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0년 공익직불제 개편 이후
고령 소농 '형식적' 자경 유인
양도세 감면 노린 위장 자경도
농지은행 등에 장기 임대하면
직불금·세제 인센티브 부여
합법적 장기임대차 유인 필요
고령 농업인이 소유한 소규모 농지를 농지은행과 같은 공적 시스템에 장기 임대할 경우 직불금이나 세제 혜택 등 정책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농지 제도의 초점을 소유나 형식적 자경이 아닌 실질적 이용으로 전환하기 위해 합법적 장기 임대차 시장으로 유인하는 ‘당근책’을 설계하자는 취지다.
채광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농지임대차 시장 분석과 개선과제’ 연구보고서에서 현행 직불금과 ‘8년 자경 시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가 농지 소유자의 형식적 자경을 과도하게 유인해 농지 임대차 시장을 왜곡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농지 임대차 시장 규모가 급격히 축소된 주요 원인은 소규모 농가의 자경 면적 증가가 꼽힌다. 이는 2020년 공익직불제 개편으로 소농 직불금이 도입되는 등 정책 변화가 농지 소유자의 자경을 유인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런 자경 면적 증가가 실질적인 영농 활동보다는 소농 직불금 수령이나 8년 자경에 따른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목적으로 위탁영농과 같은 형식적 자경이거나 위장 자경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농지 임대차 시장의 공급이 위축되면서 초기 정착 단계에서 농지가 필요한 청년농이나 영농 규모 확대를 추진하는 전업농의 농지 접근성이 저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농지 제도의 초점을 소유나 형식적 자경이 아닌 실질적 이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투명한 임대차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채광석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농업 세대교체 수단으로서 농지임대차 시장 기능 강화의 필요성에 주목하며 “고령 영세농가의 안정적 소득 보전이라는 정책 목표를 유지하면서 농지 임대차 시장의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정 연령 이상의 고령 농업인이 소유한 소규모 농지에 한해 농지은행과 같은 공적 시스템에 장기 임대할 경우 △직불금 일부 수급을 허용하거나 △농지연금과 연계한 인센티브(가입 기준 완화, 월 지급액 상향 등)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고령 농업인이 직불금을 받기 위해 형식적 자경을 선택하는 대신 합법적인 농지 임대차 시장에 농지를 공급하고도 안정적 은퇴 소득(연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합리적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위장 자경 문제는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합법적 장기 임대차에 대한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농지 소유자가 농지은행과 같은 공적 기관을 통해 10년 이상 장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투명하게 신고할 경우 자경 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편 농지 제도를 합리적 이용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큰 틀의 요구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토론회에서도 농지 임대차 신고제도 도입과 함께 ‘자경 8년 이상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의 폐지, 장기 임대차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본보 2025년 12월 19일 1면 참조>이 제시됐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