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이기노·안형준 기자]
육계와 산란계에 치명적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소 사육 농가에서 구제역(FMD)이 발생하고, 최근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잇따르면서 축산 현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질병 발생이 집중되자 축산물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ASF 확산에 따른 광역단위 이동제한조치가 이어지면서 돼지고기 수급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달 16일 이후 ASF는 5일 현재, 경북과 충북을 제외하고 강원·전남·전북·충남·경기·경남 등 대부분의 광역지자체에서 발생했다. 광역단위 이동중지명령이 내려진 데다 발생 농장과 역학 관계가 있는 농장 및 도축장도 적지 않아 전국 곳곳에서 돼지 출하가 지연되고 있다.
원료육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가격도 소폭 상승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탕박(등외·제주 제외) 기준 kg당 돼지경락가격은 1월 1주(5~9일) 5241원, 2주(12~16일) 5097원, 3주(19~23일) 5094원으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4주(26~30일) 들어 5438원으로 반등했다. 공판장 기준 주 단위 도축물량도 3주차까지는 약 1만5000마리가량이 도축되다가 이동제한이 본격화된 4주차에 접어들면서 약 1만3000마리로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설 명절 돼지고기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해 경기 안성과 포천, 전남 영광 등 방역대 내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진 농장을 대상으로 조건부 조기출하를 지난 3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조건부 조기출하는 강화된 방역시설을 설치한 농가 가운데 임상 및 정밀검사에서 이상이 없을 경우에 한해 지정도축장으로 비육돈 출하를 허용하는 조치다.
다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지난달 16일 이후 ASF가 집중 발생하고 있는 데다, 광역지자체 중 6곳에서 확진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ASF는 공기 전파가 가능한 구제역과는 달리 직접 접촉을 통해서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지난해 11월 25일 발생한 충남 당진을 시작으로 1월 16일부터 이달 4일까지 확인된 곳 중 포천을 제외한 강릉·안성·영광·고창·보령·창녕에서는 처음으로 발생했고, 또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확진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설 명절을 앞두고 원활할 축산물 공급을 위해 방역 상 문제가 없는 농가와 도축장에 대해서는 최대한 출하와 도축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면서도 “발생 양상에 따라 상화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러스 잠복기가 1주일에서 10일 정도인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고병원성 AI 발생에도 불구하고 계란과 닭고기 수급은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계란가격은 일부 올랐다. 2025년 12월 기준 일일 계란 생산량은 4922만개로 전년동월 대비 1.1%가량 줄었고 400만마리가 넘는 산란계가 살처분 됐는데, 최근 가격 상승은 공급량 부족보다는 AI 발생시 이동제한에 따른 유통 차질 우려, 설 명절을 대비한 유통업체의 선제적 물량 확보 등 심리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1월 26일에서 2월 1일까지 30개들이 특란 한판 소매가격은 7220원 수준이다.
닭고기도 계란과 비슷한 양상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닭고기 1kg당 소비자 가격은 5926원으로 전년 대비 6.4% 올랐다. 업계는 고병원성 AI 추가 발생에 대한 유통업체 등의 경계 심리가 가격 상승을 유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동절기 고병원성 AI로 인해 병아리를 생산하는 육용종계 30만마리가 살처분된 점은 향후 수급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육계협회 관계자는 “육계농가에서는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육용종계 30만마리가량이 살처분 되면서 종란이 크게 부족해 진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수입을 추진 중이고, 병아리 가격도 이미 900원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육용 종란 부화와 사육 기간을 고려하면 여름철 성수기에 수급 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는 계열사 재고 물량이 있어 당장 닭고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설 명절을 앞두고 한우 경락가격은 오히려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경락가격 자료에 따르면 한우 거세우 기준 kg당 경락가격은 1월 1주와 2주 각각 2만2441원·2만2590원을 나타낸 후 3·4주 들어서는 오히려 2만2046원·2만1337원으로 하락했다.
이진우·이기노·안형준 기자 leej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