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농업경영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창업과 성장 초기 단계에 지원이 집중된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위기관리, 구조개선, 퇴출·재진입 단계까지 아우르는 전 주기적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임소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2일 열린 ‘농업전망 2026’ 행사에서 ‘농업경영체의 성장을 위한 금융정책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고령·영세농 늘어 투자 활력 저하···총자산순이익률 20년 새 1/4 수준
임 연구위원은 농가와 농업법인 등 농업경영체가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상기후, 국내외 경제여건, 농업인구 감소 및 고령화 등의 복합 위기가 맞물리며 수익성 감소→재투자 여력 하락→성장 동력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격적인 투자를 많이 하는 농가 유형이 줄어들고, 고령·영세한 농가가 증가하면서 전체적으로 재무 건전성은 양호해졌지만, 반대로 투자와 성장 활력은 떨어진 상황”이라며 “2023년 기준 농가 전체의 총자산순이익률은 20년 전인 2003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채산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법인 역시 외형 성장과 달리 수익성과 성장성은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 연구위원은 “농업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지만, 수익성 저하로 성장세는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며 “수익성과 성장성 감소 이면에는 설비투자 둔화가 자리하고 있는데, 소규모 영세법인이 증가하면서 전체 투자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력구조 변화도 성장 둔화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았다. 고령화로 신규업체 진입이 감소하고 위험회피 성향이 높은 경영주가 늘어나면서 투자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임 연구위원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적절한 자본(금융)이지만, 자칫 채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경영체의 접근성이 높지 않다”며 금융 지원 정책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농업경영체 자금 돌게 하고 금융 건전성 관리 방안 시급···유동성 위기 이후도 지원해야
그는 성장 단계별 맞춤형 금융 지원이 가능한 지원체계 구축을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창업과 성장 초기 단계에 집중되는 현행 방식을 위기관리, 충격 대응, 재도약, 구조개선, 퇴출, 재진입 등 단계별 맞춤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연구위원은 “전문농업경영체(전문농가와 농업법인)를 중점적으로 자금 조달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되 초기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채무조정 프로그램 상시 운영을 통한 금융 전반의 건전성 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재기 및 폐업 등 유동성 위기 이후의 대응도 지원하는 방향으로 금융정책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농업인을 지원하는 미국 ‘PLS’ 프로그램 등 해외사례를 적극 검토해 국내에도 다양한 금융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평상시에는 정부 매칭을 통해 적립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일시적 경영위험 발생 시 활용할 수 있는 ‘적립식 경영위험 관리 방식’ 도입도 제안했다. 아울러 △금융지원정책의 종합적 지원을 위한 법제도 근거 마련 △정책 접근성 강화를 위한 통합 플랫폼 구축 △정부 보조 비율 제한 등 자본 조달 방식의 고도화 △우수 경영체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농업경영주의 경영 역량 교육 강화 등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