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홍란 기자]
임차·매입 경쟁 갈수록 심화
청년농 우선 정책에 소외감
농지 교환제도 활성화 요구
노후 수리시설 개선 주문도
김인중 사장 현장 의견에 공감
“예산 확대·제도 보완” 약속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지은행 등 공사 주요 사업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15일 충북 음성 대소면행정복지센터에서 ‘농업인과 함께 하는 농지은행’을 주제로 올해 첫 현장 간담회를 열고, 농지은행사업 개편 내용 등 공사 주요 사업을 공유하는 한편 농업인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서 농업인들은 기존 농가들의 농지 확보 어려움과 노후 수리시설 개선 필요성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으며, 공사는 예산 확대와 제도 보완을 통해 현장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김인중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주재로 열렸으며, 한국후계농업경영인·한국여성농업인 음성군연합회와 한국쌀전업농 충북도연합회를 비롯해 지역 농업인 10여 명이 참석해 의견을 전했다.
▲농지 확보 어려움=현장에서는 중장년 농가와 기존 농가들의 농지 확보 어려움과 상대적 소외감이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허재영 한국쌀전업농 충북도연합회장은 “농지은행 사업이 1990년대 초·중반 전업농 육성을 목표로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대상이 세분화되면서 농지 임차·매입 과정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특히 임차에서 청년농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다 보니 기존 농업인들은 권리를 빼앗기는 듯한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인중 사장은 “현재 농지매매사업과 공공임대용 농지 매입·임대사업의 약 70~80%가 청년농에게, 20~30%가 일반 농업인에게 배분되고 있다”며 “청년농 육성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큰 만큼, 기존 농업인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구조라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어 “예산 규모를 우선 확대해 지원 물량 자체를 늘리고, 청년농과 일반 농업인이 과도하게 경쟁하지 않도록 사업 대상과 비율을 구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음성군 삼성면에서 콩을 재배하는 정진우 씨도 “농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50대 세대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농지 교환제도를 보다 활성화해 영농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40~50대 세대 지원 확대와 농지 교환제도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며, 올해부터 관련 제도를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농어촌공사는 올해 개편되는 농지은행사업 추진 계획도 함께 설명했다. 공공임대용 농지 매입 물량을 지난해 2500ha에서 올해 4200ha로 확대하고, 선임대후매도 사업 물량도 지난해 50ha에서 올해 200ha로 4배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영농 경력에 따른 지원 한도를 폐지하고, 지원 면적 한도도 상향하는 등 지원 체계도 개편한다.
김인중 사장은 “공사에 부임해 7개월 동안 여러 현안을 접했지만, 가장 많은 고민과 신경을 쓴 사안이 농지은행사업이었다. 농지은행을 둘러싼 현장의 불만과 의견이 적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농업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될 수 있도록 최대한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노후 수리시설·농업용수 문제=농지은행이 간담회의 주요 주제였지만, 노후 수리시설과 농업용수 관리 문제도 함께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고령화와 경영 규모 확대로 수로 관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물 대기가 여의치 않아 규모화를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1998년 수세 폐지 이후 정부 보조금은 연간 15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현재 농업용수 공급에 필요한 재원은 연간 6000~7000억원에 달한다”며 “공사 자산 매각과 지자체 지원을 포함해도 매년 약 2000억원의 재원이 부족해 현장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폐저수지 등을 활용한 수상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전액 농업용수 공급과 수리시설 유지·관리에 투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과원규모화사업 지원 금액 현실화 △공공임대농지 내 시설하우스 신청 절차 간소화 △선임대후매도 사업 대상자 기준 완화 및 물량 확대 △임차농지 내 영농부산물 처리 지원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한편 한국농어촌공사는 이날을 시작으로 지역별 현장 간담회와 설명회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홍란 기자 hongr@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