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정부가 농어촌기본소득의 사용처와 지급 요건을 확정하고 이달 말부터 전국 10개 군 대상으로 시범사업에 본격 착수한다. 생활 인프라가 열악한 면 단위 지역에서 새로운 소비처를 발굴·지원하는 문제가 정책 연착륙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시행지침’을 확정해 지자체에 통보했다. 지자체별 자격 확인 절차를 거쳐 2월 말부터 매월 15만원의 기본소득이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된다. 시범지역 9곳(연천·정선·옥천·청양·순창·장수·신안·영양·남해)은 오는 26~27일 첫 지급을 시작하고, 곡성은 3월부터 합류한다. 사업 기간은 2027년까지 2년간이다.
시행지침의 핵심 중 하나는 사용처와 사용 한도 설정이다. 기본소득은 주민등록상 거주지인 읍·면에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면 지역의 소비처 부족을 고려해 지자체가 생활권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기한도 면은 읍(3개월)보다 긴 6개월로 설정했다.
또 생활권 유형에 따라 사용 한도를 차등 적용한다. 읍 지역에 소비가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병원·약국·영화관·학원·안경원의 경우 ‘읍과 별개의 단독 생활권’인 면 주민은 월 15만원까지, ‘읍과 하나의 생활권’인 면 주민은 월 5만원까지 쓸 수 있다. 주유소·편의점·하나로마트는 사용 한도를 합산 최대 5만원으로 제한했다.
강동윤 농식품부 농촌소득에너지정책관은 “소비처 제한은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역 내 소비 순환을 유도해 궁극적으로 농어촌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현장 불편이 예상되지만 전문가들도 기존 읍 중심 소비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 소비 수요를 기반으로 한 사회연대경제 모델 등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서봉균 농어촌기본소득운동전국연합 정책실장은 “쓸 곳이 없다는 이유로 소비처 확대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 결국 읍 중심 소비 구조가 고착될 수밖에 없다”며 “시행 초반에는 면 지역의 소비처 부족 문제가 드러나겠지만, 연천 청산면 사례처럼 기본소득으로 지역 내 소비 여력이 높아지면 사회적협동조합이나 이동장터 같은 사회적 서비스가 생긴다. 이런 생활 인프라의 변화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부분이 정책 연착륙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급 대상자 요건 중 ‘주 3일 이상 실거주’ 확인 기준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초기 혼선 가능성이 있다. 타 지역으로 통근하는 직장인이나, 방학 기간에 거주하는 타 지역 대학생도 해당 실거주 기준이 확인되면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 시범 지역 선정 이후 전입한 주민의 경우는 90일 이상 실거주 확인 이후 3개월분을 소급해 지급된다.
농식품부는 실거주 확인에 따른 행정 부담을 줄이고 판단의 객관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장과 주민자치위원 등이 참여하는 읍면위원회와 마을 조사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실거주 확인이 어려운 경우 지급을 보류하고, 부정수급 신고센터를 설치해 사후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