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 1월호 기사입니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우민재 ‘우리가 그린 농산’ 대표는 농사를 짓기 전 대기업에 다녔다. 그랬던 우 대표가 ‘농사꾼이 되겠다’는 결심을 굳힌 건 탄탄했던 직장이 국외로 사업장을 옮기며 졸지에 실업자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던 차에 아버지의 지도와 가르침으로 농사를 시작해 새로운 꿈을 키우고 있다.
직장을 잃은 우민재 ‘우리가 그린 농산’ 대표(32)는 아버지를 따라 2~3년간 벼농사를 지었지만 비전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 길이 맞나 싶은 방황의 시간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에 아버지는 형이 다녔던 농협창업농지원센터(센터장 서종경)의 농협청년농부사관학교를 추천했다.
집에서 가깝기도 했지만, 농사에 입문하기에는 가장 효과적인 연수 과정이었기에 그는 청년농부사관학교를 1기로 수료한 형을 따라 4기 교육생으로 입교했다. 6개월간의 청년농부사관학교 교육은 그가 농사에 눈을 뜨는 시간이었다.
비슷한 상황에서 농사를 시작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농사에 대한 꿈을 키웠다. 이후 그는 연암대학교 스마트팜 교육, 천안시농업대학, 동천안농협 임대농장 교육 등 몸을 아끼지 않고 찾아다니며 배움에 열정을 쏟았다. 이 시기에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 농업인 정착 지원사업에 대상자로 선정돼 3년간 영농정착지원금을 받았다.
그는 한 달에 100만 원 남짓 지원되는 지원금을 모두 교육비로 쓰며 농사 기술과 정보를 습득했다. 동시에 동천안농협의 임대농장 사업에 참여해 1년간 잎채소류·오이·애호박·토마토·가지 농사를 직접 지으며 실패와 성공을 맛봤다.
방울토마토 판로 확보에 ‘안간힘’
초기 3~4년의 영농 기간은 그에게 맞는 농사와 품목을 찾는 시간이 됐다. 딸기와 오이·토마토를 재배하며 장단점을 파악했다. 품목을 선택하기 위해 자신의 재능과 지역의 환경을 고려하며 소비자의 성향 등도 살펴봤다. 이를 토대로 선정한 품목이 토마토였다. 그렇게 품목을 선정했지만, 품종과 재배법을 놓고 그는 고민을 계속했다.
“처음에는 완숙토마토를 재배하려고 했는데 구입한 농지와 시설 규모가 작아서 수익을 내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기로 하고 정부의 정책자금을 이용해 1980㎡(600평) 규모의 스마트팜 시설을 갖췄어요.”
시설을 완공한 2024년, 그는 토마토 주산지인 충남 부여에서 초보 농업인에게 적합한 품종을 추천받아 방울토마토 농사를 시작했다. 생산 물량은 비교적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첫해 농사였지만 1980㎡에서 방울토마토 약 7t을 생산했다.
하지만 생산보다 어려운 것은 판매였다. 판로를 확보하지 않은 채 생산에만 치중했던 탓에 공판장 출하 외에는 별다른 출하처를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생산한 방울토마토를 인근의 공판장에 출하했지만 당도가 낮고 브랜드 인지도가 약해 적정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그는 또 한 번의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어떻게 해야 농사를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이 시작됐다. 이때도 아버지의 조언이 해결책이 됐다. ‘시야를 돌려보라’는 아버지의 조언을 받고 직접 소비자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나에게 맞는 소비자를 찾자’는 생각에서 시장조사에 주력했다.
현재 그가 농사를 짓는 성환읍은 과수와 벼가 주요 품목인 지역이다. 이 지역에 스마트팜을 마련한다고 할 때부터 이웃 사람들은 좀 특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농장이 있는 성환읍에는 시설에 맞는 농자재도 없어 거리가 조금 떨어진 동천안까지 가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특이한 것이 장점’이라는 생각에서 지역의 상황을 눈여겨봤다. 로컬푸드 출하를 목표로 천안 일대 모든 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을 방문하며 시장조사에 나선 결과 방울토마토는 스마트팜보다 일반 노지에서 생산하는 것이 많은 것을 발견하고 ‘농사만 잘 지으면 충분히 소비자의 입맛을 잡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스마트팜에서는 1년 내내 일정한 환경에서 고른 품질의 방울토마토를 생산할 수 있어요. 저는 이것이 큰 장점이 될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생산하면 확실한 판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얻었죠.”
생산량보다 품질 우선으로 전략 수정
이후 그는 물량 위주의 생산 전략을 맛 위주의 ‘품질 우선 전략’으로 수정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방울토마토 품종을 바꿨다. 당도가 높은 신품종을 선택해 여름철에는 13브릭스, 겨울철에는 10브릭스 이상의 당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생산 전략을 수정했다. 이어 포장 단위도 1~5㎏까지 다양화했다. 수확과 선별, 분류와 포장에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했지만 모든 과정을 로컬푸드 고객의 취향에 맞춰 과감히 개선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해 방울토마토 13t을 생산한 그는 이를 천안 시내 로컬푸드 직매장 8곳에서 판매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다. 소비자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단맛과 신맛이 고르게 섞여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시식용 토마토를 상시 제공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관심도 높였다.
“생산한 방울토마토를 한 번만 판매하고 말 것이 아니잖아요. 더욱이 지역 주민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라 시식 기회를 늘려 품질을 인정받고 싶었어요. 1년 내내 방울토마토를 생산하는데 시식 물량을 제공하는 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이런 생각이 저의 소비자 마케팅 전략이 됐습니다.”
현재 우 대표는 로컬푸드 직매장은 물론,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와 행사에도 적극 참여해 그가 생산한 방울토마토의 우수성을 알리며 미래의 소비자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때도 시식용 물량을 충분히 공급해 소비자가 현장에서 맛보고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지난해에는 농협창업농지원센터의 마케팅 컨설팅 지원으로 해피빈 크라우드 펀딩에도 참여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는 장기적인 소비처를 확대하기 위해 시도한 것인데, 로컬푸드 판매를 통해 확보한 노하우를 판매에 적극 반영해 효과를 본 것. 포장 단위를 다양화하고 동시에 배송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량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5㎏들이 벌크 포장을 선보이자 선물용 주문이 몰려 2000여만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고 한다.
[나만의 노하우] 농업용 온실 표준설계도 활용, 설계비 70% 절감
우민재 대표는 스마트팜을 건립하면서 농촌진흥청의 농업 기술 인터넷 사이트인 농사로(www.nongsaro.go.kr)에서 제공하는 농업용 온실 표준설계도를 사용해 설계 비용을 70% 줄였다. 이 사이트에서는 보관창고와 온실 등 농업시설 설계도를 무료로 제공한다. 농업인은 인터넷을 통해 설계도를 내려받고 자신의 농업 환경에 맞춰 이를 변경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설계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우 대표는 내재해형 온실 설계도를 내려받아 지역의 건축사사무소를 통해 천안시의 지원 조건에 맞도록 설계변경 절차를 거쳤다. 그는 “1980㎡ 규모의 스마트팜을 설계하려면 설계비만 3000만 원 정도 들어가는데, 표준설계도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설계비를 700만 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글 김용기(한국치유농업진흥회 대표) | 사진 제공 농협창업농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