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강원 강릉, 경기 안성과 포천, 전남 영광까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며 현장에서는 전국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양돈연구회는 지난 26일 태국에서 활동하는 ASF 전문가인 정현규 콘캔대학교 수의학부 교수(농림축산식품부 방역심의위원회 역학조사위원)를 초빙해 국내외 ASF 현황 설명과 방역에 대한 조언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현규 교수의 설명을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했다.
‘전파력 약하다’ 안일…방역의식 부족
Q1. 국내에서 전국적으로 연이어 ASF가 발생하는 이유와 문제가 무엇인가?
우선 ASF에 대한 방역 의식이 부족해서다. 구제역보다 ASF가 질병 전파력이 약하다는 이유에서 안일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분명한 건 구제역보다 전파력은 떨어지더라도 치사율과 지속력은 강력하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와 농장주 모두 문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본국에서 음식물이나 옷을 배송 받아 섭취하고, 인근의 외국인 근로자에게 나눠주는 과정에서 ASF가 전파되기도 한다. 또 농장주도 ASF가 토착화된 동남아시아 국가로 여행을 자제해야 하고, 설령 여행을 갔다 오면 5일의 기간을 두고 농장에 출입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이 같은 사소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ASF 바이러스가 급성에서 만성형으로 변하고 있어 농가들이 감염 여부를 즉각 발견하기 어려운 점도 이유 중 하나다. 2018년에서 2023년까지는 폐사율이 90~100%의 급성과 고병원성 형태였지만 2024년 이후에는 낮은 폐사율과 길어진 잠복기 등으로 증상을 발견하기 어렵게 됐다. ASF 바이러스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야생멧돼지만 잡는다고 해결 안돼···농가 잘못된 소독방식부터 바로잡아야
야생멧돼지가 발견되는 지역에선 숙주인 야생멧돼지를 잡거나 농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멧돼지가 돌아다닌 인근 지역 모두가 감염이 됐다고 보면 된다. 새의 분변이나 사체, 파리나 바퀴벌레, 쥐와 표층수, 소독이 되지 않은 지하수 등에서도 ASF가 검출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현장에서 소독약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설명서를 제대로 읽고 희석배수를 알맞게 사용하는 농가가 드물다. 소독약은 병원체와 유기물에 따라 각기 희석 배수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또 2가지 이상의 소독제를 섞어서 사용하면 안 되는데, 여러 소독제를 섞어서 사용하는 곳도 더러 있다. 현장에 방역 전문 수의사의 숫자가 충분했다면 제대로 된 방역이 이뤄졌을텐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2020년 이후 동남아는 양돈산업 재편···소수 농가·기업 중심으로 양극화 뚜렷
Q2. ASF 확산이 이어지면 한돈 산업 어떻게 변하나?
ASF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한돈 산업 재편’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등장할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2020년 ASF가 크게 발생하며 양돈 산업이 전면 개편됐다. 방역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한 농가는 생존했고, 그러지 못한 농가들은 사라졌다. 그 결과 돼지 사육사릿수는 살아남은 소수의 농가와 기업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고, 기업화와 규모화 등으로 인해 양극화 현상이 발생했다. 한국도 동남아시아처럼 ASF로 인한 산업 재편 시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동안 ASF가 발생하지 않거나 숙주인 야생멧돼지가 발견되지 않은 충남 당진과 전남 영광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방역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한돈 농가들은 한돈 산업 재편을 반드시 염두하고 철저한 방역에 임해야 한다.
Q3. 해외는 어떻게 ASF에 대응하고 있나?
사실 한국은 태국의 거대 축산 기업과 비교해서방역 수준이 떨어진다. 태국의 초국적 A 축산 기업의 경우 방역을 철저하게 잘 하고 있다. 농장에 외부인이 출입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고, 내부인의 출입횟수도 최소화하고 있다. 직접 근무자는 농장 내부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가족농장의 경우 내부 거주를 금지하고 있다. 근무자가 농장에 출입할 때에는 손과 목뒤, 허벅지 등에서 PCR 샘플 검사 후 음성이 확인돼야만 출입할 수 있다. 또 농장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샤워실을 거쳐야 하는데 샤워실의 문이 강제로 5분 동안 잠기고 샤워를 해야만 통과할 수 있다. 출하나 분뇨처리 관련 인원과 차량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히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점은 방역에 대한 매뉴얼이 섬세하게 마련돼 있고, 평상시에 점검과 더불어 발생에 대비한 훈련도 각 농장마다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방역 매뉴얼 다듬고 농장 상시훈련 필요···농장마다 전문가 검증 후 방역 진행을
Q4. 국내 ASF 방역, 어떻게 변해야 하나?
ASF 방역에 대한 기본부터 재편해야 한다. 농장 밖 모든 것이 ASF 감염원으로 생각하고 방역을 설계하고, 농장주와 근무자의 방역의식도 이에 맞게 변해야 한다. 농장의 방역 수준은 곧 농장 내에서 가장 방역의식이 낮은 사람의 수준과 같다고 생각해야 한다. 같은 농장 내에서도 방역에 대한 지식과 정보의 격차가 있기 때문에 구성원 모두가 ASF 방역 대책을 숙지하고 이행해야 한다. 또 농장마다 구조나 위치,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환경에 맞는 방역 대책을 세우고 제3자(전문가)에게 검증받고 방역을 진행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도 방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해외(동남아시아) 돼지 농장에서 근무하다 한국에 농장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만이라도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하기 전 합숙 형태로 모여 입고 온 옷과 소지품을 소각하고, 일정 기간 대기 후 새로 준비한 옷과 물품을 소지한 채 한국으로 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지만 확실한 차단 방역을 위해 농장주들이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데, 예방 비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ASF 발생 시 들어가는 비용보다 저렴하다는 생각을 꼭 해야 한다. 또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방역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이행 여부도 체크해야 한다. 방역은 지속적인 투자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면 예방할 수 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