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지원규모 15조까지 매년 확대
이사 조합 등에 지원 집중 문제
지원실적 투명한 공개 목소리
농협경제사업연합회로 전환
조합감사위 외부로 분리
범정부 상호금융감독위 제안
농협중앙회의 무이자자금 지원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중앙회장의 재량이 과도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무이자자금 한도 설정과 지원 정보의 투명성 제고 필요성이 부각됐다. 또한 농협경제지주를 농협경제사업연합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농협뿐 아니라 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전반에 대해 조합감사위원회를 외부로 분리하고, 범정부 차원의 상호금융감독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국회 입법조사처가 1월 28일 입법조사처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한 ‘농협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14년, 평가와 향후 과제’ 전문가 간담회에서 제시됐다.
이날 발표를 맡은 황의식 GSnJ인스티튜트 농정혁신연구원장은 무이자자금 지원 제도가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제도 개선과 지원 정보의 투명성 제고를 촉구했다. 황 원장은 “농협의 무이자자금은 2023년 13조4000억원에서 2024년 15조원으로 늘어나는 등 매년 증가 추세”라며 “이 같은 조합지원자금은 중앙회장 권한으로 작동하며, 선거 과정에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무이자자금 지원은 조합 규모화를 촉진하지 못한 채 약체 조합을 존속시키는 방식으로 조직 비효율을 키운다”며 “불공정 경쟁 요인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익률을 3.5%로 가정할 경우 연간 약 5200억원의 기회비용 손실이 발생해 농협이 감당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대응책으로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무이자자금은 농협중앙회가 지역 농·축협에 이자 없이 지원하는 운영·사업 자금으로, 역대 중앙회장 선거에서 무이자자금 확대는 단골 공약으로 제시돼 왔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역시 10대 공약에 무이자자금 20조원 조성을 포함시킨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농협 특별감사 중간 결과에서 무이자자금 지원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이사조합(조합장이 중앙회 이사로 재임 중인 조합) 등 특정 조합에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는 무이자자금 지원 한도 설정과 지원 정보 공개 강화가 제시됐다. 황 원장은 “포퓰리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무이자자금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법적 한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인구소멸지역, 조합 합병, 재해 대응, 영농대행 등 명확한 지원 원칙을 마련하고, 지원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합에 대한 간접 지원보다는 영농지도사업과 농촌복지 지원 등 직접사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 원장은 또 농협의 경제사업과 협동조합 기능 강화를 위해 농협경제지주를 ‘농협경제사업연합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금융지주와 경제지주의 물적 분할이 이뤄졌지만 중앙회 비대화 축소와 회장 지배력 완화라는 당초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지 못했다”며 “중앙회가 여전히 경제지주·금융지주와 지역본부에 대한 인사권을 유지하면서 1인 지배력은 오히려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출자 구조와 지배구조를 개선해 경제사업을 연합회로 분리하고, 이용고배당 확대와 공동사업 활성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조합감사위원회를 외부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은 “중앙회장 권한 약화를 제도화하기 위해 겸직 금지, 인사추천위원회 배제, 직선제 보완 등이 필요하다”며 “농식품부 퇴직 공무원이 농협으로 이동하는 구조에서는 농식품부가 농협을 제대로 감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협뿐 아니라 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까지 포함하는 중립적 감독기구를 두고 상호 견제가 제도화돼야 한다”며 “조합감사위원회를 외부로 분리하고 상호금융감독위원회(행정위원회)를 설립하는 한편, 관련 법률의 통합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중앙회장 직선제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됐다.
김기태 이사장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의 영향으로 민주주의를 곧바로 직선제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협동조합은 참여의 의무와 책임, 의사결정 권한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 조직”이라며 “엄격한 협동조합 원칙을 적용하면 개별 농민 조합원은 중앙회의 회원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조합원 투표 방식은 사실상 ‘농업계 대통령’을 뽑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도 단위 연합회를 구축하고 연합회장들이 이사회에서 호선으로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이 협동조합 원칙에 더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황의식 원장도 “전 조합원 투표 방식은 실제 농업과 무관한 표가 다수를 차지할 우려가 크고, 현재 조합원 구성 현실을 고려할 때 협동조합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