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올해부터 무관세로 들어오는 미국과 유럽산 멸균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원산지 표시제도 개선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커피전문점과 디저트업체 등에서 사용하는 우유의 원산지를 표시, 신선한 국내산 우유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멸균유 수입량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 1만1500톤이었던 멸균유 수입량은 2025년 기준 343% 증가한 5만1000톤으로 파악됐다. 아직까지 국내 생산량의 2.5% 수준이지만,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커피전문점 등을 대상으로 시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김진중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현재 스타벅스 등 대형 커피전문점은 신선한 국내산 우유를 사용해 맛과 풍미를 살린 카페라떼 등의 음료를 판매하고 있지만, 반면 저가 커피전문점은 원재료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수입산 멸균유 사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수입산 멸균유의 판매·유통사들이 커피전문점 등을 대상으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관세로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진 수입산 멸균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원산지 표시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커피전문점 등 음식점 원산지 표시 대상품목은 농축산물 9종, 수산물 20종 등이며, 우유는 제외돼 표시 의무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지태 낙농육우협회 정책기획상무는 “2024년 소비자조사 결과(낙농정책연구소), 수입산 멸균유의 음용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64.9%가 수입산 멸균유의 신선도와 안전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소비자는 수입 멸균유가 들어있는 제품인지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해당 제품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일종의 선택권 침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내산 신선 우유의 유통기한은 11~14일인데 반해, 수입산 멸균유의 소비기한은 1년에 달한다.
원산지 표시제도를 운영하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음식점 원산지 표시 대상품목에 우유를 포함하는 방안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마쳤고, 내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 농축산위생품질팀 관계자는 “음식점 원산지 표시 대상에 우유를 포함하는 것과 관련해선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수입 멸균유 대응 등 필요성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면서 “다만 부재료로 사용되는 우유의 특수성도 있고,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에 과도한 규제가 되면 안 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