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최영진·고성진 기자]
한일 정상회담서 추진 재확인
한종협·전농 등 검토 철회 촉구
일본이 사실상 주도
후쿠시마산 수입 재개 등
수산업계도 우려 커져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추진 의사와 향후 실무협의 방침을 밝히자 농수산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을 웃도는 사실상 완전 개방으로, 농업의 근간과 식량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4일 일본 현지 브리핑에서 전날 열린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 측은 CPTPP 가입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고, 일본 측도 기본적인 대응을 했다”며 “긍정적으로 논의됐다”고 밝혔다. 이어 실무진 간 추가 협의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즉각 CPTPP 가입 검토 전면 중단과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CPTPP 가입은 단순한 통상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농업과 국민 먹거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사안”이라며 “정부는 가입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농업과 먹거리 안전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한종협은 한국이 후발 가입국이라는 점에서 농산물 추가 개방 압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기존 FTA의 농업 부문 관세 철폐율은 72~79% 수준인 반면, CPTPP는 약 96%에 달한다. 한종협은 “이 같은 격차는 ‘가입비’라는 명목 아래 농업이 또다시 희생될 가능성을 높인다”고 비판했다.
동식물위생·검역(SPS) 규범의 지역화·구획화도 주요 쟁점으로 지적됐다. 특정 지역이나 개별 농장 단위로 수입 기준을 적용할 경우, 병해충이나 가축 전염병 이력이 있는 국가의 농산물도 일부 조건만 충족하면 수입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종협은 “그동안 과수화상병, 광우병 등을 이유로 막아왔던 생과실과 신선 축산물의 국내 유입이 늘어나면 국민 먹거리 안전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국민 안전과 농업 현실을 외면한 CPTPP 가입 검토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CPTPP는 농업 관세 철폐율 96.1%, 수산업 100%에 달하는 사실상의 완전 개방 협정으로 농어업과 국민 건강권에 미칠 피해가 막대하다”며 “그간 농어민은 물론 사회 각계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정부는 충분한 소통 없이 가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농은 “식량주권 포기와 국민 건강권 침해로 이어질 CPTPP 가입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산업계에서도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일본이 CPTPP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이 크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자국산 수산물 수입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며, CPTPP 협상 과정에서 이를 조건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CPTPP 규범에 따른 보조금 제한까지 겹칠 경우 수산업 전반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두식 수산업정책연구소장은 “CPTPP 가입을 위해서는 일본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대만 사례처럼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로 인해 수산물 전반의 안전성 논란으로 번질 경우 소비가 급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영대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도 “면세유, 정책보험 등 보조금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며 “수산보조금 금지로 이어진다면 수산업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 전면 철폐에 따른 국내 생산 기반 약화뿐 아니라, 규범 문제로 인한 비관세장벽 확대 역시 부담으로 거론된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는 “활돔 등 일부 민감 품목의 관세가 30%에서 0%로 낮아질 경우 자급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노동·환경 규범을 포함한 고수준 통상인 만큼, 노동 문제가 불거질 경우 비관세장벽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CPTPP로 인한 수산업계 연평균 피해액을 해양수산부가 69억~724억원으로 추산한 것에 대해서는 “실제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FTA 폐업지원제’ 부활이나 피해보전직불제 확대 등 대응책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4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정책고객과 함께하는 업무보고’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CPTPP와 관련해 “그간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고, 두 차례에 걸쳐 국회 단계에서 사실상 논의가 보류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은 “농업 분야에서는 우리 농업의 민감성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관련 연구도 이미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전체 국익 차원에서 CPTPP 논의가 진행된다면, 농업 분야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완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생산자 단체와 논의해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설명했다.
김경욱·최영진·고성진 기자 kimk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