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식탁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 만두다. 우리가 먹는 만두가 실은 중국에서 유래한 음식이며, 한반도에서는 중부지방에서 주로 먹는 음식으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사실을 담은 연구가 있다. 2024년 김용갑 전남대 문화유산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박혜경 교육학 박사가 발표한 ‘세시 절식으로서 한국 만두의 특징과 기원’에 따르면, 우리 만두는 우리 땅의 자생적인 문화에서 비롯됐다. 연구팀은 또 만두 섭취 문화가 태백산맥을 둘러싼 영향권에서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역디귿(⊃) 형태 ‘세시만두 벨트’=연구팀은 섣달 그믐, 설날, 대보름 무렵, 2월1일에 출현하는 만두를 ‘세시만두’로 칭했다. 1960년대부터 현대까지 문헌 조사와 현지 조사를 통해 출현 지역을 파악했다. 그 결과 세시만두가 출현하는 지역은 강원도와 경기도를 비롯해 충남·충북·경북까지 5개 도에 달했다.
특이한 것은 그 분포 형태다. 경기·강원 북부에서 시작해 동해안을 타고 내려와 충북과 경북 북부 경계선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도에 그리면 영락없는 ‘역디귿(⊃)’ 형태를 띤다.
다만 구술 기록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세찬으로 쓰인 만두는 1970년대를 전후에 유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설날뿐 아니라 당시 음력 연말 기간 내 먹는 음식이라는 것도 확인됐다.
◆가마니 닮은 ‘섬만두’, 동물과 과수에도 먹여=우리 조상들이 빚은 만두 중 주목할 것은 ‘섬만두’다. 이름 그대로 곡식을 담는 가마니인 ‘섬’ 모양을 본떠 빚은 만두다. 크기부터 압도적이다. 아주 작은 만두를 모아 큰 피로 감싸 어른 주먹만 하게 빚었다. 심지어 손바닥만큼 큼지막하게 만들어 네모진 모양을 내기도 했다.
왜 이렇게 크게 만들었을까. 농경 사회에서 ‘섬’은 곧 부와 풍요를 상징했기 때문이다. 새해 농사를 시작하며 “올해도 곡간에 나락이 가득 차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원 의식이었다. 그 영향으로 빚은 섬만두를 소와 개에게 먹이거나, 키우는 과실나무에 꽂기도 했다.
◆섞음·국물 문화 만나 ‘떡만둣국’으로=한국 만두의 또 다른 특징은 고유 음식 문화인 섞음과 습성음식(국물 있는 요리) 발달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여기서 탄생한 것이 바로 ‘떡만둣국’이다. 쌀농사가 활발해 떡국을 먹던 지역과, 밭농사 위주라 만두를 빚던 지역이 만나는 접경지대에서 두 음식이 자연스럽게 섞였다.
논문은 우리 만두가 떡국이나 팥죽처럼 나이를 한살 더 먹는 의미의 ‘첨세병(添歲餠)’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또 떡국에 만두를 넣어 먹는 것은 둘 다 귀한 음식인 데다 양을 불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만두, 함께 먹으며 복 받기를=연구진은 이같은 독자적인 특징을 근거로 한국 만두가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 아니라, 고대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면 만두소에 고기 비중이 높았겠지만, 우리 만두는 식재료와 식습관이 중국과 다르다. 즉, 밀 대신 한반도에 흔한 메밀을 주재료로 쓴 점, 김치와 두부로 속을 채운 점, 자생적인 쌈 문화 등이 그것이다. 다만 명칭은 동북아시아를 통해 ‘만토우(만두)’라는 명칭을 수용한 것으로 짐작했다.
요즘은 명절에 집에서 직접 만두를 빚는 풍경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마트에서 산 만두라도 떡국에 넣어 끓일 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한번쯤 떠올려볼 만하다. 척박한 산간 지방에서 가마니만 한 만두를 빚으며 가족의 배부른 한 해를 빌었던 그 마음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따뜻한 국물 위로 떠오른 만두 한 알은 우리가 새해에 함께 맛보는 ‘복주머니’다.
이휘빈 기자 vinyvi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