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본부, 골든타임 사수 온 힘
가장 먼저 현장에 출동하고
후속처리까지 밤샘도 일쑤
지난해 전화예찰만 388만건
지연신고 줄여 확산 차단 큰몫
드론 활용 30개 철새 도래지 관리
지붕 환기구 등 소독도 꼼꼼히
야생조류 인식 예찰 정밀도 높여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이 계속되면서, 최일선 대응기관인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본부장 김태환, 이하 방역본부)가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긴급 초동방역 등 고병원성 AI 발생 현장에 최초로 투입돼 온 몸으로 질병 확산을 막아 내고 있고, 조기 발견을 위해 300만 건이 넘는 전화예찰을 진행하는 등 말 그대로 고군분투 중이다. 올해부터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야생조류 인식 등 예찰 정밀도를 높이고, 드론을 이용한 소독 지원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방역업무의 중요성과 높은 업무강도에도 불구하고, 현장 방역인력에 대한 열악한 처우 문제는 여전히 개선돼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의심 신고 접수, 1시간 내 현장 출동=방역본부는 고병원성 AI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신속한 현장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초동방역팀이 1시간 내로 현장에 출동해 이동통제 및 기초 역학조사를 실시한다. 초동방역과 이동통제 등 골든타임을 놓치면 자칫 국가 재난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기웅 방역본부 사업처장은 “지난해 9월 이후 현재까지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34건이지만, 초동방역팀 투입 건수는 그보다 2배 많은 67회에 달한다.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사례도 많았기 때문”이라며 “살처분 등 후속처리가 끝날 때까지 밤새 현장을 지키고, 길게는 3~4일이 걸리기도 한다. 이처럼 현장 방역사들은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료채취는 지방자치단체, 역학조사는 검역본부 소관이지만, 현장상황에 따라 방역사들이 관련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박기웅 사업처장은 “예를 들어 가축의 피를 뽑는 등 시료채취는 지자체(동물위생시험소 수의사) 소관 업무지만, 역학관련 농가나 방역대 농가가 많을 경우 지자체에서 소화를 못하기 때문에 방역사들이 지원해주고 있다”면서 “시료채취가 빨리 끝나야 검사결과가 빨리 나오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지원업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병원성 AI의 조기 발견을 위해 예찰도 강화하고 있다. 전화예찰이 대표적인데, 지난해 388만건의 전화예찰을 통해 1191건의 가축질병 임상증상을 발견했고, 고병원성 AI 의심신고 2건이 접수되기도 했다. 박기웅 사업처장은 “고병원성 AI 확산을 막기 위해선 농가 신고가 굉장히 중요한데, 과거에는 지연신고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지금은 알림톡과 문자를 수시로 보내고, 계속해서 전화예찰을 하다 보니 지연신고 문제가 크게 줄었고, 고병원서 AI 확산 방지에 크게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평시에는 월 1회 이상 전화예찰을 통해 가축의 이상 유무와 변경사항 등을 확인하고 있으며, 약 27만 7000여 축산농장의 정보 현행화 지원에도 활용되고 있다.
방역본부는 고병원성 AI의 확산 방지를 위해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른바 ‘스마트 방역체계’ 구축의 일환이다. 방역본부 권상의 기획혁신실장은 “초동방역팀 외에도 드론을 운영하는 18개(2인 1조, 36명) 전문팀이 있는데, 신고 농장의 정밀 항공사진을 촬영해 검역본부와 지자체에 전달하고, 이를 방역조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아울러 드론은 넓은 소독 범위는 아니지만, 지붕 환기구 등 사각지대 소독을 지원하고 있고, 드론 소독 최적화 분사방법 검증 연구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철새 도래지를 드론으로 촬영해 야생조류 종과 개체수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등 예찰 정밀도를 한층 높일 예정이다. 권상의 실장은 “전체적인 철새 도래지 관리는 환경부 주관으로 하고 있지만, 올해부터는 방역본부에서 30개 정도의 철새 도래지를 맡아서 한 달에 두 번 이상 드론으로 촬영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종과 개체수 등을 자동으로 파악해 방역조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이미 실증작업을 마쳤다”면서 “육안으로 개체수 등을 파악하는 것보다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고, 감염 위험이 높은 야생조류가 증가할 경우 인근 농가에 주의 경고를 하는 등 방역조치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원자 줄고 2년 내 퇴사률 높아…방역인력 공직자 신분 보장을”
업무강도 높은데 처우 낮아
임금체계 100% 국비 보장
공무직→일반직 전환 시급
▲방역인력 처우 개선, 최우선 과제=방역본부는 고병원성 AI 등 가축 전염병과 관련 현장 대응이 가능한 유일한 공공기관이지만, 방역직과 위생직, 예찰직, 검역직 등 현장 대응인력 대부분이 무기계약직(공무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방역본부 정원 1286명 중 1231명(95.7%)이 무기계약직(공무직)이며, 일반직은 55명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장 방역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방역본부 노동조합 오상민 위원장은 “가축방역과 관련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를 하고 있고, 업무강도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공무직으로 분류돼 진급이 누락되고 임금도 일반직의 절반 수준”이라며 “방역업무 자체가 노하우가 필요한데,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 2년 이내 퇴사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매년 지원자도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오 위원장은 “일반직과 공무직이 마치 ‘카스트 제도’처럼 구분돼 있다 보니 직원 간 갈등이 심한 편이고, 국가 방역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방역인력의 일반직 전환이 시급한 이유다.
방역본부는 남녀 구분이 없던 화장실과 샤워실 등을 구분·설치하는 등 현장인력의 근무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직원 대다수가 요구하는 처우개선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현재 방역인력들은 임금체계 개편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재 방역인력의 임금은 대부분 국비 60%, 지방비 40%로 지급되는데, 문제는 지자체 예산이 일부 반영되면서 인력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임금 인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오상민 위원장은 “방역인력 임금에서 지자체 몫이 있다 보니 우리 지역만 아니면 된다거나, 다른 지자체를 지원하기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고, 자연스럽게 인력 운영에도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면서 “지자체 예산을 고려해 농식품부가 정한 임금인상률을 다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적으로 임금체계 만큼은 국비 100%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오 위원장은 “현장 인력은 평시에도 수 십 가지 업무를 하고 있고, 특별방역 기간에는 공무직이 감당할 수 없는 수많은 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공무를 추진함에 있어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공직자 신분 보장 및 처우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