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 12월호 기사입니다.
번식우농장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발정 관찰과 송아지 관리다. 그런데 전북 정읍 <서우농장>에서는 이 작업들을 발정탐지기와 로봇포유기로 하고 있다. 분뇨 처리도 사람이 뒤집어주는 대신 퇴비교반기를 사용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를 이용해 노동력을 30% 이상 절감하고 사육 규모와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는 <서우농장> 정왕용 대표를 만나봤다.
전북 정읍에서 번식우 350여 마리를 포함해 1000여 마리의 한우를 일관 사육하는 <서우농장> 정왕용 대표.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에서 석·박사 과정까지 마친 그는 2005년 아버지가 운영하는 농장에 들어왔다.
“농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직접 거세나 수정을 시킬 수 있는 기술들을 익히는 것이 소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하다 보니 몸이 지쳐 더 이상 발전적인 생각을 할 수 없더라고요.”
고민 끝에 노동력 절감에 도움이 되는 발정탐지기와 로봇포유기·퇴비교반기 등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들을 하나씩 도입해 농장에 접목해 나갔다. 그리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일을 나누고 경영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가령 송아지 관리와 조사료 생산처럼 중요하고 전문적 기술을 요하는 일은 정 대표가 직접 챙기는 반면 물통 청소와 사료 급여, 바닥 관리 등과 같은 단순노동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인공수정은 전문 수정사에게 맡기고 있다.
데이터 입력과 번식 성적 관리는 농장주 몫
정 대표가 번식우농가에 가장 추천하는 ICT 장비는 바로 발정탐지기다.
“사육 규모가 점차 늘어나고 조사료 작업 등 일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발정 관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어요. 발정 관찰을 제대로 못하니 수태율도 떨어질 수밖에요. 그래서 10여 년 전 목걸이형 발정탐지기를 도입했는데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정 대표에 의하면 축사에서 소를 24시간 지켜보지 않는 한 발정 시작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수정 적기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목걸이형 발정탐지기를 도입하면 소의 반추 시간과 활동량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발정이 온 개체와 수정 적기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농가에 알려준다.
<서우농장>은 발정탐지 프로그램의 데이터를 인공수정사와 함께 공유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정탐지 프로그램을 보고 몇 번째 칸에 몇 번 소가 발정이 왔다고 인공수정사에게 얘기하면 해당 프로그램을 확인한 후 수정 적기 시간에 맞춰 농장에 와서 수정을 시키는 방식이다.
다만 세부 데이터 입력과 번식 성적 관리는 농장주의 몫이다. 공태일수가 길어지는 소에 대한 집중 관리와 빠른 도태우 선정으로 보이지 않는 경영비를 잡기 위해서다.
정 대표는 발정탐지기 도입 후에도 발정 탐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번식우의 사양관리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번식우의 체형 관리가 불량하거나 수분이 높은 조사료를 급여할 경우 번식 장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장 번식 규모를 늘리면서 인공포유 기술도 도입했다.
정 대표는 송아지가 태어나면 바로 송아지방으로 데리고 와 체중 측정과 배꼽 소독을 한 뒤 분말 초유를 2~3ℓ 먹인다. 이후 질병 빈도가 높고 집중 관리가 필요한 생후 30일까지는 개별 송아지방에서, 생후 31~60일까지는 송아지 운동장에서 로봇포유기를 이용해 대용유를 먹인다.
송아지마다 먹는 양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생후 30일까진 6ℓ, 생후 50일까지 8ℓ의 대용유를 하루 네 번에 나눠서 주고 절반씩 점진적으로 줄여 생후 60일 전후에 이유를 시킨다. 조사료원은 생후 30일 이후 알팔파 펠릿을 주고 이유한 후엔 블루그라스·티머시·클라인 등과 같은 화본과 건초를 추가로 준다.
송아지 인공포유로 성장 속도 빨라져
“송아지에게 인공포유를 시키면 어미 소 밑에서 자랄 때보다 동일한 품질의 대용유를 충분히 먹을 수 있어 자가 면역력이 빨리 형성되고 성장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집니다. 또 송아지를 한곳에 모아 집중 관리할 수 있어 관찰이 용이하고 치료도 조기에 이뤄지죠.”
송아지뿐 아니라 어미 소도 여러모로 이득이다. 모유로 빠져나가는 영양 손실이 없어 재귀발정일이 빨라질 뿐 아니라 비육을 시킬 때도 훨씬 유리하다. 송아지에게 어미젖을 먹이지 않기 때문에 분만 전후 어미 소에게 돋아먹이기를 하거나 설사 예방 백신도 필요 없다. 송아지들이 없어 바닥 관리에도 신경을 조금 덜 써도 된다. 인공포유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초유와 대용유의 품질이다.
“초유는 면역글로불린 함량이 정확히 명시된 제품을 사용해야 합니다. 적정 면역글로불린 함량은 100~150g이에요. 이보다 면역글로불린 함량이 낮으면 송아지의 수동면역이 적게 생기고 반대로 이보다 면역글로불린 함량이 높으면 가격도 비싸고 이용성도 떨어질 수 있죠.”
대용유 역시 어미젖과 가장 비슷한 성분의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대두박이나 값싼 식물성 유지를 사용한 대용유는 가격은 저렴할지 몰라도 소화흡수율이 떨어져 허약한 송아지로 자랄 수 있다. 따라서 대두박 대신 유청단백질, 값싼 식물성 유지 대신 유지방을 원료로 사용한 대용유를 선택해 송아지에게 급이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인공포유기 관리와 점검 신경 써야
정 대표는 “인공포유를 하면 어미 소가 송아지를 관리할 때보다 노동력은 조금 더 들어가지만 송아지 생산성과 어미 소의 번식 성적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우리 농장의 송아지 폐사율이 3% 내외로 낮고 어미 소의 평균 공태일수가 80일 정도에 불과한 것도 인공포유와 발정탐지기 덕분”이라고 말했다.
로봇포유기는 번식우 규모가 200마리 이상이면서 연중 분만이 이뤄지고 기계 작동이나 유지 관리에 자신 있는 농가에서 도입하는 것이 좋다.
“기계라는 것이 연중 사용할 때는 그나마 덜 관리해도 괜찮아요. 그런데 잠깐 쓰다 말면 기계 사이에 유지방 등이 끼어 부패할 수 있어요. 이런 것을 모른 채 인공포유를 시작하면 처음과 달리 송아지 설사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원인 모를 폐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로봇포유기는 하루 두 번 자동 세척이 이뤄진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은 정 대표가 직접 기계를 분리해 꼼꼼히 청소해 주고 대용유가 지나가는 관도 주기적으로 한 번씩 교체해 준다.
또 대용유 농도가 맞지 않을 경우 송아지 육성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주기적으로 입력한 대용유와 물의 양이 정확히 나오고 있는지 체크하고 맞지 않을 시엔 보정해 줘야 한다.
정 대표는 “기계만 믿고 인공포유를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장비 관리와 점검은 전적으로 농장주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5년 전에는 퇴비사에 ICT를 접목한 퇴비교반기도 도입했다.
“예전에는 제가 직접 장비를 이용해 뒤집기 작업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미리 세팅만 해 놓으면 2.5m 길이의 스크루가 분뇨 속으로 들어가 자동으로 뒤집기 작업을 해 주고 강력한 바람까지 불어넣어주니 퇴비 부숙도 빨라지고 품질도 훨씬 좋아졌죠. 게다가 퇴비 부피까지 40% 정도 줄어 운송비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서우농장>에서는 퇴비사에 분뇨를 쌓아 놓고 한 달 동안은 하루 한 번씩, 그 이후에는 보름에 한 번씩 교반이 이뤄지게 세팅해 놨다. 이때 완숙 퇴비를 바닥이나 벽면 쪽에 미리 깔아 놓으면 부숙이 훨씬 빨리 된다. 또 기온이 낮은 겨울철엔 분뇨 높이를 3m 정도로높게 쌓아야 열 손실이 적게 발생해 발효가 잘 이뤄진다.
“ICT 장비들은 가격대가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농가에서 도입하기 전 우리 농장에 꼭 필요한 장비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위촉한 스마트축산 청년 서포터즈로도 활동하고 있는 정 대표는 “스마트 장비를 이용하려면 쓰는 사람도 스마트해져야 하고 기계에 대해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며 “스마트 장비를 이용해서 내가 스마트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마트해져야 스마트 장비를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 장영내 | 사진 이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