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홍란 기자]
간벌로 숲 내부 바람 유입 많아져
‘수관화’ 피해 쉽게 발생하고
침엽수 많은 곳 화재 강도 높아
결과 토대 2월 말 최종 발표
지난해 경북을 휩쓴 대형 산불과 관련해, 침엽수림 위주의 산림관리와 숲가꾸기(간벌) 사업이 산불 피해 확산을 키웠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산불 대응을 목적으로 추진된 산림관리 정책이 결과적으로 불길 확산 조건을 강화한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불피해지원대책특별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비례) 의원은 지난 21일 서울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불교환경연대·안동환경운동연합·서울환경연합·생명다양성재단과 홍석환 부산대 교수 연구팀이 함께한 ‘경북 산불 피해 확산 원인조사 중간결과 기자회견’을 열고, 산불 피해지역 1050개 조사구를 분석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위성영상과 현장 정밀조사, 통계 분석을 결합해 산불 피해 양상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침엽수 비율이 높고 간벌이 이뤄진 지역을 중심으로 화재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간벌로 숲 내부가 개방되면서 습도가 낮아지고 바람 유입이 쉬워져, 불길이 지표에서 수관(나무 윗부분)으로 확산되는 수관화가 쉽게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바람의 영향이 큰 능선부 침엽수림에서 간벌이 시행된 지역은 산불 피해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비간벌지에서는 수관화 피해가 5.3%에 그친 반면, 간벌지에서는 78.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교목층과 하층 식생이 유지된 숲, 즉 비간벌지에서는 산불이 지표화에 머물며 확산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것으로 분석됐다. 홍석환 교수는 “울창한 숲이 내부 습도를 유지하고 강한 바람을 차단하는 방풍·보습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현장조사에 참여한 청송 주민 홍시언 씨는 “소나무 단순림을 유지하기 위해 활엽수가 반복적으로 제거된 흔적을 현장에서 수없이 확인했다”며 “정작 소나무 단순림에서는 살아남은 개체가 거의 없었고, 산불 이후 주변 나무를 고사시키는 파상땅해파리버섯이 빈번하게 관찰됐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실제 산불 피해면적이 산림청이 공식 발표한 피해면적(9만9289ha)보다 1만7044ha 더 넓은 11만6333ha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홍 교수는 “정확한 피해 범위와 강도에 대한 정보가 확보돼야 복구 계획의 타당성도 담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과 시민단체는 이번 중간 조사 결과를 토대로 2월 말 최종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국회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산불 대응과 산림관리 정책 전반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차 의원은 “임도와 숲가꾸기가 산불 진화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오히려 피해를 키우는 요인인지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며 “그 결과 필요한 사업이라면 예산을 더 투입하고, 부작용이 크다면 과감히 조정해 산불 피해 이재민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란 기자 hongr@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