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민국 차(茶) 산업이 ‘생산 하락’과 ‘소비 증가’라는 이례적인 현상을 동시에 겪으며 체질 변화를 맞고 있다. 재배 면적과 전체적인 생산 기반은 위축됐다. 그러나 2024년부터 전 세계 말차 소비가 늘고 2030 세대를 주축으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산업이 고급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생산량 줄었는데 역대 최고 수출액의 비밀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전국 차 생산량은 3685t으로 전년(4185t) 대비 12% 감소했다. 특히 최대 산지인 전남은 1854t에서 1466t으로 21% 급감했다. 경남도 1389t에서 1290t으로 7.1% 줄었다.
하지만 가치는 오히려 높아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녹차 수출 단가는 1kg당 22.68달러로 전년(17.37달러) 대비 30.5% 급등했다. 공급이 줄며 희소성이 높아진 데다, 해외에서 말차(가루녹차) 등 고가 제품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무역수지도 2024년 72만6000달러(흑자)에서 2025년 132만8000달러로 약 1.8배 늘어났다.
재배 면적 줄어도 남은 찻잎 소화 ‘선순환 구조’
국내 차 농가가 호황만 겪은 것은 아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주요 산지인 경남·전남·제주의 재배 면적은 5년간 152㏊ 줄었다. 농가 수도 경남(1127호)과 제주(46호)는 정체되거나 소폭 감소했다. 전남만 2021년 1251호에서 2024년 1468호로 217호 늘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차 산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보성군에 따르면 군 직영 보성녹차가공유통센터가 지난해 수매한 찻잎 246t이 완판됐다. 하동차&바이오진흥원의 가공식품 매출도 전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
이는 생산된 찻잎이 재고 없이 말차·음료 등 가공식품과 수출용 상품으로 전량 소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리서치네스터는 말차 시장이 올해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5.6%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한국을 말차 시장의 주요 국가이자 신흥 국가로 지목했다.
젊은 세대가 트렌드 견인…‘K-Tea’ 기대
또 다른 배경은 ‘소비자 세대교체’다. 2024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카페 시장에서 말차 라테와 디저트 등이 10대와 20대 사이에 유행했다. 녹차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국내 차에 대한 관심도 함께 올라갔다.
조경환 하동차&바이오진흥원 연구원은 최근의 변화를 ‘격세지감’이라고 표현했다. 조 연구원은 “불과 3~5년 전만 해도 차 박람회장 관람객은 연배 있는 어르신들이 주류였지만, 지난해는 젊은 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커피 시장에서 차 시장으로 소비가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젊은 층이 차를 단순한 음료가 아닌 트렌디한 문화로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가공식품이나 다구(茶具) 시장까지 활기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 산업은 ‘많이 생산해 싸게 파는’ 구조에서 ‘적게 나와도 비싸게 팔리는’ 구조로 전환 중이다. 생산량 감소가 역설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기회가 된 것이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대한민국 차가 세계 음료 시장에 한몫을 차지할지 기대되는 이유다.
이휘빈 기자 vinyvi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