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 2월호 기사입니다.
개량·유량·유질·환경 그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전국 상위 성적을 기록하는 경기 양주 <감악산목장>. 정건화 대표의 농익은 사양 노하우가 시설과 체력적 한계로 정체기에 들어설 때 즈음 새로운 동력원이 보강됐다. 후계자인 아들 용기 씨가 목장에 투입된 것이다. <감악산목장>의 두 번째 전성기가 시작됐다.
경기 양주시 은현면에 위치한 <감악산목장>은 165마리의 젖소를 사육하고 있다. 부모 세대 이전부터 농사를 지었기에 정건화 대표는 자연스럽게 농사꾼의 삶을 이어받았다.
그러다 축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소규모로 시작한 양돈. 45일령의 자돈을 판매하며 예상치 못한 소득을 올렸으나 전국을 휩쓴 돼지 가격 파동으로 일을 접어야 했다. 이후 육우와 한우에도 도전했지만 시기를 잘못 잡은 탓인지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다.
“소자본으로 시작해 수익이 바로 생기지 않다 보니 투자할 엄두도 나지 않아 계속 마이너스 경영을 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낙농에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유대가 바로 지급되고 안정적인 납유처가 있는 낙농이야말로 정 대표가 찾는 구조였다. 1990년 11월 친척 어른이 운영하는 목장에서 소들을 구입해 <감악산목장>을 열었다. 버킷 착유부터 시작해 1994년 파이프라인 착유장을 갖춘 우사를 신축했고, 2006년에는 텐덤 착유시설을 갖췄다.
전국 상위 5%를 목표 한 목장 경영
하루 6650㎏의 쿼터를 보유하고 있는 <감악산목장>은 한 마리당 유량이 34㎏, 305일 보정유량은 1만 1000㎏이다. 유질은 연중 큰 편차 없이 체세포 수 10셀 미만, 유지방 4.1%, 유단백 3.3%를 유지한다. 이는 전국 평균을 웃도는 성적이다.
환경도 전국 상위 수준을 자랑한다. 육안으로 봐도 고슬고슬한 운동장 상태와 편안하게 쉬고 있는 소들을 보면 쾌적함을 확인할 수 있고 환기가 원활해 축사 안에 들어서도 축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감악산목장>의 환경 관리는 각종 인증을 통해서도 증명된다. ‘해썹(HACCP) 운용 우수작업장’ ‘HACCP 기준 적용 목장’을 비롯해 ‘깨끗한 축산농장’ ‘깨끗한 목장 가꾸기 운동 목장’ ‘젖소가 행복한 목장’ 등의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성적은 정 대표가 목장을 시작할 당시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애쓴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 목표는 바로 ‘전국 상위 5% 내의 목장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낙농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정 대표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종 교육을 통해 최신 기술과 정보를 습득해 목장에 접목시키는 방법으로 사양관리 노하우를 쌓았다.
정액을 이용한 개량에 이어 일찌감치 수정란이식 기술도 도입해 개량의 속도를 높였다. 그 결과 현재 <감악산목장>이 보유하고 있는 초고능력 젖소는 총 7마리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1월 초고능력 젖소로 판정된 ‘감악산 637호’는 3산차 305일 보정 유량이 1만 5378㎏, 유지율 4.95%, 유단백률 4.01%에 이른다.
사료는 공장 완전배합사료(TMR)에 4만 2975㎡(1만 3000평) 규모의 조사료포에서 직접 생산한 옥수수 사일리지를 배합해 급여하고 있다.
축사 바닥 관리에도 노하우가 깃들어 있다.
“깔짚을 자주 갈아준다고 깨끗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바닥에 유익균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죠.”
정 대표는 사료에 생균제를 첨가해 주면 축분량이 줄어 자연적으로 부숙이 일어난다며 오히려 로터리를 치면 바닥 부분이 다져져 발효가 되지 않고 썩어서 악취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감악산목장>에서는 매일 채식장과 음수대 부분의 분뇨를 밀어주고 바닥을 평평하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깔짚을 고슬고슬하게 유지하고 있다.
후계자 투입으로 새 동력원 확보
30여 년간 쌓인 노하우로 전국 상위 수준의 목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 점차 목장일이 힘에 부치고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계절에 따라 유량과 유질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지금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그러던 중 직장에 다니던 아들 용기 씨가 8년 전 갑자기 목장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들의 결심에 정 대표와 아내 최명옥 씨는 선뜻 응원을 보낼 수 없었다. 아들의 합류가 내심 반갑고 든든하면서도 평생 목장을 운영하면서 이 일이 얼마나 고생스러운지 알기 때문이었다.
정 대표 부부는 깊은 고민 끝에 아들의 합류를 받아들였다. 대신 아들에게만큼은 자신들의 인생과는 다른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
“아들이 들어와 일손이 늘었다고 직원을 줄이면 아들도 저희와 같이 힘든 농장일을 하게 될 것이기에 기존 직원을 그대로 두고 합류시켰습니다.”
직원이 한 명 더 늘어난 셈이었다. 늘어난 경영비는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충당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규모를 늘릴 수는 없었다. 나중에 아들이 오롯이 목장을 운영하게 되면 어느 정도 선에서 규모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아들의 합류 이후 조금 이른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노후 소득원을 마련하며 순차적으로 목장 증여를 진행 중이다.
더도 덜도 말고 딱 부모만큼만…
축산을 전공하지 않은 아들이 아버지의 30여 년 경력을 한번에 이어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터. 용기 씨는 최소한 <감악산목장>의 성적을 떨어뜨리지만 말자는 목표로 각종 교육을 섭렵했다.
“교육을 받아보니 부모의 수준을 더욱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너무 완벽하게 목장을 운영하다 보니 다른 교육보다 부모에게 기술을 배우는 게 최고더군요.”
<감악산목장>은 철저한 분업 시스템을 통해 세대 간 갈등 없이 순조로운 승계가 이뤄지고 있다. 육성우와 건유우 사양은 정 대표가, 송아지 사양은 아내 명옥 씨가, 번식과 착유와 바닥 등 환경 관리는 용기 씨가 맡았다. 용기 씨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도우며 자연스럽게 기술을 전수받는 중이다.
용기 씨는 이 같은 분업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후계자가 들어오면 일을 시킨 후 감독하는 방법으로 기술을 가르치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 갈등이 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할 일을 하면서 서로 도와주는 방법으로 기술을 전수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에 익게 되더군요.”
<감악산목장>의 승계 과정은 단순히 부모 세대의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부모의 노하우에 더해 용기 씨가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수태율이 향상되고 유량과 체형이 더욱 좋아졌다. 그 결과 지난해 열린 한국종축개량협회 ‘한국홀스타인품평회’에선 준주니어챔피언을 차지했다. 또 <감악산목장>에 ‘저탄소 축산물 인증’이 추가되기도 했다.
부모 세대의 노하우에 더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가는 후계자로 인해 내일이 더 궁금해지는 <감악산목장>이다.
글 김수민 I 사진 이민희