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단기·중장기 목표 구분해 설정
‘인구 유입’ 양적 성과 넘어
‘삶의 질’ 등 질적 변화 포착해야
소득 계층별 다른 효과 실증
명확한 결과 나와야 설득 가능
직불제 연계 방안도 검토를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효과를 실증하기 위한 평가지표 설계의 중요성이 제기된다. 단기와 중장기 성과 목표를 구분해 설정하고, 인구 유입 등 양적 성과뿐만 아니라 기본소득 도입으로 나타나는 질적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농촌복지연구원은 15일 ‘새 정부 농어촌기본소득제의 추진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제60회 월례 농촌복지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시범사업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성과 평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올해 2월부터 2027년까지 2년간 전국 10개 군에서 추진될 예정으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중심으로 평가단이 구성돼 평가체계 마련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오내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중기적 효과를 구분해 제도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며 “‘농어촌의 인구 유지 및 지속’은 비교적 1~2년 내 효과 파악이 가능하지만, ‘주민의 경제사회적 기본권 보장’, ‘주민의 행복추구권 보장’, ‘국토균형발전’ 등은 단기간 내 효과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민 기본소득으로의 확대 가능성을 전제한다면 기본소득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노동 행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며 “현 지급 기간과 금액으로는 인적 자본 투자나 원치 않던 노동을 줄이고 원하는 활동을 선택하는 변화까지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사용처와 노동 변화의 단초를 찾을 수 있는 작은 사례라도 조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경환 농촌복지연구원 이사는 “시행 전부터 일부 시범 지역에서 인구 유입이 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인구 유입 측면에 대한 평가는 제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국가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시범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인구 유입 효과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성재 GS&J인스티튜트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연령이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지급되는 농어촌기본소득은 지역 소비 기반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지만, 소득 계층별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사업비 투입에 앞서 명확한 효과 평가 결과가 제시됐어야 했고, 시범사업 이후라도 분명한 효과 실증 결과가 나와야 국민을 설득하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어촌기본소득 추진 과정에서 농정 개편과 연계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농어촌기본소득 추진 구상을 갖고 있었다면 공익직불제와 연계한 농정 재편 방안을 함께 제시했어야 한다”며 “기본형과 선택형 직불은 어떻게 할 것인지, 농민수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 장기적인 농민 소득 체계에 대한 설계가 필요했지만, 논의가 영농형 태양광이나 햇빛소득마을 등 개별 국정과제 중심으로 쏠려 있다”고 말했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도 “농어촌 지역으로 와서 살아갈 수 있는 모티브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가 중요한데, 이는 소득과 농어촌에서의 새로운 삶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 두 가지 축으로 나뉜다”면서 “정부는 기본소득을 추진하면서 돈을 주겠다는 메시지는 내놓고 있지만, 기본소득을 통해 농촌에서 어떤 삶을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