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제1종 가축질병 발생 양상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9월과 10월 각각 경기 파주 소재 토종닭 농장과 광주광역시 소재 소규모 기러기 농장에 이어 같은 해 11월 경기 화성 소재 육용종계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인되면서 현재까지 총 38건 발생했고, 지난해 11월 그간 야생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던 지역인 충남 당진을 시작으로 올 들어 1월에만 강릉·안성·포천·영광, 이달 들어 다시 고창과 보령, 창녕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연이어 확인됐다. 또 1월 30일에는 인천 강화군 소재 소 사육농가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구제역까지 발생하는 등 국가가 관리하는 3가지 제1종 가축질병이 발생한 상황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장관 주재 가축전염병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질병 발생 상황이 엄중하다”며 방역 강화를 주문했다.
#발생 양상·ASF 우려 이유
고병원성 AI 확산세 멈추고 구제역 백신접종 잘 됐지만···ASF 최근 검출 8곳 중 7곳 이전 발생 없던 지역
지난해 9월 12일 신고된 경기 파주시 소재 토종닭 농장을 시작으로 2월 5일 현재 2025/2026년 동절기 농장 단위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총 3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과 10월 각 1건·11월 4건·12월 22건·1월 10건으로 집계되면서 일단 확산세는 멈춘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월 5일 현재를 기준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지난 1월 21일 보령 소재 육용종계농장에서 확인된 후 농장 단위에서의 발생은 없는 상황이다.
또 지난해 11월 25일 충남 당진에서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올 들어 1월 16일 강릉을 시작으로 23일=안성·24일=포천·26일=영광·2월 1일=고창·3일=보령 및 창녕 등지에서 연이어 확진사례가 발생했다. 특히 당진·안성·영광·고창·보령·창녕은 그간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이고, 야생멧돼지에 대한 환경검사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된 바 없던 지역이어서 해당지역 양돈농가와 방역당국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한편, 지난 1월 30일 인천 강화군 소재 한우와 육우 246마리를 사육 중이던 소 사육농장에서는 구제역이 발생했다. 구제역은 2019년=3건(안성·충주)·2023년=11건(청주·증평)·2025년=19건(영암·무안)이 발생한 바 있다.
구제역의 경우 우제류 가축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백신접종이 이뤄지고 있고, 1월 30일 구제역으로 확진된 소의 경우 백신을 접종하면 100%에 가까운 항체형성율을 보인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대목은 아니라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백신접종으로 확산세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인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도 야외바이러스가 여전히 다수 확인되고 있긴 하지만 농장 단위 발생 건수가 지난해 12월 22건에서 올 1월 10건으로 줄어든 데다 1월 21일 이후로는 추가 발생이 없어 진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상황이 다르다. 발생 첫해인 2019년 총 14건이 발생한 이후로도 2020년=2건·2021년=5건·2022년=7건·2023년=10건·2024년=11건·2025년=6건 등 농장단위에서 질병발생이 이어져 오긴 했지만 첫해를 제외하고는 기간을 두고 산발적으로 발생했던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1월 26일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한 영광 소재 농장이 종돈장이라는 점에서 직접 역학적 관계가 있는 돼지농장만 83호에 이르고 역학관계가 있는 동일 도축장을 방문한 농장 수가 무려 618호나 된다는 점에서 농장 간 수평전파 우려가 제기됐었는데, 바이러스 잠복기와 같은 1주일여만인 지난 2월 1일, 고창 소재 역학관련 농장에서 추가적으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확인되기도 했다.
또 4일 현재까지 지난해 11월부터 발생한 총 8건의 아프리카 돼지열병 중 포천을 제외한 7건이 이전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에서 나왔고, 특히 경기와 강원 북부에 이어 멧돼지의 동선을 따라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남하하면서 확산되던 기존 양상에서도 벗어나 있어 발생원인 규명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방역당국 주목 ASF 발생원인
‘동남아서 주로 발생’ 유전자 확인···해외 불법 축산물·노동자 등 인위적 유입 가능성에 무게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발생하고 있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발생원인을 소독과 방역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해외 불법 축산물 및 반입물품, 노동자 등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역당국이 이렇게 발생원인을 추정하고 있는 이유는 이전에 국내에서 발생했던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와는 유전형이 다르고, 야생멧돼지에 대한 환경검사에서도 이들 지역 대부분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1일, 강릉·안성·영광에서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열병 유전자 분석결과를 발표하면서 유형이 그간 국내 야생멧돼지에서 주로 확인되는 유전형(IGR-Ⅱ)가 아닌 다른 유전형(IGR-Ⅰ)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는 지난해 11월 당진에서 발생한 것과 동일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당진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했을 당시 “역학조사를 해보니 그간 국내에서 주로 확인됐던 유전자형이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하고 있는 유전형을 갖고 있었다. 또 야생멧돼지 환경검사에서도 당진은 한 번도 야외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던 지역”이라면서 “해당 농장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있었고, 해당 국가에서 같은 유형의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했었다”고 전한 바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내놓은 역학조사결과에 따르면 해당 농장에는 네팔에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 5명이 있었고,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생 후 고용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유전자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방역당국은 야생멧돼지에 의한 지역 내 오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사람·차량·물품 등을 통한 인위적 유입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면서 농장 내·외부 청소 및 소독과 구충·구서 등의 방제뿐 아니라 농장 종사자의 숙소·물품, 외국산 기자재도 소독하는 등 일제 정비를 진행하는 한편, 돼지농장 종사자를 대상으로 오염 우려 물품의 농장 내 반입·보관을 금지시켰다. 또 이달 말까지 농장 종사자의 물품과 숙소, 퇴비사 등에 대한 일제 환경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철저한 방역 주문
“방역수칙 어긴 농가, 국민 위해 엄정조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일 장관 주재로 가축전염병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철저한 방역과 함께 방역수칙 위반 농가에 대해서는 엄정조치를 강조했다. 송 장관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겨울을 가축방역에 너무 엄중한 시간인 것 같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에 이어 구제역(FMD)이 약 10개월여 만에 다시 발생했다”면서 “강화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혈청형이 O형으로 백신으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다만 백신접종 관리와 차단방역이 미흡한 농가에서 추가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인천광역시와 김포시에 대해 추가 확산 차단을 위한 긴급백신을 조속히 완료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해서도 송 장관은 “지난 한달 동안 방역부서와 재난부서가 협업을 통해서 가금농장에 대한 1:1관리를 했다. 이 1:1관리, 전담관 제도가 상당히 효과를 보았고 지금은 농장 단위에서는 진정이 된 상태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안심할 수 없는 것은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 검출이 지난 12월에는 10건 정도 관찰이 됐는데 지금 1월 들어와서 18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언제든지 농장으로 전파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경계를 늦추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반면 기존에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에서 연이어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한 데 대해서는 다각적인 방역 강화조치 강화를 주문했다. 송미령 장관은 “올 들어 1월에 강릉·안성·영광 등 새로운 지역에서 산발적 발생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지역에 대해 저희들이 추정한 것은 해외로부터 불법 축산물이라든가 근로자들, 그리고 물품 같은 것들이 소독이 되지 않은 채로 농장 안에 유입이 되면서 발생이 된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다”며 “전국 지방정부에서는 농장에 대한 일제 소독, 그리고 환경검사 및 농장 종사자 관리에 철저를 기해줄 것”을 당부하면서 기존 발생지역인 포천에 대해서는 “기존에 발생하던 접경지역인 만큼 경기도와 강원도 북부에서 소독예찰 등을 더욱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방역수칙을 어긴 농가에 대해서는 엄정조치 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송 장관은 “지난번에도 한번 말씀드렸는데 다시 한 번 강조 드린다”면서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농가는 그 한 농가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선량한 다른 농가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것은 결국 국민 전체에게 수급불안이라는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방역수칙을 위반한 농가에 대해서는 선량한 농가 보호를 위해서, 그리고 국민들을 위해서 철저히 엄정조치 할 것을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