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양돈산업이 큰 위기를 맞았다. 정부는 농장 방역 강화와 이동제한을 반복하고 있지만 전국 방역망은 지난해 11월말 이후 두달여 만에 충남·전남·전북·경남 4곳이 차례로 뚫렸다.
이런 가운데 해외에서 수입되는 돈육 가공품 부적합품 100개 중 5개 이상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축산물 반입 관리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전국 공항·항만에 수입되는 부적합 돈육 가공품을 모니터링한 결과 2018년 이후 지금까지 전체 2478건 중 5.7%(142건)에서 ASF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부적합 소시지·순대·육포 100개 중 5개 이상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묻어 있던 셈이다.
최정록 검역본부장도 최근 국내 한 언론 기고에서 “ASF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유입될 위험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ASF 바이러스는 외부 환경 저항성이 높아 가열하지 않은 햄·소시지 등 가공품에선 6개월까지도 감염성이 유지된다.
최근 정부의 중간 역학조사 결과도 이같은 불법 축산물 관리 강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송미령·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따르면 올들어 발생한 강원 강릉(1월16일), 경기 안성(1월23일), 전남 영광(1월26일)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해외에서 많이 보고된 유전형 2형의 ‘IGR-Ⅰ’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야생멧돼지에서 주로 확인되는 유전형 2형의 ‘IGR-Ⅱ’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중수본이 농가 소독과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종사자의 물품(신발·의복·냉장고) 등에 대한 환경검사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근거가 됐다.
농식품부는 인적 교류가 많은 설 명절을 앞두고 돼지농장 종사자의 모임과 불법 축산물 반입·보관을 금지하고 농장 종사자 현황을 파악해 국적별 방역교육과 홍보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온·오프라인에서 거래·유통되는 불법 축산물 모니터링과 검사도 진행한다. 자동급수기·먹이통 등 해외에서 주문한 축산 기자재에 대해서도 환경검사를 시행하고 농장 진입 전 소독을 거쳐 축사에 반입하도록 한다.
검역본부는 9∼22일 2주간 동식물 국경 검역을 강화한다. 지난해 불법 농축산물 반입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외국인 노동자가 다수 입국한 베트남·중국·몽골·태국·캄보디아·네팔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여객선을 위험노선으로 지정하고 엑스레이(X-ray) 일제 검사와 검역탐지견을 집중적으로 투입한다.
김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