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전남북·충청권 일대 건설 임박
‘용인 반도체 위해 농민이 피해’
반대 여론 격화···즉각 중단 촉구
“주민 동의 없는 일방적인 송전탑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
1월 28일 오전, 세종시 기후에너지환경부 청사 앞에서는 전남 영암 주민들을 주축으로 전국에서 모인 농민 등 500여명이 매서운 한파 속에서 울분을 토해냈다.
국책사업인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전남북과 충청권 일대(서남해안)를 가로지르는 초고압 송전선로와 송전탑 건설이 임박하면서 지역의 반발 기류가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주요 송전선과 변전소 등을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로 지정하고 전력공급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맞서 호남과 충남 등 권역별 대책위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전국대책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반대여론이 결집하는 양상이다.
이날 ‘고압 송전선로·철탑 건설 반대 영암군대책위원회’가 주관한 규탄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특정 지역과 특정 산업을 위해 농산어촌 주민이 일방적인 피해를 떠안는 현행 에너지 정책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하며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이동백 송전탑 반대 전북대책위 공동대표는 “우리의 논과 밭, 우리 고장을 송전탑이 지나가게 되는데도 주민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용인 반도체 산단 등 전기가 필요한 기업들이 지역으로 내려오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충남대책위의 황성렬 충남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는 “며칠 전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산단에 송전선로를 전부 지중화하겠다는 한전과 경기도의 계획 속에는 전기를 생산하고 송전탑이 지나가는 비수도권과 지역의 고통은 빠져있다”며 “이런 인식과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기 위해 연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도 “전기와 이익은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위험과 피해, 고통은 지역과 농민에게 전가하는 에너지 정책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며 “정부는 지역을 고통에 빠뜨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송전탑 건설 계획을 즉각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전력이 송전탑 입지를 정하기 위해 지역별로 구성·운영 중인 입지선정위원회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정철 고압송전선로·철탑 건설반대 전국대책위 상임대표(영암군대책위원장)는 “현재의 입지선정위원회는 주민 동의나 의견 수렴 절차가 없는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우리 머리 위로 고압선이 지나가는데 정작 해당 지역 주민은 배제된 채 타 지역의 위원들이 일방적으로 노선을 결정하는 상황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참가자들은 대회 직후 △주민 동의 없는 입지선정위원회 강행 중단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계획 전면 재검토 등의 요구 내용을 담은 서한을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전달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