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2월17일)이 2주일 남은 상황에서 구제역에 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소·돼지 사육농가들이 곤경에 빠졌다. 국민 이동이 잦은 시기인 데다, 축산물 수요가 높은 때인 만큼 업계는 잇단 가축전염병 확산이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제역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송미령·농림축산식품부 장관)는 1월31일 인천 강화군의 소농장에서 올해 처음으로 구제역이 확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전남 무안 사례 이후 9개월 만이고 인천으로선 2015년 3월 이후 약 11년 만의 재발이다. 발생농가는 한우 181마리와 젖소 65마리를 포함해 모두 246마리를 키우는 곳으로 파악됐다.
중수본은 구제역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발생농장에서 사육 하는 소를 모두 살처분하고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인천과 경기 김포에 대해선 위기관리 단계를 종전 ‘주의’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상향하고 그외 전 지역엔 ‘주의’ 단계를 유지했다.
구제역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1일엔 전북 고창의 한 양돈장에서 ASF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앞서 전남 영광 양돈장(종돈장)에서 1월26일 발병한 이후 6일 만이다. 이로써 올들어 국내 농장 ASF 발병 건수는 5건으로 늘어 지난해 전체 발병 건수(6건)에 육박했다.
더욱이 전북으로선 사상 첫 발병으로 기록되면서 그동안 청정지역이던 충남에 이어 전남·전북이 2개월새 차례로 무너지는 아픔을 맞게 됐다.
주목되는 것은 고창 농장의 특수성이다. 돼지 1만7658마리를 ‘일관 사육’ 방식으로 키우는 이곳은 영광 발생농장의 가족농장으로 확인됐다. 농장간 수평 전파보다는 돼지·사람·차량으로 인한 인위적 전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본지 추가 취재 결과 영광 발생농장의 돼지를 입식받은 농장은 고창 외에도 임실지역에 1곳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설 대목에 제1종 가축전염병이 연이어 터지면서 설 대목 축산물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축산업계에 따르면 1월말∼2월초는 농가 단위 최대 출하 성수기다. 잇단 살처분과 이동제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출하 지연에 따른 농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설 연휴를 앞두고 도축일수 부족, 돼지고기 수요 증가, 출하물량 집중 등이 예상됨에 따라 3일부터 경기 안성·포천, 영광 ASF 발생 관련 방역대·농장역학에 포함돼 이동제한 중인 농장의 조기출하를 한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또한 강화된 방역시설을 설치 완료한 농장 가운데 임상·정밀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 곳에 대해선 사전 출하계획 제출 등 조건을 충족하면 방역조치를 완화한다. 이는 ASF SOP에 따른 출하 가능 시기보다 최대 일주일 앞당긴 조치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구제역이 앞으로 추가로 발생한다면 쇠고기 공급 차질보단 설 대목에 소비 위축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보경 기자 brigh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