감을 구현했다. 탄산은 별도로 주입하지 않고 발효 과정에서 발생한 천연 탄산을 잘 가두었다. 병입 후 과발효가 일어나거나 탄산이 터지는 일을 막기 위해 알코올과 당분을 정밀하게 측정해 병입·유통한다.
“유통·보관하는 온도에 따라서 탄산감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병을 눌렀을 때 빵빵한 느낌이 들면 탄산이 많은 거예요. 따뜻한 곳에서는 탄산 활동이 활발해져 터질 수 있으니 꼭 냉장고에 보관해주세요.”
동강주조의 얼떨결에 시리즈는 라벨 디자인이 발랄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개봉할 때는 흔들지 말고, 뚜껑을 살짝 돌려가면서 연다. 이때 탄산이 솟아오르며 내용물을 섞어주는데, 이를 지켜보는 것도 이 술을 즐기는 묘미다.
“단맛이 적당하고 보디감이 가벼워서 시원하게 들이켜기에 좋아요. 필스너 맥주잔 같은 길고 큰 잔을 추천합니다. 바비큐나 매콤한 음식과 잘 어울려요.”
와인 대신 자색고구마 막걸리! 퍼플스파클링
테이블 위 ‘빨강’을 포기할 수 없는 크리스마스 파티라면, 부산 소두방양조(대표 김준영)의 퍼플스파클링(6%)을 눈여겨보자. 자색고구마를 넣어 빚은 퍼플스파클링은 천연의 진분홍빛을 띤다. 김준영 대표는 “우연히 자색고구마를 알게 되어 술을 빚어보았는데, 색감이 정말 아름다웠다”며 “눈과 입이 모두 즐거워지는 막걸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퍼플스파클링은 자색고구마와 멥쌀·찹쌀을 주재료로 하고, 500년 전통의 부산 금정산성누룩을 쓴다. 탄산감을 더하기 위해 약간의 설탕만 더할 뿐 보존제나 감미료 등은 일절 넣지 않는다.
“고구마에 든 섬유질 때문에 술이 지나치게 시어지는 걸 잡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고구마 껍질과 심을 제거한 다음 술을 빚고 있어요.”
난관은 또 있었다. 자색고구마 수급이 안정적이지 않았던 것. 김 대표는 결국 직접 자색고구마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자신이 수확한 자색고구마로 술을 빚고 있다. 퍼플스파클링의 탄산은 저온 숙성 과정에서 설탕을 더해 자연스럽게 생긴 천연 탄산이다. 탄산이 강해 개봉할 때는 뚜껑을 여러 번 나눠 열어야 아까운 술이 넘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자색고구마가 30%가량 들어가 질감이 묵직하고, 쌀과 고구마가 주는 자연스러운 단맛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어떤 이들은 ‘톡톡 터지는 자색고구마 요거트’ 같다고도 표현한다. 식전주로 무난하고, 치킨, 매운 닭발, 마라탕 같은 기름지고 매운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다. 소두방양조에서는 탄산 쌀막걸리인 소두방손막걸리(6%)도 선보이고 있다.
수제 자몽청의 매력 자몽탄산막걸리
특유의 상큼함과 은근한 쌉싸름함으로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는 과일 자몽. 자몽으로 담근 막걸리는 어떨까? 지난해 말 부산 가랑가랑양조장(대표 이주운)이 자몽탄산막걸리(6%)를 출시했다. 가랑가랑양조장은 지난해 12월 문을 연 신생 양조장이다. 베테랑 한식 요리사 출신인 이주운 대표는 “한식 요리에 어울리는 술을 찾다가, 결국 직접 빚게 되었다”며 “지나치게 시거나 달고, 무겁고 드라이한 술보다 음식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균형 잡힌 술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몽탄산막걸리는 부산 지역 찹쌀과 물, 누룩, 효모, 비트가루 그리고 이 대표가 생자몽으로 직접 담근 자몽청을 넣어 만든다. 단양주 방식으로 빚고, 채주 하루 전에 자몽청을 더해 과일 고유의 싱그러움을 살렸다. 일주일 정도 숙성하면 천연 탄산이 생기는데, 탄산음료 못지않게 탄산감이 짱짱하다.
자몽향이 상쾌하고 알코올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얼음을 넣어 마시면 자몽에이드라고 해도 믿을 정도이다. 별도의 안주 없이도 충분하지만, 산뜻한 풍미 덕분에 가벼운 해산물이나 피자·타코 같은 서양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가랑가랑양조장에서는 자몽탄산막걸리 외에도 삼양주로 빚은 쌀막걸리 가랑가랑막걸리(12%)· 카랑카랑(15%), 네 가지 베리를 넣은 탄산막걸리 베리베리머치(6%)를 함께 선보이고 있다.
특히 가랑가랑막걸리는 ‘2025 대한민국주류대상 생막걸리 일반주류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가랑가랑양조장은 소규모 양조장이어서 인터넷 주문은 어렵고 보틀 숍이나 한식 주점, 전화 주문을 통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글 길다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 사진 전승 기자, 각 업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