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홍란 기자]
불필요한 ‘민수용 형식증명’ 포함
충족 업체 1곳 뿐이라 경쟁 못해
가격 크게 오르고 납기일도 밀려
산림청이 추진 중인 산불진화용 대형헬기 도입 사업을 둘러싸고 고가 계약과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산불진화용 헬기로는 필요성이 낮은 인증 조건을 도입 요건에 포함하면서 과도한 예산이 투입됐고, 납기 지연까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국가 자산 도입 체계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비례)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림청이 추진 중인 산불진화용 대형헬기 도입 사업에서 초기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업 전반에 걸쳐 구조적 문제와 관리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의원에 따르면 산림청은 2022년부터 총사업비 4000억원을 투입해 담수량 1만 리터급 산불진화용 대형헬기 7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도입 과정에서 산불진화용 헬기로는 일반적이지 않은 ‘민수용 형식증명’을 요구 조건에 포함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유 의원은 “민수용 형식증명은 조종사 외 산불진화요원 탑승을 전제로 한 인증으로, 대형 물탱크를 장착해 투입되는 산불진화헬기에는 실질적 필요성이 없다”며 “산림청이 국내 감항인증 당국인 국토교통부와의 실질적인 검토회의나 법령 해석 노력 없이 항공안전법 조항을 기계적으로 해석한 결과 해당 인증을 도입 조건에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해당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업체가 사실상 헬기를 개조했던 1곳으로 제한되면서 경쟁이 이뤄지지 못했고, 결국 약 300억원이면 도입 가능한 치누크 노후기체 개조헬기를 대당 약 550억원에 계약하게 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납기 지연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1호기는 당초 2025년 말까지 납품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민수용 형식증명을 받지 못해 납기가 2027년 중반으로 연장됐다. 이 과정에서 산림청은 지체상금을 부과하지 않은 채, 미국 제작사의 헬기와 조종사가 산불조심기간에 ‘지원’ 형식으로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또 산림청이 대형헬기 도입을 재난대비 긴급사업을 이용해 예산을 1대씩 쪼개 편성·계약하면서 사업타당성 조사 없이 개별 계약을 반복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방식으로는 통합 계약을 통한 가격 협상력 확보와 정비·교육훈련 등 체계적 운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고가 국가자산 도입 시 통합적 타당성 검토와 부처 협업을 의무화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홍란 기자 hongr@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