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홍란 기자]
정부 방역 정책 실패로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방제전략의 전면 전환을 선언했다. 중장기계획을 처음으로 수립하고, 중앙정부 중심의 단기 대응에서 벗어나 국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번 전략을 두고 전문가 평가는 엇갈린다.
▲소나무재선충병 국가방제전략=산림청은 5일 ‘중장기 국가방제전략(2026~2030)’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략은 ‘소나무재선충병에 강한 건강한 청정 숲 확대’를 비전으로, 향후 5년간의 방제 로드맵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국가방제벨트 중심의 집중 관리 △지역 여건을 반영한 맞춤형 방제 △국가·지방 간 역할 재정립 △산림자원 순환형 방제로의 전환 등이다.
산림청은 국가방제벨트와 중요 소나무 숲을 우선 관리하고, 피해가 경미한 지역은 청정 지역으로 전환하는 방침이다.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방제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협력 체계를 통해 책임과 역할을 분담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피해 고사목의 수집·이용 확대와 수종 전환을 통해 숲을 재구성하고, 방제 참여 산림 소유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예찰·진단 기술 고도화, 통계 산정 방식 개선, 친환경 방제 기술 개발과 내병성 품종 보급을 통해 방제 신뢰도를 높인다는 계획도 담겼다.
▲전문가 목소리=정부가 처음으로 내놓은 중장기 방제전략을 두고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는 “왜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됐는지에 대한 분석 없이 중장기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근본적 문제 인식의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지난 37년간의 방제 과정에 대한 평가 없이 ‘앞으로 잘하겠다’는 선언만 반복하고 있다”며 “농약 살포와 벌채 중심의 기존 방식은 수십년간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선단지 설정으로 멀쩡한 나무까지 베어내는 방식은 숲을 더 망가뜨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현 서울대 교수는 “재선충병 확산을 자연과학적 현상에만 국한하지 않고, 인위적 확산 등 사회·경제적 요인까지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자체와 산주, 국민까지 함께 책임지는 관리 체계를 고민하게 됐다”며 “단기 대응에서 벗어나 체계적 관리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실행 과정에서의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성준 한국전문임업인협회 사무총장은 “방제 정책이 여러 논리에 따라 흔들릴 경우 현장 집행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일선 공무원들이 방제에만 매달리다 정작 필요한 임업·산림 정책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역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방제와 보상체계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최 사무총장은 “반출 금지로 인한 손실 보상이나 이동 허용 범위는 획일적으로 적용할 문제가 아니다”며 “지역 간 방제 편차가 커진 만큼, 국가 차원에서 사유림과 국유림을 가리지 않고 건강한 숲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란 기자 hongr@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