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 2월호 기사입니다.
이상기후로 인한 일조량 부족과 극단적인 기상변화는 토마토를 비롯한 과채류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며 농가의 경영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법으로 전북 김제의 토마토 스마트팜 ‘하랑영농조합법인’은 발광다이오드(LED) 보광 기술과 지열 히트펌프를 접목해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보광 기술과 에너지 절감 설비를 결합한 첨단 스마트온실에서 연중 안정적으로 고품질 토마토를 생산·유통하는 현장을 찾았다.
기후변화로 여름·가을 장마가 길어지고 일조량이 감소하면서 원예작물 재배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조량 확보가 중요한 토마토 등 과채류 농가를 중심으로 온실 보광등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전북 김제에서 토마토를 생산·유통하는 ‘하랑영농조합법인’ 역시 데이터 기반 발광다이오드(LED) 보광 기술을 도입해 연중 안정적인 고품질 토마토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허정수 하랑영농조합법인 대표(37)는 “겨울철과 장마기에는 일조 부족으로 토마토 생육과 착과가 불안정해 고민이 많았다”며 “재배에 그치지 않고 유통까지 직접 책임지는 구조인 만큼 연중 안정적인 수확량 확보를 위해 4년 전 유리온실에 LED 식물조명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LED 보광 기술을 적용한 이후 토마토 생육은 한층 균일해졌고, 수확량은 기존보다 약 20% 증가했다. 광 효율이 높아 겨울철에도 토마토 생산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결과적으로 소득 증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LED 식물조명 최적 보광 레시피로 소득 20% 이상 향상
최근 찾은 김제시 만경읍 하랑영농조합법인 스마트팜에서는 완숙토마토를 비롯해 은은한 분홍빛의 <실키핑크>, 빨강·노랑·분홍 등 다섯 가지 색이 어우러진 ‘오색 칵테일 토마토’ 등 다양한 방울토마토가 자라고 있었다.
한국농수산대학교 채소학과 출신인 허 대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15년부터 유리온실에서 토마토 재배를 시작했다. 현재 그는 2만㎡(6050평)의 유리온실과 연동형 비닐하우스 1만 4880㎡(4500평) 등 총 4만 6280㎡(1만 4000평) 규모의 스마트팜을 운영하고 있다.
초기에는 완숙토마토를 재배해 도매업체에 납품했지만, 2018년 신세계푸드와 계약재배를 시작하며 농업회사법인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친인척이 운영하는 13만 2230㎡(4만 평)의 온실을 포함해 총 19만 8350㎡(6만 평)에서 생산한 토마토를 대형마트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유통·판매하고 있다.
허 대표는 네덜란드 프리바(Priva)사의 복합환경제어시스템을 도입해 온실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LED 식물조명과 지열 히트펌프 기반 냉방시스템을 결합한 첨단 스마트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고온기와 겨울철에도 토마토 생육이 흔들리지 않는 연중 생산기반을 마련했다.
일조량 부족 문제가 심화되자 그는 2022년 9090㎡(2750평)의 유리온실에 ‘필립스 그린파워 LED 탑 라이팅 컴팩트’ 450개를 설치했다.
“설치비가 3.3㎡(1평)당 약 20만 원으로 다른 보광등보다 2배가량 비싸지만, 이미 현장에서 검증된 기술이어서 과감히 투자했습니다. 보광 기술을 적용하면 토마토 식물체 세력이 좋아지고, 겨울철 생산성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소득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죠.”
이 LED 시스템은 글로벌 조명기업 ‘시그니파이코리아’의 보광 레시피 노하우와 컨설팅을 통해 토마토에 최적화된 광 환경으로 설계됐다. 토마토의 광합성 효율을 높이기 위해 광량은 120μ㏖(마이크로몰) 수준으로 설정하고, 적색·청색·백색광을 균형 있게 혼합했다.
LED는 온실 천창 아래 베이 폭 8m 간격으로 2대씩 설치했으며, 측고가 높은 유리온실에는 표준빔, 비닐하우스에는 와이드빔을 적용해 배광 효율을 높였다.
프리바 복합환경제어시스템과 연동된 이 시스템은 일사량과 순간 광량, 조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절과 생육 환경에 따라 점등 시간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특히 그는 “점등 시간을 세밀하게 관리하는 것이 토마토 보광재배의 핵심”이라며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는 점등하지 않고, 오전 5~9시 조조 가온 시간에는 반드시 점등한다”고 설명했다.
또 낮 시간대(오전 9시~오후 4시)는 외부 일사량에 따라 순간 광량이 150W(와트) 이하이거나 눈비가 내릴 때만 점등하며, 보통 오후 4~11시까지 점등해 하루 최소 12시간의 점등 시간을 유지한다.
그는 “하루 약 6시간은 반드시 소등해야 한다”며 “보광 시간이 지나치게 길면 오히려 토마토 세력이 약해지거나 잎끝이 타는 듯한 팁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열 히트펌프로 에너지 절감…안정 생산기반 구축
LED 보광은 생산성과 직결되지만 전기요금 부담이 뒤따른다. 허 대표는 “보광재배를 하면 전기요금이 관행 대비 15~20% 증가하지만, 토마토 생산성 향상과 연중 안정적인 출하로 인한 가격 상승효과를 고려하면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그는 지열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을 도입했다. 지열 히트펌프는 지하 220m에 설치한 배관을 통해 연중 10~15℃를 유지하는 지열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여름철에도 온실 온도를 약 18℃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간 1억 3000만~1억 5000만 원에 달하던 냉난방 비용을 기존 의 40~53% 수준으로 낮췄다.
특히 그는 지열시스템 도입 이후 기존 남부 지역에서는 어려웠던 토마토 여름철 작형을 도입하고, 연 2기작 체계를 구축한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이에 따라 토마토 출하가 집중되는 5~7월에는 수확을 종료하고, 5월 28~30일에 모종을 아주심기한 뒤 7월 25~30일에 첫 수확을 한다. 이후 11월 10일까지 수확을 이어가며, 10월 중순 사이심기(인터플랜팅)를 통해 12월 말부터 다시 토마토 수확에 들어간다.
허 대표는 “기존 1기작 구조에서는 출하 공백으로 손실이 컸지만, 작기를 조정해 여름철 공백을 해소하고 가격이 높은 겨울철 수확 비중을 늘릴 수 있었다”며 “데이터 기반 생육 관리로 토마토 수확량과 품질 편차를 줄이는 것이 안정적인 소득의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계약재배·신품종으로 유통 경쟁력 강화
하랑영농조합법인은 생산한 토마토의 약 70%를 신세계푸드와 코스트코 등에 계약재배 방식으로 출하하고, 나머지는 쿠팡프레시·네이버·카카오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한다. 연 매출액은 220억 원을 웃돈다.
특히 실키핑크와 오색 칵테일 토마토는 대형마트와 독점 계약재배 방식으로 유통하며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분홍빛이 도는 실키핑크 토마토는 껍질이 얇고 과육이 부드러우며 당도가 높아 소비자 선호도가 높고, 오색 칵테일 토마토는 보는 재미와 먹는 즐거움을 동시에 갖춰 꾸준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이들 품종은 네덜란드 종자기업인 엔자 자덴(Enza Zaden)이 개발한 것으로, 허 대표는 매년 20~30개의 신품종을 시험재배해 상품성과 시장성을 검증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많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찾는 토마토 품종을 선별해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년 전에는 1490㎡(450평) 규모의 토마토 선별·포장을 자동화한 선별장도 증축했다. 실시간 중량 확인이 가능한 조합형 계량기와 자동선별시스템을 도입해 선별 과정에서 발생하던 손실률을 줄였고, 작업 속도는 기존 보다 두 배 이상 향상됐다.
허 대표는 “신품종 토마토 상품화를 지속하고, 첨단 스마트 온실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생산·유통·판매를 아우르는 전문 토마토 농기업으로 성장해가겠다”고 밝혔다.
글 이진랑 | 사진 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