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홍란 기자]
재정권 여전히 집중된 중앙정부
감세 정책 탓 지방재정 악화
재정분권, 최우선 과제 떠올라
특정 정당이 장기간 ‘의회 독점’
소수 정당 견제 기능 수행 어려워
‘비례성 강화’로 정책 경쟁 제안
지방자치가 본격화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지방정부는 여전히 재정의 한계 등으로 지역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의회 역시 특정 정당의 독식 구조 속에서 정책 경쟁과 견제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한 광역 행정통합 논의까지 확산되는 상황에서, 자치분권 강화와 지방선거제 개혁 없이는 지방자치의 한계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임미애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과 정춘생 조국혁신당(비례) 의원은 1월 28일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한 ‘지방자치 30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열고 제도 개혁 방향을 모색했다.
▲자치분권 강화=토론회에서는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재정분권과 주민자치 역량 강화가 제시됐다. 첫 발제자로 나선 윤석인 희망제작소 이사장은 지방자치가 제도적으로는 정착됐지만, 재정권은 여전히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의 감세 정책이 이어지면서 지방재정 여건이 악화됐고, 이로 인해 재정분권이 자치분권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재정분권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관점도 제기됐다. 김준우 변호사는 “민주주의의 심화라는 관점에서 지방자치 확대는 재정분권을 우회할 수 없는 과제”라면서도 “(경직성 예산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인구 규모가 작은 지역일수록 1인당 예산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실을 감안하면, 재정분권이 실제로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예산 증대로 이어질지는 보다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치분권을 실질화하기 위해 주민자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수찬 목원대 교수는 “주민 참여 없는 자치는 행정분권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주민이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결정권을 가진 주체로서 최종 판단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과 함께 기초정부 단위를 주민 생활권에 더 가깝게 재편할 필요성이 제시됐다.
▲선거제 개혁 필요=지방의회의 기능 약화를 둘러싼 선거제 문제도 주요 논점으로 다뤄졌다. 하승수 변호사는 국내 광역지방의회가 특정 정당이 장기간 의회를 장악하는 ‘일당지배’ 구조나, 선거 때마다 다수당이 급격히 교체되는 ‘널뛰기’ 구조로 고착화됐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정책 경쟁이 위축되고, 소수 정당이 견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초의회 역시 특정 정당의 장기 독점 구조가 이어지면서 공천이 곧 당락으로 이어지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로 인해 지방의회가 주민을 대변하는 공간이 아니라 중앙정치의 연장선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하 변호사는 지방선거제 개혁의 핵심 과제로 ‘비례성 강화’를 제시했다. 다양한 정치세력이 정책을 중심으로 경쟁할 수 있는 의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광역의회 선거의 경우 혼합형 비례대표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보면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비례대표 의석 비중을 현행 10% 수준에서 20~30%로 확대하고,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보정의석’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초의회의 경우 최소한 2인 선거구 폐지라도 추진해야 정치적 다양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란 기자 hongr@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