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연 6만톤 수준 정부 비축만으론
콩 생산량 증가 흡수하기 어려워
일본의 ‘콩 교부금 지원’ 등 통해
가공업계 국산 ‘가격 장벽’ 낮추고
‘원료 프리미엄’ 부각 정책 필요
GMO 혼입 콩 표시 기준 강화
‘국산 사용 비중 목표제’ 등 제시
국산콩의 취약한 소비 기반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수입 콩과의 가격경쟁을 지원하는 방안과 함께, 소비 분야를 아우르는 전략 재편에 초점이 집중된다. GMO 완전표시제 시행에 발맞춰 표시 기준을 강화하는 등 국산콩 전환을 촉진할 정책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어기구·윤준병·김선교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한 ‘국산콩 소비 활성화를 위한 산업 발전 방안 토론회’가 열려 생산자와 가공업체, 학계, 정부, 전문가가 소비 활로를 모색했다.
참석자들은 국산 콩의 소비 기반이 취약한 데다 연간 6만톤 수준의 정부 비축 물량만으로는 생산량 증가를 충분히 흡수하기 어려워 2030년 콩 자급률 45% 달성 등의 정책 일관성이 흔들리고 수급 불균형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소비 확대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김대식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회장은 “정부 비축은 시장 안정을 위한 완충 장치로 필요하지만, 상시 판로(소비처) 확대가 병행되지 않으면 동일한 구조적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산콩 정책 방향을 공급 중심에서 수요를 창출하는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진 모가영농조합법인 대표도 “단순한 ‘양적 증산’을 넘어 생산자가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질적 소비 확대’를 위한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가공업계에서는 국산콩의 ‘가격 장벽’을 낮추기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승재 풀무원식품 상무는 “수입콩과 국산콩의 가격 차이가 3배에 달해 국산콩 전환 유인이 떨어진다. 일본은 콩 교부금 지원을 통해 국산과 수입 가격 차이를 1.5~2배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주요 국가들은 자급률 향상과 식량안보를 이유로 가격 부담을 시장이나 제조기업에 전가하지 않고 정책적으로 흡수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가격 구조를 설계해야 하는 것이 국산콩 소비 활성화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수입콩과의 가격 격차를 상쇄할 수 있는 국산 프리미엄을 부각하는 정책 개발이 시급하다는 제언도 제기됐다. 전찬오 연세유업 팀장은 “국산콩은 농가 수매 이후 저온유통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 미국이나 브라질 등 벌크선이나 컨테이너선에 실려 태평양을 건너오며 장기간 유통되는 과정에서 산패 우려가 있는 수입콩이 절대 따라올 수 없는 품질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며 “국산콩 원료 프리미엄을 소비자에 어필할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산자들은 GMO 완전표시제 시행을 앞두고 GMO 표시 기준을 강화하는 후속 조치가 국산콩 소비 확대로 직결될 수 있다는 목소리다. 김대식 회장은 “지난해 법 통과로 완전표시제가 올해 시행될 예정으로, GMO 표시를 의무화한 제도 도입 취지에 맞도록 GMO 성분의 비의도적 혼입 기준을 적어도 유럽연합 수준(0.9%)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식용 두부에서도 GMO가 검출된 사례가 있지만, 이런 사실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채 국산콩이 비싸다는 점만 부각되고 있다”면서 “가공업체들도 가격 논리에서 벗어나 국산콩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규 시장 개척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대식 회장은 “연도별 국산콩 사용 비중을 정해 운영하는 목표제인 ‘국산 콩 사용 비중 목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공공급식 확대를 통해 소비 기반을 키워야 한다”며 “지역로컬푸드와 연계해 지역 단위의 안정 수요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진 대표는 “고령층 단백질 섭취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국산콩을 활용한 두유 섭취 증대 및 식생활 습관 개선 지원은 국산콩 소비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신규 시장 개척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문인철 aT 수급이사는 “식용대두 중 유지류(콩기름) 시장이 56%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크지만, GMO 수입콩이 장악하고 있다”며 “국산콩 제품 개발을 통해 차별화된 수요를 원하는 시장을 새롭게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허동웅 농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국산 비축콩 할인 확대 등을 통해 수입콩 가공업계의 국산콩 전환을 유도하고, GMO 완전표시제에 대비해 국산 콩기름 신규 발굴과 국산품 소비 촉진, 신제품 개발 등을 추진하겠다”며 “GMO 완전표시제로 인해 유지류 관련 시장에서도 마케팅 뿐만 아니라 효능감 등을 통해 가격 원가로는 뚫을 수 없는 차별화된 시장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국산콩 제품을 선택하도록 해 콩 산업 전반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