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종자기업 규모화’와 ‘종자 R&D 강화’가 우리나라 종자산업 발전의 핵심 열쇠입니다.”
한국종자협회는 최근 ‘우리나라 종자산업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종자산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문제점을 분석, 발전 방안을 도출하자는 목적에서 지난해 종자협회가 한국종자연구회에 의뢰, 12월에 완료됐다. 이후 보고서는 종자연구회 주최 심포지엄에서 최종 보고회를 가진 후 보완 과정을 거쳐 지난 1월말 발간됐다.
종자기업 성장구조 한계 진단
M&A·중견기업 육성·펀딩 제안
수출형 종자산업으로 전환해야
▲종자기업의 규모화, 어떻게=국내 종자기업은 대부분 영세하다. 영세기업의 종자 R&D 역량은 한정적이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우수 품종을 육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더욱이 기업 규모가 작다보니 첨단 육종기술을 도입하기도 힘들다. 결국 외국 품종을 수입하거나 국내 다른 기업이 육성한 품종을 생산‧판매하는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는 거리가 먼 구조다. 전 세계가 종자를 미래산업으로 성장시키고 있는 것과 다른 환경이다. 종자기업을 규모화해야 하는 이유다.
보고서는 종자기업의 규모화 방안으로 종자기업과 소규모 종자개발 전문업체간 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례로 농업회사법인 (주)다나를 들었다. 다나는 파트너종묘·우리종묘·하나종묘와 협약을 맺고, 이들이 개발한 주요 품종을 판촉하고 있다. 다나는 자체 육종을 하면서, 영업 전문 종자기업의 역할도 하고 있다. 다나는 수년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비슷한 개념으로, 개인 육종가 육성 품종을 종자기업이 사입해 판로를 개척하고 영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도 있다. 이때 종자기업은 개인 육종가가 다양한 품종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보고서는 “다나의 사례처럼 영업 전문 종자기업이 소규모 종자개발 전문업체를 M&A(인수합병)해 규모화를 추진할 수 있다”며 “정부는 ‘(가칭)종자산업발전 정책 펀딩’을 마련해 기업간 협업을 위한 전략 구축 자금으로 지원해 줄 수 있다”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중견기업의 대규모화도 강조했다. 우리나라 종자산업의 지향점은 궁극적으로 ‘수출형 종자산업’이다. 때문에 국내 종자산업의 미래를 위해선 국내 기업이 다국적 기업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의 규모를 갖춰야 한다. 그 일환으로, 우리나라의 종자기업 중 연매출이 100억원대를 넘고 육종부터 판매까지 종자산업 가치사슬의 모든 기능을 갖춘 회사를 대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게 보고서의 의견이다. 보고서는 중소벤처기업부(전 중소기업청)가 중소·중견 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추진했던 ‘World Class 300(월드클래스300)’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해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가칭)World Seed 10(월드시드10)’ 프로젝트를 착수할 것을 제안했다.
고희종 종자연구회장은 “약 10년간 연 1~2개 업체를 선정하고, 연구개발 자금과 함께 기업의 성장과 수출을 위한 각종 지원을 동반함으로써 세계 굴지의 종자기업으로 성장할 발판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주도 산학연 협력 필수
디지털 육종 플랫폼 구축 지원
종자산업 컨트롤 타워 설치 요구
▲종자산업 발전을 위한 R&D 강화=종자기업 성장의 주축은 단연 ‘종자’다. 고품질 종자가 있어야 국내외 매출이 늘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종자기업의 R&D 투자가 필요하다. R&D 투자는 기업의 규모에 비례하는 게 현실. 외형적 규모화가 아니더라도 R&D 역량을 높일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종자기업과 대학교·연구기관의 협력’을 통해서다. 물론 지난 수십 년간 정부 지원을 통해 국내 종자기업들도 대학교·연구기관과 품종개발 연구과제를 수행해왔다. 문제는 그 과제의 성과를 종자기업이 실제 사업화한 사례가 드물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종자기업의 역할이 연구과제의 들러리에 그친 경우가 많고, 연구과제를 주관하기 보단 계통종자를 제공하면서 초기 재배시험에 참여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부지원 품종개발 연구과제는 중장기적 공동연구로 시작하고, 적어도 후반부에 기업체가 연구과제의 중심이 되는 산학연관 연구협력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디지털 육종을 위한 인프라도 필요하다. 전통 육종에서 디지털 육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지만 중소기업의 자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기업들이 저비용으로 활용 가능한 디지털 육종 플랫폼을 개발·공급하고, 범국가적 육종 데이터 표준화 협의체를 구성, 디지털 육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내재해성 품종 개발을 위한 R&D 지원을 강화하는 가운데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열대성 채소 작물을 의무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초기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보고서는 담았다.
종자산업 발전을 위한 ‘컨트롤타워’ 설치도 당부했다. 종자 R&D를 포함해 우리나라 종자산업의 중장기 청사진을 종합적으로 설계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 보고서는 현재의 ‘농림종자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한 ‘(가칭)종자산업발전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종자산업발전추진위원회 참여 대상은 정부와 학계, 기업, 종자협회, 민간육종가협회, 농협 등이다. 특히 농협의 참여를 강조했는데, 보고서는 “농협은 농우바이오와 농협종묘센터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만 종자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한 직접 투자는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농협이 종자기업과 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하는 종자산업 발전계획에 참여하고, 정책결정 과정에서 정부 지원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고희종 회장은 “우리나라가 종자주권을 지킬 것이란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종자산업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보고서를 기점으로 종자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전문가들이 함께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실행에 옮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