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 2월호 기사입니다.
로봇착유기를 도입하면 착유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착유 횟수가 늘어나면서 개체당 산유량이 증가하고 개체별 정밀 관리가 가능하다. 2020년 ‘축산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으로 로봇착유기와 로봇포유기, 조사료 정리 로봇(피드 푸셔) 등을 도입해 노동력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두희목장> 이재광 대표를 만나봤다.
지난 1월 7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에 있는 <두희목장>을 찾았다. 착유우 40여 마리를 포함해 100마리 정도의 젖소가 생활하고 있는 <두희목장>에선 사람보다 로봇이 먼저 눈에 띄었다.
착유사 입구 쪽엔 로봇착유기가, 사료조 뒤쪽엔 조사료 정리 로봇(피드 푸셔)이, 포유사에는 로봇포유기가 각각 자리하고 있었다. 소들은 알아서 로봇착유기로 젖을 짜러 들어갔고 피드 푸셔는 두 시간마다 사료조 펜스를 따라 움직이며 밖으로 밀려 나온 완전배합사료(TMR)를 칼같이 밀어주고 있었다. 지금은 태어난 송아지가 없어 로봇포유기는 자동 세척만 반복하지만 송아지가 있을 땐 포유도 사람 대신 로봇이 담당한다.
착유실에서 착유 모습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젖소가 로봇착유기 안으로 들어오자 센서를 통해 개체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사료가 쏟아졌다. 젖소가 사료를 먹는 사이 로봇팔이 레이저로 유두 위치를 파악한 뒤 살균·소독의 과정을 거치고 자동으로 착유기를 젖꼭지에 부착했다. 착유한 우유는 자동으로 수집되며 유량과 유성분 분석까지 실시간으로 진행됐다.
노동력 줄고 생산성 늘어…데이터 활용해야
이재광 대표는 낙농 2세로 충남 천안에 있는 연암대학교를 졸업한 후 아버지가 운영하던 목장에 들어와 일을 시작했다.
“1993년쯤 네덜란드의 스마트팜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렐리사 로고가 박힌 로봇착유기를 처음 봤죠. 그 장면이 뇌리에 박혀 스마트축산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습니다.”
로봇착유기를 도입하고 싶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이 대표는 2020년 정부가 지원한 ‘축산 정보통신기술(ICT) 사업’ 덕에 로봇착유기와 로봇포유기, 피드 푸셔를 도입하고 30년 가까이 반복해 온 착유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마트 장비들을 도입하고 가장 큰 변화는 노동시간이죠. 예전 같으면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을 수 없었을 텐데 많이 자유로워졌어요. 또 아침저녁으로 착유를 하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으로 병원 신세도 자주 졌는데 병원 갈 일도 크게 줄었죠.”
소의 사양관리와 질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로봇착유기가 개체별 유량을 비롯해 우유 온도, 유지방, 유단백, 유당, 유리지방산, 체세포 수 등을 분석해 줄 뿐 아니라 반추 시간을 비롯한 소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농장주는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의 이상 여부를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조치만 취하면 된다. 가령 우유 온도를 통해서는 소의 체온을 확인할 수 있고 유성분 분석 결과를 통해서는 케토시스 같은 대사성 질병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덕분에 소의 도태율도 크게 줄어 농가 소득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쌓이는 데이터를 확인하고 활용하는 것은 농가 몫이다.
로봇착유기에 적합한 소 만들어야
처음부터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로봇착유기 도입 농가에 많이 가보고 사전에 준비를 충분히 했어야 했는데 로봇착유기 도입에 급급해 몇 가지 놓친 것들이 있었죠.”
외국의 사례를 보면 로봇 본체와 로봇팔 사이에 단차를 둬 로봇팔과 지면 사이 간격을 많이 떨어뜨려 설치한다. 로봇팔과 지면 사이 간격이 많이 떨어져 있어야 정비할 때 편해서다. 하지만 로봇 본체와 로봇팔 위치를 거의 수평으로 설치한 <두희목장>에선 바닥에 누워서 정비해야 한다.
착유세정수 처리도 문제가 됐다. 로봇착유기 도입 후 세정수 오염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고액분리기도 설치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죠. 폐수 처리장치가 막혀 1년에 서너 번은 다시 분해해 청소를 해 줘야 했거든요.”
이런저런 방법을 써보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한 이 대표는 결국 로봇착유기 바닥을 막아버렸다. 이로 인해 사람이 하루에 한 번씩 로봇착유기 안에 들어가 청소를 하고 있다.
유두 배열에 문제가 있어 착유하기 어려운 개체들도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착유 문제로 도태시킨 소는 모두 6마리에 달한다.
이 대표는 “로봇착유기 도입 후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먼저 로봇착유기에 적합한 소를 만들어야 한다”며 “유두 배열과 착유 속도, 유방염 저항성 등을 고려해 소를 개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때 착유 속도는 너무 빨라도, 너무 느려도 안 된다. 착유 속도가 너무 빠르면 유방염이 증가하고, 반대로 착유 속도가 너무 느리면 로봇착유기 내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져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로봇 포유기, 정밀 사양으로 송아지 증체율 향상
송아지 포유도 로봇이 담당한다. 이 대표는 하루 4ℓ로 시작해 생후 20일에 대용유를 9ℓ까지 늘린다 생후 45일부터 서서히 급여량을 줄여 생후 60일에 이유를 시킨다. 적응 기간은 개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처음 2~3일만 사람이 도와주면 알아서 잘 먹는다.
로봇포유기 도입 후 사람도 편해졌지만 송아지들도 조용해졌다. 사람이 손으로 포유를 시킬 때는 송아지 근처에 가면 빨리 우유를 달라고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울어 댔지만 지금은 포유장에 가도 우는 송아지가 없다.
개체별 우유 급여량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이상이 있는 개체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 줄 수도 있다. 또 송아지의 체중과 일령에 따라 정밀 사양관리가 가능해 송아지 증체율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로봇포유기를 도입할 때 당연히 자동 세척이 되는 건 줄 알았어요. 근데 로봇포유기를 받고 보니 제가 자동 세척 옵션을 선택하지 않아 사람이 일일이 닦아줘야 했고 세제도 알칼리와 산성 세제 둘 다 필요한데 세제 펌프도 하나만 달려 있었죠.”
이 대표는 업체 측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며 결국 나중에 비용을 지불하고 자동 세척 기능과 세제 펌프를 추가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자동 세척 기능이 있다고 해도 사람이 주기적으로 닦고 관리해 줘야 한다. 특히 송아지의 입이 닿는 젖꼭지는 적어도 이틀에 한 번씩 분해해 꼼꼼히 세척하고 호스는 두 달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한다. 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히려 송아지 폐사율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드 푸셔, 소 반추위 안정에 도움
피드 푸셔는 다른 ICT 장비보다는 사용법이 간단하다. 미리 세팅해 놓은 시간이 되면 초음파로 경로를 탐색하고 사료조 펜스를 따라 주행하며 사료를 밀어주고 제자리로 돌아가 충전까지 알아서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소비량도 적고 안전하다.
“보통 하루 네 번 정도 사료를 밀어주면 잘 관리한다고 해요. 그런데 피드 푸셔를 사용한 뒤론 두 시간에 한 번씩 사료를 밀어주죠. 덕분에 소들의 사료 섭취가 활발해졌어요.”
피드 푸셔가 움직일 때마다 불이 켜지고 소리가 나다 보니 누워 있던 소들도 한 마리씩 일어나 사료를 먹는다. 덕분에 소들도 한꺼번에 폭식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사료를 먹을 수 있어 반추위 안정화에도 도움이 된다.
“노동력이 70% 정도 줄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착유와 포유를 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TMR을 밀어주지 않아도 되니까요. 다만 착유 노동에서 벗어났다고 관리마저 소홀히 하면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대표는 “ICT 장비는 잘 쓰면 농가 경영에 도움이 되지만 잘못 쓰면 애물단지가 될 수 있는 만큼 소와 기계에 대한 이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사전에 철저히 공부하고 준비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글 장영내 I 사진 이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