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天)·땅(地)·사람(人)을 상징하는 ‘3’, 흙 토(土)자를 열 십(十)자와 한 일(一)자로 풀어낸 ‘11’. 3월11일은 이런 의미를 담아 제정된 법정기념일 ‘흙의 날’이다. ‘농민신문’은 제11회 흙의 날을 맞아 흙의 소중함을 알리고자 전문가 릴레이 기고를 싣는다.
오늘날 농업현장은 극한 가뭄과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 지구적인 탄소중립 요구는 농업에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한다. 이런 위기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해법은 바로 ‘흙’이다. 흙은 단순히 작물을 지탱하는 물리적 터전이 아니다. 지구 생태계의 허파이자, 대기 중 탄소를 흡수·격리하는 거대한 ‘탄소 저장고’다.
우리가 토양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흙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될 수도 혹은 가장 강력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논농사 중심의 우리 농업에서 토양 관리의 중요성은 매우 높다. 논은 홍수를 조절하고 수질을 정화하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함과 동시에 막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한국토양비료학회는 70년간 축적해온 토양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농민이 디지털 기기로 쉽게 활용해 기후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앞장설 것이다. 영농형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도입이 토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어내야 할 때다.
미래세대에게 건강한 흙을 물려주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과감한 투자와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흙이 가진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농가에 대한 직불금 확대 등 실질적인 유인책을 강화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달라진 토양 환경에 대한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확충해 농업의 기초 체력을 키워야 한다.
2026년 3월11일 제11회 흙의 날을 맞아 정부·농민·국민 모두가 흙 한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기를 희망한다.
기념을 넘어 흙을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나라, 흙을 가꾸는 농민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때 대한민국 농업의 지속가능한 미래가 열릴 것이다. 대한민국 흙이 살아 숨 쉬고, 그 위에서 농업이 꽃을 피워 우리 미래가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이승헌 한국토양비료학회장·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