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03년 산림청은 ‘소나무 재선충병 박멸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며 단기간 내 재선충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에는 ‘소나무재선충병 전면전’을 선언했고, 2010년에는 ‘3년 후면 대한민국이 재선충병 완전방제 성공국가가 된다’고 공언했다. 이후에도 선언은 반복됐다. 2014년에는 ‘소나무재선충병 완전방제의 희망이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고, 2015년에는 ‘2017년까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완전 방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2024년에 이르러서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공식 평가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20여년간 이어진 이 같은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현실의 숲은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1988년 부산에서 처음 확인된 소나무재선충병은 남부를 넘어 중부·서부·동해안으로 확산됐고, 현재는 수도권과 서해안까지 포함한 전국적 문제로 고착화됐다. ‘박멸’을 외치던 시기마다 피해 지역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더 넓어졌다.
이 같은 괴리는 지난 4일 국회 산불피해지원대책특별위회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최한 ‘소나무 재선충 방제 현황과 개선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실패한 정책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일본이 이미 중단한 훈증·항공방제·대규모 벌채 중심의 방식을 장기간 답습한 결과 재선충 억제는커녕 숲의 구조적 건강성과 산불 대응력까지 동시에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소나무재선충, 재선충이 재앙인가 방제가 재앙인가’를 주제로 발제한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우리는 지난 30여년간 방제를 한다며 오히려 재앙을 키워온 나라”라고 단언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대한민국 기후대에서 자연적으로 발달하는 숲은 낙엽활엽수림이다. 현재 소나무 비중이 높은 것은 조선 후기 이후 땔감 채취 등 인간의 강한 개입으로 숲이 극도로 척박해진 결과일 뿐이며, 에너지 전환이 본격화된 1980~90년대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활엽수림으로 전환되는 것이 정상적인 숲의 경로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책은 이를 ‘소나무 고사=숲의 쇠퇴’로 규정했고, 이 프레임이 재선충 방제 정책을 지배해 왔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 결과 소나무림의 자연 쇠퇴와 활엽수림 발달이라는 흐름이 차단되면서, 소나무도 활엽수도 함께 훼손되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특히 일본 사례를 들어 “일본은 1977년 소나무재선충병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훈증·항공방제·대규모 벌채를 총동원했지만, 피해가 줄지 않자 1997년 이 법을 폐지했다”며 “한국은 일본이 실패를 인정하고 접은 정책을 2005년 특별방제법으로 그대로 가져와 20년 넘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일본의 소나무재선충 피해 면적은 특별조치법이 폐지된 1997년보다 2021년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그는 “숲가꾸기와 간벌 정책 역시 일본에서 효과가 없다고 확인된 방식”이라며 “소나무의 핵심 방어기작은 상처가 났을 때 분비되는 송진인데, 반복적 간벌은 이 방어체계를 무너뜨려 매개충 증가와 재선충 확산을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숲가꾸기를 한 지역의 재선충 피해율이 방치 지역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난 사례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가만히 두면 숲은 활엽수림으로 회복되지만, 방제사업은 이 자연 회복을 지속적으로 차단해 왔다”고 강조했다.
‘대형산불과 기후위기 부르는 산림청의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발제한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대표는 재선충 방제와 대형산불 사이의 구조적 연관성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최 대표는 “재선충 방제를 이유로 산에 쌓아온 수십만 개의 훈증더미와 대규모 벌채지가 대형산불의 핵심 연료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2년 밀양 산불과 대구 산불 사례를 언급하며 “헬기가 물을 퍼부어도 불이 꺼지지 않았던 원인 중 하나가 수년간 방치된 훈증더미였다”고 말했다. 또한 “훈증과 간벌 이후 숲이 열리면서 지표 온도가 3도 이상 상승하고, 이는 솔수염하늘소 같은 매개충의 번식과 이동을 촉진한다”며 “방제를 할수록 재선충이 더 빨리 퍼지는 역설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역시 같은 방식으로 수십 년을 버텼지만, 결국 실패를 인정하고 법과 정책을 접었다”며 “한국은 그 실패의 결론을 알면서도 동일한 경로를 다시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수종전환 정책에 대해서도 “재선충을 막겠다며 살아 있는 소나무와 활엽수를 함께 베어내고 특정 수종을 심는 방식은 일본에서도 산불 위험과 생태 훼손을 키운 것으로 평가됐다”며 “이제는 재선충보다 방제가 숲과 국민 안전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홍대 산림청 산림병해충방제과장은 “과거 훈증 중심 방제가 확산을 막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며 “현재는 국가 차원의 방제전략을 수립해 지역 특성에 맞는 선택·집중 방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방제 품질·안전 평가제 도입과 지역 거버넌스 강화, 천적 곰팡이 등 친환경 방제기술 연구 확대를 통해 정책을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