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약보합세 전망과 달리 산지 쌀값이 상승세를 보이자 정부가 그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기 위해 농가와 농협 등을 대상으로 벼 보유 현황에 대한 행정조사에 나선다. 쌀값 상승을 둘러싼 현장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농가까지 직접 벼 보유 물량을 파악하겠다는 이례적인 조치로, 조사 결과에 따라 공공비축미 방출까지 검토될 전망이다.
1월 들어 산지 쌀값은 세 차례 연속 상승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산지쌀값은 2025년 12월 25일 80kg 기준 22만6736원에서 1월 5일 0.3% 오른 22만8420원, 15일에는 다시 0.3% 상승한 22만9028원을 기록했다. 이후 1월 25일 기준 산지쌀값도 전 순기 대비 0.1% 오른 22만9382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약보합세를 예상했던 전망과 달리 상승 흐름이 이어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3일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고 계획했던 10만톤 규모의 쌀 시장격리 방안을 전면 보류했다. 그러나 격리 보류 이후에도 산지 쌀값이 추가로 오르면서 수급 판단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쌀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로 산지 출하가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과, 실제 원료곡 재고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5일 쌀 수급 상황에 맞는 대책을 신속히 검토하기 위해 농가와 농협 등을 대상으로 벼 보유 현황에 대한 행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원료곡(벼) 재고를 포함한 쌀 수급 상황을 보다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지방정부와 농업인단체 등의 협조를 받아 4일부터 농가별 벼 보유 물량 조사를 시작했다. 5일 박정훈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전북 김제시 동김제농협과 인근 농가의 벼 보관 창고를 방문해 벼 보유 현황을 직접 점검하고, 쌀 수급 상황에 대한 현장 의견도 청취했다.
박 실장은 “쌀은 주식으로 작은 수요 변동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는 특성이 있다”며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한 만큼 지방정부와 협력해 농가 벼 보유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상황에 맞는 대책을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가 대책을 판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고량 확인과 함께 2월에도 산지쌀값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공공비축미 방출까지 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10만톤 시장격리 보류 이후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수급 대책이 비축미 방출 외에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RPC 한 관계자는 “농가까지 보유량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은 이례적인 조치”라며 “10만톤 격리 계획 보류와 대여곡 1년 연장 이후에도 재고 부족이 확인된다면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는 공공비축미 방출”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건은 2월 산지쌀값으로, 1월의 상승 흐름이 2월에도 이어질 경우 정부로서도 비축미 방출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