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케이(K)-농업의 미래 성장 열쇠로 ‘데이터’가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농업기술 고도화와 농업금융 활성화 등 농업 발전의 기초가 되는 요인들에서 데이터의 축적·활용이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개최한 ‘농업전망 2026’에서는 K-농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방향을 두고 논의가 이어졌다.
김정승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미래 기술이 이끄는 농업생산성 제고와 개선 방향’ 발표에서 국내 스마트농업 기술 수준을 진단했다. 그는 “국내 스마트농업용 트랙터는 센서를 활용한 자동경로 생성과 정밀 제어까지 구현된 3세대(지능형)까지 발전했지만, 무인 자율주행이 가능한 4세대에 도달한 외국과는 여전히 격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팜 역시 통합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2세대(통합관리형)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현재 3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하는 단계라는 평가다. 김 부연구위원은 “초기 투자비용 부담도 크지만 무엇보다 농가·농지·작물별 데이터가 표준화되지 못한 점이 기술 확산의 제약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린바이오 분야에서도 기초 관리 체계의 필요성이 논의됐다. 윤종열 농경연 연구위원은 천연물·식품소재의 성공적인 산업화를 위해선 “표준화된 재배·수확 관리 체계를 통해 원료 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능성 검증과 시험·분석 역량은 원료의 제품화와 산업 확산을 좌우하는 요소”라며 “공공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기능성 근거를 축적하고 인공지능(AI) 기반 기능성 소재 데이터베이스(DB)를 표준화·갱신하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업금융 분야에서는 농업경영체의 성과와 위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의 중요성이 제기됐다. 임소영 농경연 연구위원은 “이상기후와 농업인구 감소·고령화로 농업경영체의 전문화와 지속적인 투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이를 뒷받침할 농업금융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농업법인의 설비투자 총액은 1조813억원에서 1조2205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법인수가 늘면서 법인당 평균 투자액은 3억3000만원에서 1억9000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임 연구위원은 “농업 분야는 여전히 정책자금 의존도가 높다”며 “민간금융이 유입되기 위해서는 경영성과와 위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책자금 졸업제 도입과 함께 경영평가에 기반한 자금 지원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도 데이터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이 재차 강조됐다. 이광욱 대동 국내사업부문장은 “노지 농업에 스마트화된 농기계를 접목하려면 생육·토양·작업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데이터 수집 단계에서조차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그린바이오를 포함한 농업 전반에서 신뢰할 만한 통계와 정보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농가와 농업법인의 수익성과 위험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축적돼야 합리적인 정책과 투자 판단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류현주 기자 ryuryu@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