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홍란 기자]
국가유산청 행정지침만으로
벌채·조림 등 사업 3ha 이상 땐
매장유산 보존 지표조사 부과
비용도 원치적으로 사업자 부담
원목생산업협회 기자회견 열고
국민 재산권 침해 등 위헌 지적
‘매장유산법’ 제외 규정과도 배치
국가유산청이 행정지침만으로 산림 지역 내 벌채·조림 행위에 대해 문화재 지표조사를 사실상 의무화하면서 임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임업계는 이번 조치가 법률상 근거 없는 규제 확대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국가유산영향진단법’ 시행에 따른 행정지침을 마련하고, 벌채·조림·임도 개설 등 산림사업의 경우 개별 사업 면적을 합산해 3ha 이상일 때 매장유산 보존을 위한 지표조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지표조사는 개발 예정지의 지표를 조사해 매장문화재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로, 조사 비용과 행정 절차는 원칙적으로 사업자가 부담하게 된다.
이와 관련 한국원목생산업협회는 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유산청의 해당 지침은 국민의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규탄했다. 협회는 “법률이나 시행령에 근거하지 않은 행정지침으로 조사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명백한 법률유보 원칙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임업계는 이번 조치가 기존 제도 운영과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산림의 지표조사와 관련해서는 2006년과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가 있었고, 2010년에는 산림청과 당시 국가유산청(문화재청) 간 공식 협의도 이뤄진 바 있다. 2011년 제정된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역시 기존 산림 지역에서의 벌채·조림 행위에 대한 지표조사 제외 제도를 명확히 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유산청과 법제처는 이번 행정지침과 법령해석을 통해 산림지역에서 이뤄지는 벌채나 임도·작업로 개설이 매장유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행위로 보고, 일정 규모(3ha) 이상일 경우 지표조사 대상이 된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임업계는 “해당 지침은 산림 현장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데다, 산림 정책을 총괄하는 산림청과의 사전 협의도 없이 마련됐다”며 “지표조사로 조림 계획 수립은 물론 목재 수급과 이용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관련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경북 문경시에서 원목을 생산하고 있는 김기하 한국원목생산업협회 경북지회장은 지난달 10일 4.9ha 규모의 벌채면적에 대해 국가유산영향진단 지표조사 비용으로 500만원을 청구받았다. 이는 원목 생산으로 발생하는 소득이 1ha당 100만~2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목생산업협회는 “이번 헌법소원은 특정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지침이 법률을 대체할 수 있는지, 행정권이 협의와 입법을 거친 제도를 일방적으로 뒤집을 수 있는지를 묻는 헌법 질서의 문제”라며 “헌법재판소가 이번 사건을 통해 행정지침의 한계와 행정권 남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임업인총연합회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원목생산업협회의 헌법소원 제기는 임업 전반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문제 제기”라며 “총연합회 차원에서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총연합회는 이번 헌법소원에 참여하는 한편, 회원 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제도 개선을 요구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홍란 기자 hongr@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