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홍란 기자]
우리보다 에너지전환 앞선 일본
농촌·산간에 발전 설비 집중
의사결정·이익 배분서는 배제
상품성 없는 작물 형식적 재배
‘영농형 태양광’도 한계 드러나
햇빛소득마을 조성 등 농촌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정책이 본격 추진되면서, 농지 훼손 우려와 고압 송전선로·철탑 건설 등에 따른 농촌 주민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보다 10년 앞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한 일본에서도 설비 확대 과정에서 농촌 지역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이에 한국 역시 정책의 주체를 농촌으로 명확히 설정하는 ‘에너지 주권’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문대림 더불어민주당(제주시갑) 의원과 한국지속가능농업포럼이 1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제3회 ‘2026 지속가능농업포럼(KAFS)’에서 제기됐다. ‘에너지 주권을 위한 농촌 재생에너지 플랜’을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농촌이 에너지 전환의 주체가 돼야 재생에너지 정책 역시 지속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니시이 유타카(西居 豊) 일본 오곡풍양 대표는 일본의 경험을 토대로 발전량 중심 재생에너지 정책의 한계를 짚었다. 그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재생에너지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발전량 확보’가 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됐다”며 “고정가격매입제도(FIT) 도입 이후 태양광 설비가 급속히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니시이 대표는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넓은 토지를 확보할 수 있는 농촌·산간 지역에 발전 설비가 집중되면서 전력은 도시로 공급되고, 부담은 농촌이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며 “농촌은 토지 이용 변화와 경관 훼손, 환경 부담을 감당했지만 의사결정과 이익 배분에서는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영농형 태양광 역시 농촌의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제도 운영 과정에서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상품성이 없는 작물을 형식적으로 재배하는 등 농업을 명목상으로만 유지한 채 태양광 발전이 중심이 되는 사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니시이 대표는 “영농형 태양광이 농업의 지속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태양광이 주체가 되고 농업은 부수적 활동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도 농업 중심 구조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에도 농촌이 주체가 되는 영농형 태양광 성공 사례는 존재한다. 후쿠시마현 니혼마쓰시와 치바현 소사시는 ‘농업·농촌 최우선’ 원칙 아래 제도를 설계해 왔다. 후쿠시마현은 작물 생육을 고려해 태양광 패널의 높이와 각도, 차광률을 조정하고 지역 생협이 참여해 외부 자본 의존도를 낮췄다. 치바현은 농업위원회와 행정이 제도 설계 초기부터 깊이 관여해 영농 지속을 엄격히 요구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에너지 주권을 농촌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유병덕 이시도르 지속가능연구소장은 “농촌 재생에너지 정책의 주체를 농촌으로 세우지 않으면 전환은 지속될 수 없다”며 “농촌을 에너지를 생산하고 가공·활용하는 복합적 기반 공간으로 재정의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 등 일부 국가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농업 부처가 주도하고 있다”며 “에너지작물과 농촌자원을 활용하는 구조에서는 생산 주체인 농민과의 조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독일 농식품부는 에너지작물을 농촌의 핵심 작물로 정의하고, 농민 중심의 에너지 시장 형성을 이끌고 있다.
이승헌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장도 “농촌의 재생에너지 자원 개발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농촌을 에너지 주권의 핵심 거점으로 설정하고, 공공성과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재생에너지를 설계할 때 지속가능한 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홍란 기자 hongr@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