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 1월호 기사입니다.
1950~1970년대 우리나라 다방에는 일명 ‘모닝커피’란 것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먹는 첫 커피가 아닌 달걀노른자를 올린 커피를 말한다. 달걀 커피를 비단 우리만 마시지는 않았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달걀 커피는 바로 베트남의 ‘카페쯩(Ca Phe Trung)’이다.
달걀 쌍화차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도 ‘모닝커피’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달걀이 귀했던 때 커피에 달걀노른자를 넣은 이유는 커피의 쓴맛을 줄이고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는 설이 있다.
부족한 우유 대체재로 달걀노른자 활용
흔히 베트남 달걀 커피(egg coffee)로 불리는 ‘카페쯩(Ca Phe Trung)’에는 아픈 역사가 있다. 1940년대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에는 우유가 부족했다. 당시 하노이의 유명 호텔에서 바텐더로 일하던 응우옌 반 장씨는 부족한 우유의 대체재로 달걀노른자를 크림으로 만들어 커피 위에 올렸다. 이것이 손님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1946년 자신의 가게를 열었다. 이곳이 베트남 카페쯩의 탄생지로 알려진 ‘카페 장(Giang)’이다.
카페쯩이 베트남 전역으로 빠른 시간에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것은 맛도 맛이지만 기본 제조법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카페쯩을 만들려면 먼저 진한 커피를 추출해야 한다. 이어 그릇에 달걀노른자와 연유·설탕을 넣고 저어 부드럽고 진한 크림을 만든다. 그리고 추출한 커피 위에 이 크림을 천천히 올리면 된다. 이러면 진한 커피와 크림이 층을 이루게 되는데 여기에 마무리로 시나몬 가루를 뿌리기도 한다. 이는 기본적인 제조법으로 각 카페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더하고 있다.
카페쯩은 뜨겁거나 차갑게 먹을 수 있는데 커피와 크림을 잘 섞어 마시거나 섞지 않고 천천히 마셔도 된다. 크림의 단맛과 커피의 쓴맛 차이가 크기 때문에 윗부분의 크림을 많이 먹은 후 커피를 마시면 나중에 커피의 쓴맛이 도드라지게 된다. 따라서 카페쯩을 제대로 즐기려면 시간적 여유를 두고 잘 섞어 마시는 것이 좋다.
반대로 커피 특유의 쓴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먼저 크림을 떠먹고 중간중간 커피를 마시면 된다. 필자는 까페쯩 탄생지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카페 장’에서 따뜻한 기본 카페쯩을 먹어봤다. 가격은 4만 동(2000원)이었다. 카페쯩을 처음 보고 든 생각은 아메리카노에 익숙한 우리에겐 양이 너무 적다는 점이었다. 또 뜨거운 물이 담긴 쟁반에 중탕하듯 담겨서 제공되는 것이 색달랐는데 이는 크림이 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관광객 즐겨 찾는 음료…인스턴트도 인기
윗부분의 크림을 맛보니 부드럽기는 하나 그렇게 달지는 않았다. 우려와 달리 달걀노른자의 비린내는 없었다. 크림을 섞지 않고 마시니 크림과 커피가 순차적으로 입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카페쯩은 커피 애호가를 위한 특별한 맛일 수도 있겠지만 비애호가들도 한번은 접해 볼 만한 먹거리임에 분명하다. 최근 카페쯩은 인스턴트커피로도 제조돼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카페쯩은 현지인은 물론 베트남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음료다. 또한 내수로는 달걀 소비 확대라는 부수적 효과도 거두고 있다. 2024년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1800만 명이 한 번 이상 카페쯩을 마셨다면 최소 1800만 개 이상의 달걀이 소비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닝커피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졌다면 달걀 소비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글·사진 김철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