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월29일 내놓은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 경기 과천에 자리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장 ‘렛츠런파크 서울’ 이전 계획이 포함되면서 마사회와 지역사회가 당혹해하고 있다. 이전이 현실화하면 37년간 과천 시대를 열어온 마사회가 변곡점을 맞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서울경마장과 국군방첩사령부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과천 인공지능(AI) 테크노밸리’를 조성해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경마장 부지 115만㎡(34만8000평)와 방첩사 부지 28만㎡(8만4700평)를 통합해 한국토지주택공사 시행으로 9800호 규모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울경마장은 경기지역 내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올 상반기 이전 계획을 수립해 2030년 과천 AI 테크노밸리를 착공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정훈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마사회 부지는 자체 소유이고 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결정은 마사회 이사회 결정에 따르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히 협의해 마사회 영업활동과 이용객 편의에 무리가 없도록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마사회는 정식 협의가 전혀 없었다며 크게 동요하는 모양새다. 기밀을 요하는 부동산정책 특성상 논의가 제한됐을 수 있으나 사전에 전혀 협의된 바가 없어 임직원이 받아들이는 충격은 매우 크다는 게 마사회 관계자 전언이다. 이전 대상지가 구체화하지 않은 것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계획에 없던 경마장 이전이 현실화하면 경마 관객수 감소로 이어져 마사회 운영 전반과 말산업 침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마사회노동조합은 1월29일 성명에서 “2만4000명 종사자를 사지로 몰고 말산업을 말살하는 졸속 주택공급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며 “해당 기관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정부정책에 분노를 표한다”고 말했다.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도 반발했다. 과천시민 중심으로 4일 기준 130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과천 경마공원 이전반대 비상대책위’는 7일 중앙공원 앞에서 ‘과천 사수 범시민 총궐기 대회’를 예고하고 나섰다. 2일 오후엔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 지역민과 노조 등이 보낸 근조화환 수십개가 들어섰다.
시는 1월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마장 이전은 시의 재정 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가운데 복지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는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지자체와의 실질적인 협의와 충분한 사전 검토를 통해 해당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사회가 2024년에 펴낸 ‘한국경마 100년사’에 따르면 서울경마장은 1922년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에 들어선 ‘조선경마구락부’ 한강 상설경마장이 모태다. 이후 동대문구 신설동, 성동구 뚝섬을 거쳐 1989년 9월 경마 관객 증가와 시설 현대화 필요성에 따라 과천에 둥지를 틀었다.
마사회는 경마사업 등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잉여금의 70%를 매년 축산발전기금으로 내고 있다. 지난해 납부규모만 1188억원이다. 기금이 설치된 1974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금액은 3조3621억원에 달한다.
이미쁨 기자 alread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