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김경욱 기자]
벼 감축-전략작물 확대 병행
쌀 공급 과잉 구조 해소 계획
콩 신규 제한·가루쌀 절반으로
콩농가 “사실상 감축” 반발
가루쌀농가 ‘정책 소외’ 걱정
정부가 올해 벼 재배면적을 지난해보다 3만8000ha 줄인 64만ha로 관리하고, 전략작물은 9만ha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2026년 양곡수급계획’을 확정했다. 쌀 공급 과잉 구조 해소를 위해 벼 감축과 전략작물 확대를 병행하되, 콩은 신규 진입을 제한하고 가루쌀은 목표 면적을 절반 수준으로 조정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두고 콩 업계는 백태(메주콩)와 콩나물콩의 신규 생산 진입 제한이 사실상 감축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고, 가루쌀 업계는 면적 축소가 정책 소외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문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0일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양곡수급계획’을 심의, 확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벼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약 3만8000ha 줄어든 64만ha 내외로 설정했다. 이는 쌀 공급 과잉 구조를 완화하고 수요 중심의 생산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전략작물 재배 목표면적은 약 9만ha다. 품목별로는 △두류 3만2000ha △가루쌀 8000ha △하계조사료 1만9000ha △옥수수 3000ha △수급조절용 벼 2만1000ha △율무·수수·알팔파 등 3000ha다. 전략작물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콩은 올해부터 생산 제한이 적용된다. 정부는 직불 대상인 백태와 콩나물콩의 신규 진입을 제한하고, 전년도 직불 이행 농가가 기존 재배면적 범위 내에서 신청할 경우에만 직불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허동웅 농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지난해 논콩 3만2000ha 가운데 백태와 콩나물콩이 약 2만6000ha에 이른다”며 “6만톤을 수매하더라도 재고가 약 12만톤까지 늘어날 우려가 있어 두 품목은 신규 진입을 제한하고 기존 재배면적에 한해 직불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수급 안정을 위한 ‘생산 상한선’을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윤관호 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고령농 자연 감소와 쌀로의 회귀까지 감안하면 이미 면적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규 진입 제한은 감축과 다름없다”며 “연작 피해 우려로 지난해 다른 작목을 택한 농가들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쌀 농사로의 회귀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흥식 전국콩생산자협회 준비위원장도 10일 농식품부 앞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긴 장마로 백태 파종기를 놓치면서 서리태로 전환한 농가들이 지금은 가격하락과 재고 부담을 떠안고 있다”며 “서리태값이 떨어진 상황에서 백태로 다시 돌아가려 해도 직불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농가들은 진퇴양난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현실은 외면한 채 수급 조절을 이유로 백태 신규 진입을 막는 것은 정책 일관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장은 “현장에서는 자연 감소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데 굳이 ‘캡’을 씌워 농가 불안을 키우고 있다”며 “소비 확대와 유통비 절감 대책 없이 생산 조절에만 의존하는 것은 수급 정책 실패의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생산 기반이 흔들릴 경우 3~4년 뒤 국산콩이 부족해지면 값싼 수입콩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가루쌀 농가들은 면적 축소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정책 지원 축소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2028년 보급을 목표로 하는 신품종 도입을 고려한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승택 한국가루쌀공동경영체연합회장은 “소비 여건을 감안하면 무조건 면적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면적 감소가 정책 소외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생산단지 지원을 유지하면서 소비 확대 사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발아와 도복 문제가 개선된 신품종을 2028년부터 본격 보급할 계획으로, 올해는 약 100ha 규모로 시험 생산을 진행하고 내년에 보급종을 생산해 기존 품종을 대체할 예정”이라며 “그렇게 되면 농가 재배의향도 늘어날텐데 이에 맞춘 중장기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성진·김경욱 기자 kos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