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비자 쌀값이 6만원(20㎏ 기준)을 넘어서자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70% 이상은 쌀값이 ‘비싸지 않다’고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농산물 가격과 물가를 연관 짓는 보도가 명확한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농업전망 2026’에서 ‘쌀가격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기간은 지난해 11월10∼24일, 대상 패널은 1000명이다. 이 조사에선 쌀 구매 단위별 가격을 제시하고 소비자들의 체감 수준을 물었다. 그 결과 20㎏들이 한포대당 6만원의 가격을 제시했을 때 패널의 70.9%는 ‘적정하거나 저렴하다’고 답했다.
쌀 소매가격은 지난해 9월부터 6만원을 넘어서며 물가 논란을 촉발했다. 당시 상당수 매체는 쌀값이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을 돌파했다고 단정하며 물가불안 우려를 쏟아냈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인식은 이와 달랐던 것이다.
구매 단위를 낮췄을 때 소비자들의 가격 체감도는 더욱 낮아졌다. 쌀값 3만원(10㎏ 기준)에 대해선 패널의 79.4%, 1만5000원(5㎏ 기준)과 3000원(1㎏ 기준)에 대해선 각각 85.1%·88.2%가 ‘적정하거나 저렴하다’고 답했다. 농민들의 요구사항인 밥 한공기(100g)당 300원에 대해선 89.5%가 ‘적정하거나 저렴하다’고 응답해 물가불안을 우려한 언론 보도와 큰 괴리를 보였다.
쌀값이 실제 가계 부담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쌀값 변화가 생활비 부담에 영향을 미치는가’란 질문에 40.7%가 ‘보통’, 35.9%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 ‘쌀값 상승이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가’란 질문에도 77.9%가 ‘구매량을 유지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소비량과 지출규모를 고려했을 때 쌀값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평균 147.7g이다. 쌀 소매가격이 6만원일 때 쌀을 구매하기 위한 지출액은 하루 평균 443.1원에 불과한 셈이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주식인 쌀의 가격 상승률은 에너지비용·외식비 등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쌀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농식품과 물가를 연관 짓는 보도가 명확한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상효 농경연 인공지능(AI)농정연구단장이 ‘농업전망 2026’에서 발표한 ‘농식품 물가 현황과 사회적 인식 전환’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CPI) 산출에 있어 농축수산물의 가중치는 2000년 10.60에서 2022년에 7.49로 하락했다.
특히 언론에 물가 상승 주범으로 자주 오르내리는 쌀(0.42)·배추(0.13)·사과(0.23) 등의 가중치는 매우 낮기 때문에 CPI 증가분에 끼치는 기여도 또한 크지 않다는 게 김 단장의 분석이다.
김 단장은 “언론의 우려대로 한국의 농식품 가격이 대체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면 엥겔계수(총지출 중 식품비 비중)가 높아야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거나 유사한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검증되지 않은 물가 관련 내용이 보도되면 이에 대응해 과도한 정책이 시행되는 등 사회적 비용이 초래될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