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내년 3월 조합장 선거 맞물려
차기 출마 노리고 전환 시도
“조합장·임원 이익만 챙기나”
현장 반발 확산·민원 잇따라
내년 3월 3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일선 지역농협에서 상임조합장을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에서 비상임조합장의 연임을 제한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처리가 진행되는 가운데, 법 시행 전 정관 개정을 통해 비상임으로 전환해 다시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기 위한 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 취지 훼손 논란과 함께 조합원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상임조합장의 비상임조합장 전환 움직임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농협법 개정안과 최근 결산총회 시기가 맞물리며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말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농협법 개정안은 비상임조합장의 장기 재임 구조가 조합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훼손해 왔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해, 비상임조합장에게도 상임조합장과 동일하게 연임을 두 차례로 제한하도록 했다.
다만 해당 개정안은 본회의 통과 전까지는 현행 제도가 그대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법 시행 이전에 정관을 개정해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할 경우, 내년에 치러질 조합장 선거에 다시 출마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비상임조합장 전환을 둘러싼 현장 반발도 적지 않다. 한 일선 농협 관계자는 “결산총회에 맞춰 이사·감사 선거가 함께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산 규모가 크지도 않은 조합에서까지 상임조합장을 비상임으로 바꿔 차기 선거에 다시 출마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조합원의 권익은 뒷전으로 밀린 채 조합장과 일부 임원들의 이해관계만 앞세워지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정황은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에 접수되는 민원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비상임으로 전환할 경우 법적으로 한 차례 더 출마가 가능해지는 구조”라며 “정관 변경이 총회 특별의결 사항인 만큼, 결산총회가 열리는 시기에 이를 함께 처리하려는 조합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관 변경은 총회에서만 가능하고, 출석 조합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며 “총회가 열릴 때마다 대의원 회의비 등 비용 부담도 적지 않아, 조합 입장에서는 결산총회 시기에 관련 안건을 함께 상정하려는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차기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이사나 대의원들이 이를 문제 삼으면서 내부 마찰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선거를 앞두고 비상임조합장 전환 시도가 잇따르자,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도 무리한 정관 개정에 대한 경계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농협중앙회 회원지원부 관계자는 “정관 변경은 반드시 법과 정관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절차상 하자가 있을 경우 무효가 될 수 있다”며 “조합원에게 전환의 당위성을 설명할 때도 법과 정관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지도문서를 일선 조합에 발송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 관계자도 “비상임조합장 전환을 둘러싼 움직임을 민원 등을 통해 인지하고 있다”며 “농협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법의 취지가 현장에서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 규모 2500억원 이상 조합은 현행 농협법에 따라 비상임조합장으로 의무 전환 대상인데, 일부 조합에서 이를 2025년 기준까지만 적용되는 것처럼 잘못 안내하거나 무리하게 자산 규모를 맞추려는 사례가 있다”며 “이 같은 혼선을 바로잡기 위해 관련 내용을 명확히 한 공문을 일선 농협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