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고기 불법 도축·유통이 늘고 외국산 염소고기 수입이 증가하면서 정부가 식품안전 차원에서 염소고기 이력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산지에선 시기상조라는 반응과 함께 축사 적법화와 염소 등록제 정착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염소고기 이력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론화했다. 지난해 10월1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흑염소 이력제’를 도입해 유통 투명성과 소비자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025년초부터 가동 중인 ‘염소산업 발전 전담팀(TF)’를 통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새해 들어선 논의가 더욱 구체화했다. 전익성 농식품부 축산유통팀장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추진 브리핑’ 자리에서 “염소고기 이력제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연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선 축종 특성과 더딘 산업화 수준을 고려할 때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가들에 따르면 염소는 축산물 이력제 대상인 한우와 견줘 개체 단가가 낮고 임신 주기가 짧은 데다 산자수가 많다. 군집 방목 사육이 일반적이고 자동목걸이(스탠천) 설치가 안된 농가가 많아 귀표 부착에도 어려움이 있다.
경남의 한 농가는 “염소농가의 축사 적법화 수준은 다른 축종과 비교해 60∼70%에 그친다”며 “이력제가 의무로 적용되면 미등록 농가나 무허가 축사가 대거 퇴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일 한국종축개량협회 종돈개량부장은 “이력제는 산업 기반을 갖춘 뒤 논의할 최종 단계 제도”라며 “개체·혈통 관리에 초점을 둔 ‘염소 등록제’를 먼저 정착시키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미쁨 기자 already@nongmin.com
[용어설명] 축산물 이력제
가축의 출생부터 도축·포장·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기록·관리하는 제도다. 위생·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때 해당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소·돼지·닭·오리와 그 축산물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