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한반도 서쪽을 기준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나면서 우려를 자아낸다. 더욱이 올 동절기엔 농장 발생건수가 야생조류에서의 검출건수를 크게 웃돌면서 농장 단위 차단 방역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된다. 본지는 고병원성 AI 확산을 막기 위해선 방역수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농장 내 실태와 정부 움직임을 짚는다.
◆6개도 20개 시·군서…한반도 서쪽에 집중=2025∼2026년 동절기 국내 가금농장 고병원성 AI 발생사례는 12일 오후 6시 기준 34건으로 집계됐다. 9일 전남 나주 육용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다. 지역별로는 경기·충북 각 9건, 충남 5건, 전북 3건, 전남 7건, 광주광역시 1건이다. 행정구역별로는 6개 시도 20개 시·군에 달한다. 이들은 한반도를 동서로 나눴을 때 서해안 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해안은 겨울철새의 주된 이동경로라는 점에서 발병 원인으론 철새가 흘리는 분변 등에 일차적인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야생조류 폐사체 등에서 검출된 고병원성 AI 건수가 24건에 그친다는 점이다. 그해 상황에 따라 농장 발생건수가 야생조류 검출건수를 웃돌 때가 있지만, 올겨울 확진 농장이 꾸준히 나온다는 점은 농장 단위 차단방역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발생농장 전원 방역수칙 1건 이상 어겨=최근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는 이같은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1∼28차 발생농장을 대상으로 올들어 7일까지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위반사항이 1건도 없는 농장은 단 한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농장 전체가 방역수칙을 1건 이상 어겼다는 얘기다.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송미령·농림축산식품부 장관)는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말까지를 ‘AI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정하고 행정명령 11건과 공고 7건을 내려 농가 방역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행정명령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런 상황인 데도 발생농장에선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수칙을 어긴 곳이 과반 이상이었다. 가장 많이 확인된 위반사항은 농장 출입자가 소독 을 하지 않거나 전용 의복·신발을 착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28곳 가운데 75%(21곳)에서 지키지 않았다.
청결·오염 구역을 구분하지 않거나 신발 소독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등 전실 운영이 미흡한 농장은 71%(20곳)나 됐다. 농장 안에 들어온 축사 출입자가 소독을 하지 않았거나 축사 전용 의복·신발을 착용하지 않은 사례도 68%(19곳)에 달했다. 농장 출입차량을 소독하지 않은 곳은 57%(16곳),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농장은 54%(15곳)였다.
◆“방역수칙 준수가 고병원성 AI 차단 출발점”=방역당국은 기본 방역수칙 준수가 고병원성 AI 차단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중수본 관계자는 “출입자 소독과 전용 의복 착용 같은 기본수칙만 지켜도 농장간 전파 위험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며 “농가의 방역의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 동절기부터는 농가 책임을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방역 수준에 따라 보상 차등 조치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9월24일 ‘2025∼2026년 겨울철 가축전염병 특별방역대책’을 내놓으며 농가 단위 차단방역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방역 이행 정도에 따라 조치를 달리해 농가 중심의 방역관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발생농장 반경 500m 안에 있는 농장을 대상으로 예방적 살처분을 하지만 방역 우수농가에는 살처분 제외 선택권을 부여하거나, 살처분 보상금 감액을 낮추는 등 혜택을 확대한다. 대신 방역 미흡농가에는 과태료를 상향하는 등 불이익을 적용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5일 고병원성 AI 중수본 방역대책 회의에서 “지난해 12월과 마찬가지로 1월 역시 고병원성 AI 발생 위험이 큰 시기”라며 “가금농가에선 기본 방역수칙을 빈틈없이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고병원성 AI 발생농가는 축산농가와 국민 먹거리 안전에도 피해를 준다”며 “방역수칙을 위반한 농장에는 관련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고 있는 만큼 농가에선 경각심을 갖고 방역에 임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미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