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홍란 기자]
기후변화로 산불이 빈번해지는 가운데, 산불 대응의 패러다임을 국가 주도 진화 중심에서 지역사회 기반 예방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정현·안도걸·임미애·허성무 의원,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진보당 전종덕 의원과 환경운동연합 공동 주최로 열린 ‘산불을 둘러싼 구조적 쟁점 2차 포럼’에서는 지역사회를 산불 예방과 회복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정책 과제가 논의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지역사회를 더 이상 재난 대응의 대상이나 대피 주체로만 볼 것이 아니라, 위험을 사전에 관리하는 예방의 핵심 주체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우리나라의 산불 진화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예방과 지역 기반 관리 체계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지역사회 중심의 산불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 일본 등은 산불 예방뿐 아니라 복구·회복 단계에서도 지역사회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명시하고, 정부는 예산과 전문성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지역사회 산불방어 보조금(CWDG)’과 Firewise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 주도의 대응을 지원하고 있으며, 호주는 주민 참여형 산불 대응과 지역 맞춤형 복구 기금을 운영 중이다. 일본 역시 마을 방재 조직을 중심으로 감시초소와 순찰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강오 경북대 초빙연구교수(충북산림포럼 이사장)는 “지역주도형 예방체계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시민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며 “단순한 주민 동원이 아니라 위험을 인식하고 함께 줄이는 적극적 행위자로서의 시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상시에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산불 위험 시 자발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호주의 자원봉사자 체계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조성 원광대 교수는 ‘산불 안전도시 모델’ 도입을 제안하며 “기술과 장비 강화는 산불 정책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며 “예방의 출발과 회복의 완성은 결국 지역사회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역사회 기반 체계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산촌 고령화라는 구조적 한계를 고려한 현실적인 모델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주민 참여 조직의 법적 지위, 교육·평가·예산 배분 주체를 명확히 하고, 정부 지원 과정에서 관료화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홍란 기자 hongr@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