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붉은 햇빛이 농촌의 너른 들녘 위로 떠올랐다. 올해 정부는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와 고환율 등 경제 불안정 속에서 농어촌기본소득을 추진하고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에 나설 방침이다. 농업계 주요 이슈 10개를 통해 2026년 농업·농촌의 향방을 짚어본다.
2024년말부터 농업계를 달궜던 ‘농업 4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올해 8월 시행된다.
개정된 ‘양곡관리법’은 타작물 재배 지원을 통해 벼 재배면적을 조정하고 남는 쌀을 정부가 시장격리하도록 규정했다. 새로워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은 쌀을 포함한 주요 농산물 가격이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정부가 직접 보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바뀐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은 재해 이전에 농가가 투입한 생산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하고, 일정 기준 이상의 자연재해엔 보험료 할증이 붙지 않도록 했다.
농협중앙회가 지난해 창립 64주년을 맞아 선포한 ‘농심천심(農心天心) 운동’이 올해 본격 추진된다. ‘신토불이 운동’과 ‘농도불이 운동’의 정신을 계승·발전한 농심천심 운동은 ‘농민의 마음이 곧 하늘의 뜻’이라는 구호로 농업·농촌의 가치를 국민에게 알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농협은 올해 범국민 대상 농심천심 운동 참여의 장을 마련하고 방송·언론매체를 통한 전사적인 홍보에 집중한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담기 위한 움직임에 새로 불을 지피며, 일터·삶터·쉼터로서의 농업·농촌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우리농(農) 건강365 캠페인’ ‘농협형 농촌살기 시범마을 조성사업’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도입하려는 ‘예비농업인제도’가 예산 미반영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예비농제도는 40세 미만의 농업경영체 미등록자가 농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2년 동안 컨설팅·교육·자금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앞서 정부는 올해 예비농 1000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예산편성이 불발된 영향으로 사업대상이 200명 규모로 축소됐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했던 농업 세대교체 정책이 역량 부족의 청년농을 양산했다는 비판을 받아 예비농제도가 추진됐기에 올해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농업계 의견이 모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에 나선다.
지난해 정부는 2030년까지 농산물 유통비용을 10% 낮추고 온라인도매시장의 거래규모를 도매유통의 50%로 늘린다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내놨다. 그 후속 조치로 농식품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출하자의 최소 수취가격을 보장하는 ‘출하가격보전제(가칭)’을 도매법인별로 시범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그동안 법적 근거 없이 운영됐던 온라인도매시장의 법제화가 눈앞으로 다가온 점도 관심사다. 국회 통과를 앞둔 해당 법안에는 온라인도매시장의 정의와 판매자·구매자 등록 규정 등이 담겼다.
올해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통합돌봄은 거주하는 지역에서 마지막까지 건강하고 존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돌봄·주거 등 생활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계 제공하는 돌봄체계다.
대상자는 65세 이상 노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중증 장애인, 지방자치단체장이 장관과 협의해 인정하는 취약계층 등이다. 본인 또는 가족·친족·후견인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 신청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통합돌봄 시행을 위해 편성된 예산이 부족하고 의료체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개선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햇빛소득마을’ 2500곳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본격 추진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부처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이같은 계획을 확인하며 사업 확대와 신속한 추진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농지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는 영농형태양광 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영농형태양광 사업을 위한 농지 타용도 일시사용 기간을 8년에서 23년으로 늘리는 등의 규제 완화에 나선다. 아울러 햇빛소득마을 구축을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지원에 975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다만 영농형태양광은 수익성과 주민 수용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어 제도 정착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해 정부는 가루쌀·논콩 등의 수요를 확보하지 못해 벼 재배면적 감축 필요성을 제기했다가 한발 물러섰다. 특히 콩은 지난해 생산량이 2024년보다 1000t 증가한 15만6000t을 기록했지만 판로 확보가 어려워 농가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만성적인 쌀 과잉해소를 위해 전략작물 육성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올해는 정부가 적절한 수요처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2440억원 수준이었던 전략작물직불금 예산을 4196억원으로 늘렸다. 아울러 콩 수매비축 물량을 3만t에서 6만t으로 확대하기 위해 예산도 8984억원 편성했다. 국산콩과 가루쌀 소비 활성화 사업 역시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도 우리 농업은 불안정한 대외 환경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지난해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에서 농업분야의 추가 시장개방을 철저히 방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국이 미국의 원예작물 검역 관련 소통을 전담하는 ‘U.S. 데스크’ 설치에 합의하면서 검역절차에 속도가 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함께 제기된다.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고환율 현상은 필수농자재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농업의 특성상 농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올해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만큼 농가경영비 안정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재명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꼽히는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올해부터 2년간 시행된다.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북 옥천, 충남 청양, 전북 순창·장수, 전남 곡성·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총 10곳에서 월 15만원 상당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상품권은 군과 협약을 맺은 면(面) 소재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도 사용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사업은 1월 중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등을 거친 뒤 2∼3월부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부터 도·군비 분담 비율이 도마 위에 오르고, 일부 지역에선 농민복지 예산을 줄여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해 반발을 산 만큼 본격적인 사업 시작까진 진통이 예상된다.
전국에서 광역·기초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시도교육감을 뽑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6월3일 치러진다. 2008년 6월4일 이전 출생자는 투표와 출마가 가능하다.
이번 지선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정확히 1년 만에 실시되는 전국 단위 선거로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입법부와 행정부 권력을 쥔 상황에서 지방 권력까지 손에 넣으면 견고한 국정운영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잇따른 정치적 타격으로 진열이 흐트러진 상황에서 이번 선거로 재기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김해대·이재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