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기후변화 대응 11개 과제 추진
종자기업 규모별 맞춤형 지원
식량종자 생산체계 고도화
보급종 갱신주기 재점검 모색
‘식량종자 협의회’ 구성해
업계 소통·기후대응 논의 강화
국민 정책고객으로 접점 확대
“국립종자원의 핵심 가치는 식량 안보입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위기는 이러한 가치를 더욱 분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종자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이유입니다.”
지난해 2월에 취임해 올해로 2년 차를 맞은 양주필 국립종자원장. 지난해 양 원장은 종자산업 현장을 찾고 소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현장의 목소리가 곧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그가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것은 종자산업에 드리운 그림자였다. 그 원인 중 하나가 ‘기후변화’였다. 양 원장이 지난해 ‘기후변화 대응 TF’를 출범시킨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이 컸다. 기후변화는 곧 식량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래서 기후변화 대응에 종자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양 원장의 구상. 올해 종자기업 규모별 맞춤형으로 전시포를 지원하고, 가칭이지만 ‘식량종자 협의회’ 구성을 고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양주필 원장을 경북 김천에서 만나 지난해 평가와 함께 올해 주요 업무계획 등을 들어봤다.
-지난해 성과 중 하나는 ‘기후변화 대응 TF’다.
“지난해 6월 기후변화 대응 TF를 출범했다. 식량종자 보급종의 생산·검사·정선·공급·비축 등 전 과정에서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TF 논의 결과 11개 세부 과제를 도출했다. 기상데이터 기반 벼 채종 적정 재배시기 산출모델 개발, 종자비축 확대 및 작물별 비축기준 정립, 기후 적응형 품종 목록화, 채종농가 맞춤형 기상정보 제공체계 마련, 이상기상 대비 종자 검사규격 정비 및 정선 기술 개발, AI 기반 종자검사 프로그램 개발 등이다. 올해 11개 세부 과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기후변화의 불확실성에도 흔들리지 않는 고품질 식량종자 보급종의 안정적 수급 체계를 구축하겠다.”
-지난해 11월 종자원의 비전 선포식이 있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종자원의 역할 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종자원이 왜 설립됐는지 짚어보자는 취지였다. 핵심은 식량 안보다. 식량 안보를 위해선 농업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종합한 설립 목적이 ‘종자관리를 통한 농업경쟁력 향상 및 식량 안보 강화’다. 미션은 종자원의 역할을 구체화한 것이다. 그래서 ‘종자산업 육성 및 고품질 종자유통 기반 확립’을 미션으로 정했다. 이를 통해 5년, 10년 뒤 종자원이 지향하는 모습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종자는 농업의 첫 단계이고, 미래 지향적인 의미가 있다. 그래서 비전은 ‘농업의 미래를 열어가는 종자관리 전문기관’을 설정했다. 전략과제 등은 큰 틀에서 크게 바뀌진 않았다.”
-올해 주요 업무계획에서 주목할 만한 과제는.
“올해 예년과 달라진 점이라면, 종자기업 규모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한 부분이다. 종자원은 2011년부터 해외 현지 품종 전시포를 조성·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대규모 기업의 경우 토마토·수박·양배추 등 고부가가치의 글로벌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국에 단독 전시포를 직접 조성해서 도전적으로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중소규모 기업은 무·배추·고추와 같이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육종 경쟁력을 보이는 품목을 중심으로 공동 전시포를 조성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기업 단독전시포는 이집트, 파키스탄, 이탈리아 등 9개국 10개 지역에, 중소기업 공동전시포는 중국, 인도, 베트남, 미국, 멕시코, 케냐 등 6개국 9개 지역에 추진할 예정이다.”
-보급종 생산·공급 업무도 중요하다.
“종자원 50년 역사의 대부분이 보급종 업무와 함께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채종 여건이 좋지 않았다. 기후 영향이 크다. 특히 벼는 종자 소요량의 약 50%를 정부 보급종으로 공급하고 있는데, 이상기후로 생산 차질과 품질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상 데이터 기반 벼 채종 재배시기 산출, AI 종자검사 기술개발, 유전자분석을 통한 품종 순도 관리 등 과학적 데이터와 첨단 기술에 기반한 식량종자 생산 체계 고도화를 추진할 생각이다. 또, 보급종 갱신 주기도 점검해 보려고 한다. 현재는 대체로 2년 주기인데, 기후변화 심화와 농가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적정 주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주요 업무 계획은 무엇인가.
“1998년 신품종 보호제도 도입 이후 2025년 12월까지 1만4000여품종이 출원됐고, 1만800여품종이 등록됐다. 이는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 80개 회원국 중 7위 수준이다. 내병성과 기능성 등 최근 육종 동향을 반영한 특수형질 심사기준 확대와 AI 기반 심사기술 개발 등 품종보호 심사 인프라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도 추진한다. 6월에 올해 UPOV 농작물실무회의(TWA)를 국내에서 개최해 UPOV 회원국 간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종자품질검정 분야 국내 최초 한국시험인정기구(KOLAS) 실험실 인정을 획득했다. 이를 통해 종자무역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종자업체 수출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종자업계에선 소통 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종자원에선 가칭으로 ‘식량종자 협의회’ 비슷한 것을 구성해 보려고 한다.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한 식량작물 종자 생산·공급 관계기관 간 정보 교류와 신속한 업무 협의를 위한 협의체다. 종자원과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도 농업기술원,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종자원의 주 업무가 보급종 생산·공급하는 것인데, 기후변화로 종자 품질 관리가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보급종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과정, 예를 들어 보급종 육묘, 모내기, 생육 상황까지 함께 살펴보고, 기후변화에 따른 품종 전환이나 보급종 공급 부족 시 종자확보 방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종자원장으로서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국립종자원의 슬로건은 ‘종자의 가치를 플러스(+)하다’다. 종자가 농업인과 육종가, 종자기업, 그리고 ‘국민’을 통해 농업과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를 더욱 높여가겠다는 의미다. 종자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국민의 이해가 필요하다. 종자원이 설립된 이유가 ‘식량 안보’이고, 식량 안보의 주체는 바로 국민이다. 국민들이 종자원이 어떤 기관인지 인식할 기회가 필요하다. 국민들은 종자원을 우리나라 종자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게 옳고 그름을 떠나서 국민을 정책 고객으로 삼고, 이들과 접점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서 지난해 처음으로 사진전도 열었고 올해도 개최할 예정이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