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고품질의 바로미터 수확 후 관리
기존 기술서 한 단계 발전 ‘능동형 CA 저장기술’
호흡률·생리 상태 판단, 저장고 기체농도 제어
배추 110일까지 저장·중량 감소율도 ‘최저’
국내 도입률 1% 수준…시장성 향상 등 과제
농산물을 생산해 고소득을 올리는 것은 모든 농민들의 바람이다. 육종부터 재배, 수확까지의 과정을 잘했음에도 저장 등의 수확 후 관리가 소홀하면 상품성에 타격을 입게 된다. 농산물도 호흡을 하기에 이 과정에서 부패나 발효가 이뤄지면서 감모 등이 발생한다. 따라서 수확 후 상품성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선 온도는 물론 습도, 산소 및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제어해 최적의 조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엔 수확 후 관리의 개념이 크지 않았지만 농산물 저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수확 후 관리 기술도 스마트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수확 후 관리의 대표적인 기술은 CA 저장기술이다. CA 저장기술은 저장고에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설정된 값으로 제어하는 기술이다. 여기에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 능동형 CA 저장기술이다. 능동형 CA 저장기술은 농산물의 호흡률을 계산하고 농산물의 생리 상태를 자동으로 판단해 설정값을 변경한 후 저장고 내의 기체 농도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이 자동제어의 핵심은 ‘인공지능’이다. 수확 후 관리 기술에도 인공지능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박천완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 연구사는 “능동형 CA 저장고는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해 농산물의 호흡률을 스스로 계산한다. 만약 농도가 정상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하면 설정값을 자동으로 바꿔 적용하는 시스템이다”며 “과일이나 농산물의 수분 손실도 보호하면서 품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능동형 CA 저장기술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농업과학원은 보은거점산지유통센터에 능동형 CA 저장고를 설치해 봄배추의 장기저장 효과를 실증했다. 3개월 동안 일반 저온 저장과 능동형 CA 저장고에 저장한 봄배추의 품질 상태를 비교한 결과, 예상을 뛰어 넘었다. 일반 저온 저장고 대비 능동형 CA 저장고의 중량 감소율은 2.65%에 그쳤지만, 일반 저장고는 14.2%나 됐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당초 90일까지를 저장 기간으로 설정했지만, 110일까지도 저장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농업과학원의 연구 외에도 김치공장이 능동형 CA 저장고를 임대해 실험한 결과에서도 일반 저온 저장고에 비해 수율이 높은 것으로 증명됐다. 이에 연구진은 향후 실증을 통해 봄배추 저장 기간을 도매시장 출하는 90일, 김치공장은 120일까지 늘리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저장 기간 연장 품목을 봄배추로 타깃한 이유도 명확하다. 봄배추의 가격 등락을 능동형 CA 저장고를 통해 장기 저장하면 수급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한 MA 포장필름을 함께 적용하면 봄배추 수급의 취약기인 9월까지 안정적인 공급 기반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봄배추 외에 다른 품목에서도 저장 기간 연장과 품질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사과의 경우 290일 저장 기간을 기준으로 일반 저온 저장은 무게 감소율이 6.7%였지만, 능동형 CA 저장고는 4.2%였다. 만감류는 능동형 CA 저장고에서 4개월 저장 기준으로 정상과 출현율이 레드향은 85%, 천혜향은 74%, 한라봉은 89%로 나타나 일반 저온 저장에 비해 모두 10% 이상 정상과 출현율을 보였다.
이처럼 능동형 CA 저장고의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 도입은 1% 수준으로 파악된다. 과거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 능동형 CA 저장고 도입을 추진했지만 시장성이 없어 철수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농산물의 장기 저장이 필수로 여겨지면서, 해외 기업들이 국내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1%에 불과한 국내 시장이 30%까지만 성장해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박천완 연구사는 “능동형 CA 저장기술 국산화에 대한 현장의 의구심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국가 연구기관에서 기술을 개발·보급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현장의 신뢰도와 만족도가 높다”며 “다만 농가들은 여전히 기술에 익숙하지 않다. 따라서 2026년부터는 농가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이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준비를 하면서 현장 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