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이 지나치게 많은, 이른바 ‘비계 삼겹살’ 명칭을 지방 함량에 따라 앞삼겹·돈차돌·뒷삼겹 세가지로 세분화한다. 달걀 규격도 ‘왕·특·대·중·소’로 표기했던 것을 ‘2XL·XL·L·M·S’로 변경한다. 한우는 28개월령 이하 도축 비중을 2030년 20%로 늘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3일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내놨다.
◆한우고기 농협 중심으로 유통 효율화=한우고기는 농협 중심으로 유통을 효율화한다. 한우고기에 관해선 농협의 시장점유율(2025년말 33%)이 꽤 높기 때문이다. 우선 농협공판장(부천·음성·나주·고령) 내 한우고기 직접 가공 비중을 2025년말 32% 수준에서 2030년 40% 이상으로 확대한다. 2028년 하반기 건립 예정인 농협 부천복합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온라인·군납 등 분산된 농협 유통기능을 일원화해 유통비용을 최대 10% 낮춘다.
한우고기 도소매가격 연동성도 강화한다. 한우고기 경락값이 내렸음에도 소매가격이 꿈쩍 않는다는 지적을 고려한 조치다. 이를 위해 전국 농협하나로마트 등 판매장에 도매가격을 반영한 ‘권장가격’을 제시해 소매가격을 빠르게 조정한다. 또한 한우고기 판매장수를 하나로마트는 2025년말 980곳에서 2030년 1200곳으로, 한우프라자는 192곳에서 210곳으로 확대한다.
사육기간 단축도 추진한다. 2025년 기준 평균 32개월에 이르는 한우 사육기간을 28개월로 단축해 생산비를 낮추도록 유도한다. 사육기간을 4개월 줄이면 사료비가 10% 이상 절감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위해 한우 거세우 28개월령 도축 비중을 2024년 8.8%에서 2030년 20%로 확대한다.
◆돼지고기 거래가격 투명성 제고…과지방 삼겹살 명칭 변경=돼지고기 도매시장을 기존 10곳에서 2030년 12곳으로 늘린다. 도매가격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농가가 경매출하하면 사료자금을, 가공업체가 경매물량을 구매하면 원료구매자금을 우선 지원한다. 이를 통해 경매비율을 2024년 4.5%에서 2030년 10% 이상으로 높인다.
가공업체의 돼지 구입·정산 가격도 조사해 공개한다. 이를 위해 ‘축산물 유통 및 가축거래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축산물유통법)'을 제정해 돼지 거래가격 조사·공개를 법제화한다. 관련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업체수를 올해 20곳 이상 확보한다.
최근 수년간 논란이 됐던 ‘떡지방(과지방) 삼겹살’ 문제 해결에도 나섰다. 삼겹살(1+등급) 내 지방비율 범위를 현행 ‘22∼42%’에서 ‘25∼40%’로 축소한다. 이를 통해 현행 삼겹살로 통칭하는 부위 명칭을 적정지방은 ‘앞삼겹’, 과지방은 ‘돈차돌’, 저지방은 ‘뒷삼겹’으로 세분화한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관련 고시를 올해 안으로 개정한다.
이밖에 ‘생산관리 인증제’를 도입해 품종·사양 기술 등을 차별화한 생산자단체를 발굴한다.
◆닭고기·달걀 가격 조사체계·등급제 개편=달걀은 껍데기에 표시하는 품질등급을 ‘판정’ 대신 ‘1+·1·2등급’으로 구체화한다. 중량 규격도 현재 ‘왕·특·대·중·소’에서 국제규격인 ‘2XL·XL·L·M·S’ 바꾼다.
닭고기·달걀 소비자가격 조사 체계도 개편한다. 닭고기는 기존 생닭(1마리)에서 부분육(절단육·가슴살 등)으로 가격 조사 대상을 변경한다. 달걀은 특란·대란 가격을 물량에 따라 가중 평균해 산출하는 방식을 도입해 계절별 생산비중 변화에 따른 시장가격 왜곡을 방지한다.
이밖에 농가와 유통상인 간 ‘표준거래계약서' 작성을 제도화해 달걀 거래가격 투명성을 확보한다.
◆축산업계, “실효성 가질지는 지켜봐야”=생산자단체와 유통업계에선 대체로 신중한 반응이다. 정부방안이 실효성을 가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한우 사육기간 단축과 관련해선 단기 비육을 했을 때 출하체중이 줄어 농가가 손해를 보거나 한우고기맛이 소비자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돼지 거래가격 보고제 도입 관련해선 반대 견해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축산물유통법’ 제정안에 담긴 돼지 거래가격 보고에 대해 농가 가격교섭력 약화 등을 이유로 지난해부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닭고기 부분육 시장이 커지는 만큼 소비자가격 조사는 가능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달걀 거래 ‘표준거래계약서’ 작성 제도화와 달걀 규격 변경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표준거래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가 관건으로, 파란(금가거나 깨진 달걀)에 따른 손실비용 부담 주체, 정산 기간 등 세부사항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소비자는 규격 명칭보단 가격을 중심으로 달걀을 선택하는 만큼 기존 규격에 맞춰 제작한 포장재를 모두 교체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보경 기자 brigh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