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지난 1월부터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자 방역당국이 사실상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이전 가축질병이 발생 농장을 중심으로 확산하던 것과는 달리, 발생 농장 간 거리가 상당한 탓에 역학조사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발생 요인도 복합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주춤해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도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경고가 나온다. 발생농장의 사육 규모가 커지고 있고, 인근 철새 활동지역에서 채취한 가검물에서 이전보다 월등히 많은 건수의 바이러스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보이지 않는 적, 바이러스와의 싸움’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우선 철저를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ASF, 전국 상황?
과거 발생 농장 중심 확산과 달리
최근 확진 지역 간 거리 멀어
역학조사 난항·발생 요인 복잡
지난해 11월 24일 충남 당진에서 발생한 후 2달여 발생이 없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올 들어 1월 16일 강릉을 시작으로 2월 13일까지 한 달여 만에 총 17건이 확인됐다. 지역도 발생순으로 △강릉(1월 16일) △안성(1월 23일) △포천(1월 24일) △영광(1월 26일) △고창(2월 1일) △보령(2월 3일) △창녕(2월 3일) △포천(2월 6일) △화성(2월 7일) △나주(2월 9일) △당진(2월 11일) △정읍(2월 12일) △김천(2월 12일) △홍성(2월 12일) △창녕(2월 13일) △화성(2월 19일) △평택(2월 19일)으로 상당한 거리를 두고 발생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기존 발생했던 지역으로 국내에서 주로 발생했던 유전형인 IGR-2형 바이러스가 나온 포천 2곳과 △안성(1월 23일)·화성(2월 7일/동일 대표) △영광(1월 26일)·고창(2월 1일/가족농장)·나주(2월 9일/동물약품차량) △당진(2월 11일)·정읍(2월 12일/도축장) 등 3개 그룹을 제외하고는 발생 농장 간의 역학관계가 불분명한데다, 이들 3개 그룹 간 역학관계도 아직 확실치 않아 보인다. 또 13일부터 확인되고 있는 창녕·화성·평택의 경우 현재 전국 양돈농장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폐사체·환경 일제검사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확진됐다.
지난해 발생한 ASF 양상과도 차별된다. 지난해 발생한 ASF는 총 6건으로 양주(1월 20일)·양주(1월 28일)·양주(3월 16일)·파주(7월 16일)·연천(9월 14일)·당진(11월 24일)에서 발생했는데 당진 건을 제외하고 양주와 파주 연천은 경기북부지역으로 시·군청 소재지를 기준으로 반경 30km 이내에서 발생했었다.
반면 올해 발생한 농장들은 19일 현재까지 충북을 제외하고 내륙 전 광역지자체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지난 해 11월 당진에서 ASF가 발생했을 때까지만 해도 바이러스 유형이 기존 국내에서 발생하던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유형이라는 점에서 외국인 노동자 혹은 불법 반입 축산물이 원인일 것이라는데 무게 중심을 두고 역학조사를 추진해 왔던 방역당국도 올 들어 연이어 전국 각지에서 17건이 발생하면서 지난 12일부터 이달말까지를 기한으로 전국 5300개소 돼지농장을 대상으로 일제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그간 환경검사 대상에서 빠져있던 돼지 유래 혈액 등을 원료로 사용하는 사료·첨가제로 인한 전파 가능성은 물론 축산기자재 및 지하수 등에 의한 유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민간병성감정기관에 의뢰된 질병감정 건에 대해서도 ASF 검사를 확대하는 한편, 역학 관계가 있을 수 있는 도축장을 대상으로도 출하되는 돼지에 대해 ASF 검사를 진행 중이다.
사실상 전수조사에 가까운 전면적인 검사가 진행되면서 ASF 바이러스가 상당하게 퍼져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또한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면서도 “방역당국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검사와 방역정책을 수립하는 게 임무”라며 “발생농장 간 거리가 상당한데다 몇몇 사례를 빼고는 현재까지 역학적으로 확실하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먼 거리·단기간·다수 발생, 역학조사 오래 걸릴 듯
집중된 기간 동안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ASF 발생양상에 따라 역학조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역학조사 전문인력도 부족해 보이는데다 이들 인력이 ASF 역학조사만 맡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발생 농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함께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과 인력은 총 14명. 이들이 맡고 있는 업무로는 제1종가축전염병으로 발생 시 역학조사가 필요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모두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현장 역학조사 업무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간 보고 및 업무연락 등의 정보교류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인력은 검역본부에 상주해야 한다. 따라서 실제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은 이보다 더 적다는 게 역학조사과 관계자의 전언이다.
역학조사과 관계자는 “코비드(COVID)-19 때 전 국가적으로 의료·방역인력이 투입되었고, 같은 사무실이나 건물에서 감염자가 나왔을 경우 역학관계가 있는 사람이 스스로 검사를 받음으로써 감염자와 전파경로 등을 찾는 게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가축은 그렇지 못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군 등 지자체 방역인력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분뇨나 사료, 농장 건물의 틈 속 등에 숨겨져 있는 바이러스를 모두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또 ASF 바이러스의 특성상 외부환경에서 오래 견딜 수 있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특히 이번 발생 양상에 대해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확산되던 기존과는 달리 상당한 거리를 두고 전국 각지에서 짧은 기간 내에 발생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일부 건에 대해서만 역학 관련성을 확인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대목인데, 특히 중앙방역기관은 물론 지자체 수의직 부족도 큰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정희용 국민의힘(고령·성주·칠곡) 의원은 지난 19일 자료를 내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와 ASF가 발생한 가운데 전국 기초지자체 중 40%가량에서는 가축방역업무를 수행하는 수의직 공무원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의용 의원이 밝힌 데 따르면 전국 지자체별 수의직 공무원 결원 현황은 △전남=95명 △경남=57명 △충남 40명 △경기·전북 각 36명 △강원 31명 △경북 30명 △충북 22명 순이며, 228개 기초단체를 기준으로는 92개 기초단체에 수의직 공무원이 단 한 명도 없다.
#발생지역, 지도로 살펴보니
농장 두 곳 제외 고속도로 인접
‘서해안고속도로’ 주변 11곳 몰려
내륙 지역 창녕 2곳·강릉 1곳도
중부내륙·동해삼척 도로 가까워
이런 가운데 이번 ASF가 발생한 농장 대부분이 고속도로에 인접한 지역에 소재해 있다는 점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특히 서해안고속도로에 인접한 일명 ‘서해안 벨트’에서 총 11건이 발생했고, 내륙인 창녕 2곳과 강릉도 각각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동해삼척고속도로에 인접해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도 올 들어 발생하고 있는 ASF가 ‘서해안 벨트’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서해안 벨트'는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다발하는 지역을 묶어 부르는 용어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주로 발생하는 지역과 겹치는 것은 맞다”면서도 “철새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염두를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10여년전 이와 유사한 발생 상황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사례가 있어 주목된다.
당시 국내 한 통신사에서는 2014년에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전파경로에 대해 정부가 축산관련차량에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한 운행기록계(현 국가가축방역시스템:KAHIS) 자료와 발생농장을 정보를 바탕으로 한 분석에서 ‘발생지역에 농가가 많은 것이 아니라 발생농가가 대부분 고속도로에 있었다’는 결과와 함께 ‘거리로 보면 널뛰듯이 번진 것 같은데, 거리를 빼고 축산차량의 네트워크를 그려보니 전염의 매개순서가 있었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분석한 데이터가 축산관련차량의 이동 동선과 발생농장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된 것이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외부요인에 의한 발생은 감안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강해야 할 부분도 있어 보이지만 특정된 차량들의 이동 동선에 따라 2주가량의 시차를 두고 질병이 발행한 것으로 나타난 점은 주목할 대목으로 보인다.
#백신하면 되지 않나?
일부 국가서 백신 허가됐지만
안전·유효성 확인 상용 제품 없어
구제역의 경우 상용화된 백신을 접종함으로써 질병을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ASF도 백신을 개발하거나 수입해 접종하자는 주장이 높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지난해 12월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2025 구제역 백신연구 심포지엄’ 기조강연에서 탁동섭 전북대 교수는 “ASF같은 경우에는 1921년에 보고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안전성·유효성이 확인된 백신이 상용화 된 건 없다”면서 “ASF 바이러스는 약 170~190kb(kb:유전체 단위) 크기의 이중가닥(ds)DNA 구조를 가진 것으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8.5kb인 것에 비해 월등히 크다. 거의 100년이 지났는데도 상용화된 백신이 나오지 않은 이유”라고 했다.
그만큼 많은 프로테인(단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그는 “그 많은 프로테인 중 무엇이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가 중요한데 아직까지도 모른다. 계속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만약에 우리가 백신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이게 ‘라이브’(live vaccine: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약독화시켜 만든 생백신)이기 때문에 유전자 결손에 따른 변이나 병원성 회복 및 지속 감염 위험성이 있고, 따라서 일부 국가에서 ASF백신이 허가됐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봤을 때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쓸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탁동섭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코비드(COVID)-19 당시 단기간에 만들어 전 세계에서 접종된 mRNA 방식의 백신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야생멧돼지를 대상으로 한 경구용 백신을 통해서 질병을 관리하면서 농장단위로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변이와 병원성 회복 등의 문제로 생백신은 접종하기 어렵고, mRNA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돼지 내 세포에서 ASF 바이러스가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정보를 확인해야 해야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기간 농장 내 돼지에 대한 백신 접종은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양돈농장 전수조사 협조…외부 접촉 금지·철저한 소독 필요”
전반적인 상황이 이같이 이어지자 발생 농장 간 역학 관련성 조사에 앞서 ASF가 추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됐다. 따라서 농장단위에서의 철저한 차단방역과 함께 외부와의 접촉 금지, 바이러스에 오염됐을 수도 있는 내·외부 환경에 대한 철저한 소독 필요성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김정주 농림축산식품부 구제역방역과장은 “확인된 건 중 발생농장 간 역학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건보다 농장간 거리를 두고 발생한 건이 더 많은 상황이어서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도 전문가들이 원인을 찾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무엇보다 지금 할 수 있는,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전하면서 “이달 말까지 전국 양돈장을 대상으로 검사가 진행된다.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고, 농가에서도 철저한 차단방역과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달말까지 진행되는 양돈농장 전수조사도 추가로 더 진행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돼지 내에서 ASF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4일에서 19일까지로 다양하며, 80℃에서 30분간 가열하면 사멸한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외부 환경에 노출된 경우에는 구제역 바이러스보다 더 장기간 사멸하지 않고 생존하는 특성을 감안할 경우 촘촘한 점검을 위해서는 중복적으로 환경검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도 이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일정기간 잠복기가 있고 현재 발생하고 있는 바이러스가 급성인 점 등을 감안하면 시차를 두고 2~3차례 정도 검사를 해봐야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같은 돈방 내에서도 폐사한 개체에서는 야외바이러스 감염항체(NSP)가 나오지만 그렇지 않은 돼지도 있다. 이는 검사 당시에는 감염여부를 알 수 없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발병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또 야외에 오염된,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1회적 환경검사로 모두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HP-AI도 아직 안심할 수 없다
“고병원성 AI 감소했지만…철새 북상 전까지 안심 못 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도 지난해 12월에 비해서는 1월 발생 건수가 감소하고 있긴 하지만 안심한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간의 발생 양상이 철새가 도래하는 시기에 더해 철새가 북상하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때문인데, 이번 동절기 들어 지난해 9월과 10월 각각 1건에 이어 11월 4건이던 발생 건수가 12월 22건으로 크게 늘었다가 1월 다시 10건으로 줄어들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철새 북상을 앞둔 2월 들어서면서 △예산(2월 5일) △봉화·거창(2월6일) △세종(2월 8일) △성주(2월 10일) △포천(2월 16일) 등 총 6건이 확진됐고, 지난 19일 봉화 산란계 농장과 구례 육용오리 농장에서 추가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이 확인된 상황이다.
정승교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장은 “5만마리 이상 농장에 대한 1:1전담관제를 이달 말까지 연장해 시행하도록 했고, 밀집단지 12개소와 20만마리 이상 대형산란계 농장에 통제초소별 담당자를 지정해 외부 출입차량과 물품, 사람에 대한 통제와 소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철새가 북상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 과장은 또 “철새 북상 시기는 대체적으로 2월 평균기온에 따라 달라지는데 기온이 낮을수록 북상시기가 늦춰진다. 추웠던 지난해는 3월에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었다”면서 “이에 따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서식지에 대한 조사를 한차례 더 실시하기로 했고,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도 30개소를 정해 철새 서식여부를 조사해 증가하면 인근 농가에 정보를 전파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승교 과장은 특히 “발생농장을 대상으로는 농장 내부는 물론 외부 논이나 저수지, 하천 등 철새가 서식하는 곳을 대상으로 환경검사를 같이 진행한다”면서 “이같은 조사에서 지난 동절기에는 발생농장 인근 환경조사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건이 2건에 불과했지만 이번 동절기에는 25건이나 됐다. 그만큼 농장 외부 오염도가 높은 상황이라는 뜻으로, 농장에서는 특별히 농장 내·외부 간 차단방역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